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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법 1990. 12. 20. 선고 90노606 제5형사부판결 : 상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하집1990(3),380]

판시사항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 조합장이 위 조합 설립에 소요된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지급함에 있어 토지구획정리사업계획 인가시의 체비지 가격에 의한 단가를 적용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대하여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피고인 갑이 천안시 성정동 일대의 토지에 대한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설립위원회를 구성하고 동 추진위원회와의 사이에 위 조합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우선 갑이 이를 조달하여 지출하고 조합 설립 후 창업비로서 이를 체비지로 대체지급받되 조합 설립에 실패할 경우에는 동인이 이를 그대로 감수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갑의 의도는 조합 설립 후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지급받음에 있어 타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그 가격을 산정받아 그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위 조합측으로서도 갑에 대한 관계에서는 일반의 경우보다 후한 조건으로 체비지 가격을 산정하여 준다는 것이 사리상 있을 수 있는 일로 인정될 뿐 아니라 토지구획정리사업에관한사무처리규정은 공사비를 체비지로 현물지급할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일 뿐, 조합 설립 이전에 지출된 창업비를 사후변제할 경우 반드시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바, 피고인 갑이 위 조합에 요청한 체비지 가격의 인정 여부에 관한 안건에 대하여 피고인 을이 그 조합장으로서 의사를 진행한 위 조합대의원회에서 찬성과 반대의 토론을 거친 후 표결에 의하여 피고인 갑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고 위 조합 설립 후 타인으로부터 기임한 금원에 대하여 적용한 체비지 단가가 평당 금 64,900원 내지 금 73,000원 정도이었음을 감안하여 그보다 먼저 지출된 위 창업비에 대하여는 토지구획정리사업계획 인가시의 체비지 가격인 평당 금 59,000원을 적용하여 주자는 제안을 가결,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면 피고인 을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체비지 단가를 적용하여 피고인 갑에게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지급한 행위가 위 조합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배임행위라 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피고인들과 각 그 변호인의 항소이유 요지 제1점은, 천안시 서부지구토지구획정리조합추진위원회의 기술고문이자 위 조합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피고인 1이 위 조합에 대하여 창업비 지급청구를 하면서 그 금액을 금 283,538,000원으로 산정하고 그 지급방법에 관하여 이를 위 토지구획정리사업인가 당시의 체비지가격인 평당 금 59,000원의 비율로 산정한 체비지로 대체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한 것은 위 피고인으로서 정당한 자기권리 행사를 한 것이고, 한편 당시 위 조합의 조합장이던 피고인 2가 위 청구를 받아들여 체비지 3,840평을 피고인 1에게 양도한 것도 위 조합이사회 및 대의원총회의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창업비지급에 관한 사항을 그의 직무로서 수행한 것일 뿐,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조합장으로서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창업비를 과다지출함으로써 위 조합에 손해를 입힌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업무상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고, 그 제2점은,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데 있다.

2. 먼저 항소이유 제1점에 관하여 본다.

(1) 원심이 그 거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들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범죄사실(주위적 공소사실, 단,손해액은 그 일부만 인정)은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 1은 1978.10.5.경부터 1982.6.15.경까지 천안시 서부지구토지구획정리조합추진위원회의 기술고문으로 종사하면서 위 조합설립을 위한 제반비용 및 기술을 제공하던 자, 피고인 2는 1984.12.10.경부터 1986.6.16.경까지 위 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직하던 자로서, 공모하여, 1986.4.29. 천안시 성정동 소재 위 토지구획정리조합 사무실에서 피고인 1은 위 조합의 초대 조합장이던 공소외 1을 통하여 그 당시 조합장이던 피고인 2에게 1978.10.5. 부터 1982.6.15.까지 위 조합설립을 위하여 금 283,538,000원을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를 창업비 명목으로 금 59,000원당 1평씩으로 환산한 체비지 4,857평으로 조합에서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하게 되었는바, ① 위 피고인 1 주장의 청구금원 중에는 그의 기술고문으로서의 보수에 해당하는 기술고문 인건비 명목으로 매월 금 1,200,000원 정도씩이 계상되어 있어 보수로서의 성질을 갖는 금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또 조합을 위한 인건비, 사무용품비 등 일반관리비 외에도 직원업무추진비가 별도로 계상되고 총회 회의결비만으로도 금 15,000,000원이 계상되어 있었으므로 이와 같은 비용 외에 피고인 1이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라는 명목으로 청구한 금 72,000,000원에 대하여는 아무런 지출 증빙자료나 근거가 없을 뿐더러 지출하였다 하여도 대부분이 관계공무원에게 뇌물로 주거나 조합설립과는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비용이고, ② 창업비를 체비지로 지급할 경우에도 체비지를 지급시의 시가(평균 평당 약 금 250,000원)로 환산하여 지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① 금 72,000,000원을 마치 조합설립을 위하여 사용한 비용인 양 위 금 283,538,000원 속에 포함시키고, ② 또 위 창업비를 사업인가 당시의 시가인 평당 금 59,000원씩으로 환산한 체비지로 청구하고,

피고인 2는 ① 위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로 청구된 금 72,000,000원에 대하여는 아무런 지출 증빙자료가 없어 이에 대한 지급책임을 조합이 부담하는지 여부를 이사회나 대의원회의에서 판단할 성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조합을 대표하고 조합업무를 통리하는 조합장으로서는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앞서 이를 지급하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이사회나 대위원회의에서 위 기밀비가 포함된 창업비안건이 부의되었다할지라도 이사들이나 대의원들에게 위 기밀비 지급에 대한 지출증빙자료가 없어 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 및 동 금원을 지급할 정관사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려 그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여야 하고, ② 창업비 지급방법에 있어 이를 체비지로 지급할 경우 지급 당시의 시가로 환산하여 지급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에게 위 금 283,538,000원을 그 당시의 평당 시가 금 250,000원 상당의 체비지를 약 24퍼센트 정도의 저렴한 가격인 사업인가 당시의 시가 금 59,000원으로 환산하여 지급할 의도로 1986.5.초순경 위 조합이사 공소외 2로 하여금 피고인 1이 청구한 창업비를 계정별로 분류하도록 하고, 1986.5.12.부터 같은 달 15.까지 위 창업비심의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여 이사회로 하여금 피고인 1에게 창업비 금 250,331,450원을 사업인가 당시의 시가로 환산한 체비지로 지급하도록 결의케 하고, 1986.5.24. 천안시 성정동 소재 선영새마을금고 회의실에서 개최된 위 조합 1차 대의원회의에 위 창업비지급안건을 부의하고, 대의원회의 의장으로 참석하여 피고인 1에 대한 창업비지급안건에 대하여 조합 대의원들에게 " 피고인 1이 청구한 창업비 중 근거가 없는 것도 있으나 과다하게 청구된 것 같지 않다. 위 창업비에 대하여는 이미 공소외 2 이사가 심의하고 이사회의 결정을 보았다"는 등 마치 취 창업비가 정당한 것인 양 설명하고, 공소외 2도 "창업비 중 근거자료가 없는 것도 있으나 거의 확인이 된 비용이다"는 등 마치 위 창업비가 조합설립을 위하여 정당하게 사용된 비용인 양 설명함으로써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위 대의원들로 하여금 위 금 72,000,000원을 포함한 금 283,538,000원을 창업비로 인정케 하면서 위 금원을 평당 금 59,000원씩으로 환산한 체비지 4,857평으로 피고인 1에게 지급하도록 결의케 하고, 같은 해 8.15. 위 조합 이사회에서 위 지급결의된 창업비를 체비지로 지급하도록 집행 결의시켜, 같은 해 9.15.부터 12.10.까지 사이에 11회에 걸쳐 위 조합소유 체비지 23필지 3,840평 시가 금 950,536,000원 상당을 피고인 1에게 지급함으로써 지출근거가 인정되는 창업비 금 211,538,000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선지출에 따른 손실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하여 복리로 계산된 금원을 합한 합계금 468,068,147원을 공제한 금 482,467,853원 상당의 손해를 위 조합에 가하고, 피고인 1은 동액 상당의 이득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2) 그런데 배임죄에 있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말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2가 조합장으로서 취한 행위가 과연 이와 같은 요건에 비추어 조합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배임행위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원심이 설시한 그 이유의 전개과정에 맞추어 이하 차례로 살펴본다.

(3) 먼저 피고인 1이 청구한 창업비 중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 명목이 금 7,200만원이 근거없이 과대청구된 것이고, 피고인 2가 위청구에 대응한 조합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합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을 하였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과 그 밖에 원심증인 공소외 3, 4, 1의 각 진술, 수사기록에 편철된 창업비청구서(제1138면)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피고인 1은 1978. 여름 천안시청 자문위원 겸 개발위원장인 공소외 5 등의 제안에 따라 천안시 성정동 등 일대 토지에 대하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그 준비에 착수하여 공소외 1 등 수인의 사업추진위원을 모아 1979.7.경 위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위 사업을 인가받기 위한 지주들의 동의, 사업계획수립 등 업무를 개시한 사실, 피고인 1은 그 시경 위 추진위원회와의 사이에 위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을 우선 동인이 조달하여 지출하고, 나중에 조합이 설립된 후 이를 창업비로서 조합으로부터 체비지로 대체지급 받되, 만일 조합설립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동안 소요된 비용은 동인이 그대로 감수하기로 약정하였으나, 그 상환받을 창업비의 사용처나 한도액 및 입증방법 등에 관하여 더 이상의 자세한 약정은 없었던 사실, 그 후 피고인 1은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 가면서 위 조합설립을 추진한 끝에 1981.11.2. 그 사업인가 및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1982.6.12. 조합 창립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된 사실, 그리고 위 조합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이 대부분 완료된 1986.4.29.경 위 피고인은 당초의 약정에 따라 위 조합에 대하여, 그가 위조합설립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1979.7.경부터 조합이 설립된 1982.6.경까지 36개월간 위 사업을 위하여 지출한 총비용이 금 283,530,000원인데, 그 중 지출 증빙서류나 장부상 근거제시가 가능한 것이 인건비, 사무실유지관리비, 측량비, 추진위원들에 대한 업무추진비등 모두 금 141,338,000원이고, 기장되지 않거나 지출 증빙서류를 제시할 수 없는 것이 지주총회개최비, 기술고문에 대한 월정지급액, 특별상여금 및 퇴직금,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 등으로 모두 금 142,200,000원이된다 하여 그 항목별 지출명세서를 갖추어 창업비지급 청구를 한 사실, 그 중 이 사건에서 문제된 항목인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 7,200만원은 위 피고인이 위 조합설립에 관여한 이래 지출한 비용 중 사업홍보비, 지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접대비 등 위 명세서의 다른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을 일괄하여 월 200만원씩으로 산정하여 36개월의 기간에 맞추어 합산한 것인데, 실제로 위 피고인은 위 사업추진을 시작한 이래 한동안 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또는 그 추진에 관여한 공소외 6, 3, 4 등 수인에게 각 수백만원씩의 활동비를 지급해 가면서 여러 지주들과 기타 관계자들에 대한 홍보비, 기타 교제비 등으로 사용하게 한 사실이 있고, 그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에도 사업인가가 나기까지 이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사업저지를 위하여 여러차례 집단으로 행정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그로 인하여 수차에 걸쳐 사업인가신청서가 반려되고, 그 때마다 사업대상면적이 변경되었으며, 또한 다수 지주들의 반대나 불참으로 조합 창립총회가 유희를 거듭한 끝에 5번째에 가서야 총회개최가 성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사업반대자들에 대한 홍보비, 교제비, 관계공무원 접대비 등으로 다액의 비용을 지출한 사실이 있는데, 다만 위와 같은 비용지출처의 성질상 또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경리장부와 영수증철 일부가 뜻밖의 사건으로 소실되는 등 이유로 그 정확한 지출일시, 대상, 금액을 밝히거나 지출증빙서류를 제시하기가 어려워 위 피고인이 대략 그 전체 지출액에 맞춰 이를 일률적으로 월별로 나누어 계산하고 이에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라는 항목명을 붙여 위와 같이 창업비의 일부로 청구하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 1과 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사이의 약정내용, 위 피고인의 비용지출 및 그 상환청구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피고인이 이 사건 창업비청구를 하면서 거기에 포함시킨 기밀비 및 업무추진비 명목의 금 7,200만원을 그에 대한 제출근거나 지출증빙서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실제로 지출하지도 않은 비용이라거나 또는 부정하거나 조합설립과 무관한 용도에 지출된 비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또한 수사기록 제105∼108면에 편철된 창업비 청구 관계서류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83.12.경 피고인 1의 채권자인

공소외 7 등이 위 피고인의 위임을 받아 청구했던 창업비 금 1억4천만원은 위 피고인이 상환받을 창업비의 일부로서 청구되고 있음이 위 문서의 문면상 명백하므로 그것은 위 피고인측에서 그가 청구할 창업비액이 금 1억4천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 사건 창업비 청구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금액이라는 점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창업비 지급청구에 대하여 당시 조합장이던 피고인 2가 취한 업무처리과정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증인 공소외 2, 8의 각 진술과 당원의 녹음테이프 검증조서 및 수사기록에 편철된 대의원회의록(제382면), 조합정관(제479면), 복명서(제980면)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위 조합의 차입금에 관한 차입방법, 이율 및 상환방법 등의 결정을 조합대의원회의 의결사항으로 하고 있는 조합정관의 규정(제19조)에 따라, 피고인 1로부터 창업비 금 283,538,000원의 청구가 있자 우선 조합 이사인 공소외 2에게 위 청구에 대한 심사 및 조정을 지시하고, 1986.5.13.부터 3일간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를 토의한 끝에 청구액 중 증병이 불확실한 항목이 일부를 제외하여 창업비액을 금 250,331,450원으로 삭감하기로 결의하고, 같은 해 5.24.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총 대의원 75명 중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사건 창업비지급안을 상정한 후, 먼저 그 심사 조정을 맡아했던 이사 공소외 2가 심사내역을 청구된 창업비 중 그 지출에 관한 증빙서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구분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이어 의장인 피고인 2 자신도 "증빙서류가 없는 비용은 본 대의원회의 의결이 있어야만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는데, 오히려 이 사건 고소인이자 후일 조합장이 된 공소외 8이 "피고인 1의 공로를 감안하여 지출 증빙서류 유무에 관계없이 창업비 청구액을 삭감없이 전액 지급해 주자"는 동의를 하여 이에 대하여 표결 끝에 대의원 33명이 찬성하고, 반대는 없어 결국 공소외 8의 제안이 그대로 가결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상 살펴본 바와 같다면 피고인 2가 조합장으로서 피고인 1의 창업비청구에 대하여 취한 일련의 행위도 그의 직분이나 그 처리할 사무의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것이었다고 보여지고, 그것이 법규나 계약이 내용 또는 신의칙에 비추어 위 조합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부당한 처사였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4) 다음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지급할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지급하면서 그 체비지가격을 지급 당시의 시가에 의하지 않고 그보다 적은 토지구획정리사업게획 인가시의 가격으로 산정한 것이 위 조합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수사기록에 편철된 사무처리규정(제471면)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토지구획정리사업에관한사무처리규정에, 공사비를 체비지로 현물지급할 경우 그 지급시점에서 대상체비지를 재평가하여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원심증인 공소외 9, 8의 진술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창업비 지급결정을 한 1986.5.경 다시 피고인 1에게 양도하기로 한 체비지의 평균시가는 평당 25만원가량이나 된다는 것이므로(다만, 수사기록 제351면 이하에 편철된 감정평가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체비지의 그 시경의 감정가격은 지역에 따라 평당 최고 24만원, 최하 5만원인 것으로 되어 있다) 위 조합이 피고인 1에 대한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지급하면서 그 체비지의 단가를 위 사업게획인가시 가격인 평당 금 59,000원씩으로 산정하기로 한 것은 어쨌든 위 피고인에게 상당한 특혜를 준 것은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사무처리규정은 공사비 지급의 경우에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조합설립 이전에 지출한 창업비를 특히 그것이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특별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이를 사후변제할 때에 반드시 그 규정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창업비에 관한 체비지가격 결정에 있어 이를 따르지 아니하였다 하여도 그것만으로 곧 이를 위 사무처리규정에 위반된 부당한 처사라 말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결국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2가 위 체비지가격 결정에 있어 취한 행위가 위 조합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피고인 1이 청구한 창업비의 성격과 그 창업비 지출이나 상환에 관한 당초의 약정 등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 피고인 2의 행위가 그러한 사무처리에 있어서의 일반관례나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위 조합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 1은 당초부터 이 사건 토지구획정리사업구역 내에 자기 토지를 소유하고있지 않은 제3자의 입장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그 사업계획을 세우고, 위 조합의 설립을 주도하여 왔을 뿐 아니라, 그 사업이 실패할 경우 투자비용을 손해보게 된다는 위험을 부담하면서 다액의 비용을 들여 노력한 끝에 결국 그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한 자로서, 위 조합과 사업 성공시의 공로금지급이나 이익분배 등에 관하여 별다른 약정도 미리 하지 않은 채 단지 그 지출하는 비용을 사후에 체비지로 대체하여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만을 한 것을 보면, 피고인 1로서 당초 목적했던 바는 사후에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하여 받을 때 타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그 가격산정을 받아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었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고, 위 조합측으로서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피고인 1에 대한 관계에서는 일반의 경우보다 후한 조건으로 체비지 가격을 산정해 준다는 것이 사리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고, 또한 그 체비지 가격에 관하여 앞서 본 1986.5.24. 개최된 대의원회에서 의결을 한 과정을 거기에 열거한 증거들을 통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1이 요청한 체비지 가격의 인정 여부에 관한 안건에 대하여, 피고인 2가 의사를 진행한 위 대의원회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토론을 모두 거친 후 표결에 의하여 피고인 1에 대하여는 특히 그의 공로를 인정하고, 또한 위 조합이 설립된 이후 타인으로부터 기채하면서 적용한 체비지 단가도 평당 금 64,900원 내지 금 73,000원 정도였음을 감안하여, 그보다 먼저 지출된 위 피고인의 창업비에 대하여는 그의 요청대로 토지구획정리사업계획 인가시의 체비지 가격인 평당 금 59,000원을 적용하여 주자는 한 대의원의 제안을 가결, 통과시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2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결정된 체비지 단가를 적용하여 피고인 1에게 창업비를 체비지로 대체하여 지급한 것이 위 조합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배임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5) 그렇다면 피고인 2가 이사건 창업비 지급에 관하여 취한 행위는 어느 모로 보나 위 조합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하겠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대하여 위 피고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배임)죄로, 피고인 1을 그 공모공동정범으로 각 처단한 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논지는 이유있다.

3.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각 별지 제1,2기재와 같은바(예비적 공소사실은 주위적 공소사실과 그 대부분 내용을 같이 하면서 다만 배임피해자의 손해액 계산방법을 달리한 것에 불과하다), 위 각 공소사실은 앞에 파기이유에서 실시한 바와 같은 이유로 각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인(재판장) 이홍권 변종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