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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5.6.26.선고 2015고합61 판결

강간상해

사건

2015고합61 강간상해

피고인

A

검사

정유미(기소), 박대환(공판)

변호인

변호사 B,C

판결선고

2015. 6. 26.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3. 9. 30, 00:40경 부산 연제구 D에 있는 E 나이트클럽의 룸 안에서, 그 전에 부킹을 하였던 피해자 F(여, 35세)를 웨이터로 하여금 데리고 오게 하여 불상의 방법으로 입수한 최면진정제인 졸피뎀을 섞은 양주를 마시게 하여 항거불능케 한 후, 약물에 취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같은 구 G에 있는 H 모텔 호실 불상의 객실로 데리고 가 1회 간음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등, 팔, 다리 등에 치료일수 불상의 다발성 타박상을 입게 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피고인 혼자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F와 이른바 부킹을 하였고, 이후 함께 모텔로 가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뒤 헤어졌을 뿐이다.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졸피뎀을 사용하여 F를 강간하거나 그 과정에서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졸피뎀 관련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그 공소사실 기재 일시인 2013. 9. 30. F에게 졸피 뎀을 사용하였음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관한 정황으로는, F가 위 공소사실 기재 일시인 2013. 9. 30.로부터 약 3개월이 경과한 2014. 1. 10. 피해사실을 신고하였고, 이후 수사를 통하여 F의 모발 등에서 졸피뎀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①) 2013. 9. 30.로부터 약 9개월이 경과한 2014. 7. 17. F에게서 채취한 모발에 대한 감정결과, '① 모근 부위 ~ 길이 약 3cm, 약 3cm ~ 6cm : 각 졸피뎀 양성반응(검출), ②길이 약 6cm ~ 9cm , 약 9cm ~ 12cm, 약 12cm ~ 모발 끝(약 40-50cm) : 각 졸피뎀 음성 반응(미검출)'이 확인되었다(증거목록 25번 감정의뢰회보, 증거기록 272쪽). ② F의 남자친구로서 그 피해사실 신고를 주도한 이 2014. 7. 21. F의 것이라고 하면서 제출한 휴대폰 케이스에서 졸피뎀이 검출되었다(증거목록 23번 감정의뢰회보, 증거기록 227쪽).

(2) 그러나 이러한 정황은 아래와 같은 과학적 근거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F에게 졸피뎀을 사용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① 앞서 모발감정 결과에 의하면, 모발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1㎝ 자라는 것을 고려하여 모발의 길이에 따라 약물의 투약시기를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근으로부터 약 6cm 이내의 모발에서 졸피뎀이 검출된 감정결과를 통해서는, 그 졸피뎀은 위 공소사실 기재 일시가 아닌, 모발 채취시인 2014. 7. 17.로부터 역산하여 약 6개월 내인 2014. 1.경 이후에 F에게 사용된 것임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위 감정으로부터 약 5개월이 경과한 2014. 12. 3. F에게서 채취한 모발에 대한 추가 감정에서는 졸피뎀이 검출되지 않았다(증거목록 33번 감정의뢰회보, 증거기록 364쪽). 두 감정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 J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졸피뎀이 희석되어 검출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2013. 9.경 투약한 졸피뎀이 2014. 7.경 검출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 정도 시간이 경과하였으면 이미 소실되어 검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366쪽). 이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이 검출된 졸피뎀을 피고인이 사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수사기관 역시 모발 채취시 함께 압수한 휴대폰 케이스로 인해 F 모발이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증거기록 366-367쪽)].

② 1은 2014. 7. 21. 검찰에서야 F의 것이라는 휴대폰 케이스를 제출하면서 F가 피고인과 함께 있던 룸에서 나오다가 양주잔을 엎지른 적이 있는데, 당시 위 휴대폰 케이스에 묻어 남아 있게 된 흰색 결정이 피고인이 양주잔에 사용한 약물일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I에 대한 제1회 검찰진술조서, 증거기록 193~194쪽). 그런데 F조차도 최초 경찰진술인 2014. 1. 10. 당시 룸 내·외부를 오간 상황을 설명하면서, 양주를 두 차례 마신 적이 있고 두 번째 양주 일부를 마신 이후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 위와 같이 양주잔을 엎질렀다는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고(F에 대한 제1회 경찰진술조서), 이후 2014. 7. 17. 검찰에서도 동일한 진술을 유지하였 다(증거목록 20번 F에 대한 녹취록). I 역시 위와 같은 진술이 있기 전까지 약 6개월 동안의 경찰에서 진술, 경찰수사관과 통화 등에서 휴대폰 케이스 내지 양주잔이 엎질 러진 상황을 전혀 언급한 바 없다.

그럼에도, F는 이 법정에 이르러 "제가 약간 물건에 대해서 좀 집착하는게 있어서 제 자리였거나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좀 젖거나 이런 거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쏟았다 누가 쏟았다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게 잔이 쏟아져서 제 핸드폰이 젖어서 이렇게 닦은 기억이 나는 겁니다."라고 진술하였다(F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15쪽).

이미 최초 조사 당시인 2014. 1. 10. 양주잔에 섞은 약물이 피해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던 상황에서, 엎질러진 양주가 휴대폰 케이스에 묻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F 및 의 입장에서도 매우 인상적이어서 그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상황임에도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나서야 그에 관한 진술이 새로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F 및 의 새로운 진술과 같이 사건 당시 양주잔이 엎질러져 그 양주가 휴대전화에 묻은 일이 과연 있었는지에 관하여 강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3) 위와 같이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F에게 졸피뎀을 사용하였다는 물적 증거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와 달리 졸피뎀의 존재를 전제하거나 그러한 의심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한 F 및 I의 진술 역시 피고인의 졸피뎀 사용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은 마찬가지이다.

(4) 한편 피고인이 졸피뎀을 구입하였다는 경로에 관한 자료가 제출된 바 없다. 반면 I은 이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4. 4. 14. 졸피뎀 3정(3일분)을 처방받았고, 이후 2014. 8, 26. 그 중 2정만을 검찰에 제출하였다가 2014. 10. 10. 나머지 1정을 집에서 찾았다면서 검찰에 제출하였다(증거기록 329-358쪽).1) 이 졸피뎀을 처방받은 이후에 앞서와 같이, 2014. 7. 17. F의 모발에서 2014. 1.경 이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졸피뎀이 검출되고 2014. 7. 21. F의 것이라는 휴대폰 케이스에서 졸피뎀이 검출되었다.

이처럼 F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이 졸피뎀을 취급하였다는 객관적 정황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앞서 검출된 졸피뎀들을 피고인이 사용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나. 항거불능에 관한 F 등의 진술 관련

(1)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F가 약물로 인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정황으로는, F 및 이 수사기관 내지 이 법정에서 그에 부합되는 일관된 진술을 하였다.는 것이다.

① F는 이 사건 당시 자신의 상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즉 피고인이 권한 두 번째 양주를 마신 후부터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다가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불상의 차량을 탔다는 것, 모텔 안에서 벗겨져 있던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는 것, 거의 무의식 상태로 길을 걷다가 택시를 탄 뒤 집 앞에 이르러 남자친구인 I을 만났다는 것 등의 기억만이 있다는 것이다.

② 1은 이 사건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서, 성관계하는 소리에 이어 남성이 일어나서 씻으라고 하자 F가 "예? 어 어 여기 어디예요. 옷이 어디 있지"라고 하면서 방을 나가는 소리를 들었고, 이러한 대화내용이 위 휴대전화에 녹음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그러나 아래와 같은 객관적 정황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진술들과 같이 F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1은 2014. 7. 21. 앞서 본 휴대폰 케이스와 함께 이 사건 당시 F의 휴대전화에 녹음되었던 내용이라면서 그 내용이 담긴 cd를 제출하였다(증거목록 19번 cd). 그런데 위 cd에 의하면, 부스럭거리거나 걸어 다니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아 퍼", "하지마, 제발 좀 그만 하라고", "아 씨, 좀! 아, 아", "악-악-악"이라는 여성의 목소리만이 확인된다 [이 법원의 cd 조사결과, 증거목록 22번 녹음파일 청취(증거 기록 222쪽)1.

이러한 음성내용이나 억양 등을 통해서는 당시 여성이 비교적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자연스럽고, 달리 약물 등으로 인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② 졸피뎀에 관하여는 약물 복용 후 수면 시까지 약에 취한 상태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보고되기는 하나, 이는 기본적으로 불면증 환자에 대하여 단시간에 효과를 나타내는 수면제이다(증거기록 227, 230, 233, 396쪽). 그런데 F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본인이 기억해 낸 행동들은 본인 스스로 행한 비교적 적극적인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F의 진술은 수면 효과라는 졸피뎀의 기본적 효능에 부합되기 어려운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인다.

③ I의 진술과 같이 남성의 대화 및 그에 이어진 F의 다소 경황이 없는 대화의 존재를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 즉 1은 위와 같은 대화내용이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삭제하였고(I은 이 대화내용이 앞서 여성의 목소리만 녹음되어 있는 cd 다음에 이어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는 이 사건 발생 2~3개월 후 자신과 F가 지난 일을 잊고 새로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라고 진술하였다(I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7, 11쪽). 이러한 I의 진술을 감안하더라도, F의 의도하지 않은 성관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그 유력한 물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정이나, 오히려 이 2013. 12.경 ~ 2014.1.경 F를 대신하여 피해 상담을 하고(증거목록 39번 상담일지 사본발급) 피해신고를 하는 등 그와 같이 녹음파일을 삭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에 자신의 종전 입장과 배치되는 행동을 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과연 1의 진술과 같이 그러한 녹음파일이 존재하였는지에 관한 의문이 해소되기 어렵다.다. F의 상해 관련

(1) I은 2014. 7. 21. 앞서 본 휴대폰 케이스와 함께 F가 이 사건 당시 강간을 당하는 과정에서 입은 것이라면서 상처 사진을 제출하였다(증거목록 18번 사진, 증거기록 197-206쪽). 위 사진에 의하면 F의 얼굴, 등, 팔, 다리 등에 타박상 내지 찰과상이 있음이 확인된다.

(2)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F가 졸피뎀으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서 간음당하는 상황이라면, 위 사진과 같이 F에게 광범위한 다수의 상처가 생긴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상처가 왜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만 F가 진술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그에 관한 합리적인 해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피고인의 행적 관련

(1)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은 자신의 신원을 감추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새벽인 2013. 9. 30. 00:57 경 나이트클럽의 술값을, 01:07 경 H 모텔의 숙박비를 자신의 카드로 각 결제한 뒤, 01:58경 그 모텔로부터 약 12분 거리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도 역시 카드 결제를 하였다(변호인 제출의 증 제2, 3호증).

②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오후인 2013. 9. 30. 16:00경 F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기도 하였다[피고인에 대한 경찰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74쪽), I에 대한 제1회 경찰 진술조서(증거기록 34쪽)1.2)

(2) 이러한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행적은, 졸피뎀이라는 약물까지 사용하여 강간에 나아가는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범인이 취할 행동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마. 소결론

피고인이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부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유창훈

판사장원정

판사최승훈

주석

1) I은 F의 피해 이후 잠을 제대로 못자 수면유도제로 처방받은 것인데 이후 복용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

고 있다.

2) 당시 이 전화를 받는 바람에 피고인이 당황하면서 머뭇대자, 이 F와 잤냐고 따지면서 성관계 소리를

들었다거나 녹음되어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였고, 이후 피고인은 F와 통화하기 위해 자신의 처 몰래

개통한 위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F에게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