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06.11.10.(39),2318]
[1] 제3자의 채권침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및 그 위법성의 판단 기준
[2] 세무사가 공기업 노동조합의 주선으로 노동조합원들과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하고 세무업무를 처리하였는데, 노동조합원들이 세무대리계약상의 약정수수료가 과다하다고 항의하므로 노동조합이 이를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세무사와 협의를 진행하다가 협의가 결렬되자 노동조합원들에게 세무사가 제기한 약정수수료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도록 조언하는 한편, 노동조합원들의 이름으로 약정수수료 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 등에서 세무사의 약정수수료가 25% 감액된 경우, 노동조합이 세무사의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약정수수료 채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1] 제3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채권을 침해한 때에는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채권자는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는 제3자의 행위로 채무의 이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그 제3자에 대하여 방해행위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행목적물의 위법한 억류 또는 채무자의 자유 구속 등 유·무형을 불문하나, 단순히 제3자가 채무자에게 지불의 일시보류를 요청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채무자가 제3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거나 이를 거절하기 심히 곤란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위와 같은 요청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응낙 여부는 채무자의 임의에 속하고, 만일 채무자가 이를 구실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한다면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부담할 뿐,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제3자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다만, 거래에 있어서 자유경쟁의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므로,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여기에서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세무사가 공기업 노동조합의 주선으로 노동조합원들과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하고 세무업무를 처리하였는데, 노동조합원들이 세무대리계약상의 약정수수료가 과다하다고 항의하므로 노동조합이 이를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세무사와 협의를 진행하다가 협의가 결렬되자 노동조합원들에게 세무사가 제기한 약정수수료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도록 조언하는 한편, 노동조합원들의 이름으로 약정수수료 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확인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 등에서 세무사의 약정수수료가 25% 감액된 경우, 노동조합원들이 세무사의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지, 세무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할지, 궁극적으로 세무사에게 약정수수료를 지급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노동조합원들이 임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세무사의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약정수수료 채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공2001하, 1323)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공2003상, 965)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4다55230 판결 (공2006하, 1652)
박화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동부 담당변호사 장호)
전국전력노동조합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명현)
2006. 7. 26.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6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의 1, 2, 갑3 내지 15, 46호증, 갑47호증의 1 내지 3, 갑48호증, 갑49호증의 1, 2, 갑50, 52, 53호증, 을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세무사이고, 피고 전국전력노동조합(이하 ‘전력노조’라고만 한다)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라고만 한다) 소속 직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며, 피고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이하 ‘한수원노조’라고만 한다)은 2001.경 한전이 6개 자회사로 분리됨에 따라 설립된 한전의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이라고만 한다) 소속의 직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나. 산업자원부장관은 1999. 1. 5.경 한전 등 공공기관에게 퇴직금제도를 개선하라는 내용의 공공기관 퇴직금제도 개선방안을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한전은 1999. 12. 27. 피고 전력노조와 사이에 퇴직금제도에 관하여 종전의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현금 또는 전력채권 등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교섭협정을 체결하였다.
다. 위 단체교섭협정 당시 퇴직금정산은 정산기준일을 1999. 12. 15.자로 하고,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지급은 2000. 6. 30.(단 간부직원은 2000. 9. 30.)까지로 하되, 2000. 1. 1.부터 퇴직금 중간정산금 지급 전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율에 의하여 계산된 이자상당액을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하면서, 2000. 3. 말까지 1인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다만 본인 희망시에는 전력채권으로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2000. 3. 말까지 전액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한전 직원들(나중에 한수원 직원으로 된 사람들도 있다. 이하 구별하지 아니하고 ‘한전 직원들’이라고만 한다)은 1차로 2000. 2. 29. 및 2000. 3. 31.에 퇴직금 중간정산금 및 이에 대한 그때까지의 이자상당액(이하 ‘1차 이자상당액’이라 한다)을 지급받았고, 2차로 2000. 6. 30.(간부직원은 2000. 9. 30.)에 나머지 중간정산금 및 이에 대한 1차 지급일 다음날부터 그때까지의 이자상당액(이하 ‘2차 이자상당액’이라 한다)을 지급받았다.
라. 한편, 국세청은 1999. 10. 22.경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퇴직금 중간정산금 지연지급 관련 이자상당액의 소득구분에 관한 질의에 대하여 “중간정산 퇴직금을 2회 이상에 걸쳐 분할지급하되 미지급 잔액에 대하여는 소정의 이자상당액을 가산하여 지급하는 경우 최초의 분할지급시 퇴직소득(미지급금 포함)에 대한 원천징수를 하는 것이며, 미지급 잔액에 대하여 가산 지급하는 이자상당액은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것이다.”라고 회신한 바 있는데, 위 한전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1, 2차 이자상당액에 대하여도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2호 에 근거하여 이를 이자소득 중의 하나인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유권해석하였고, 이에 따라 한전은 위 1, 2차 이자상당액에 대하여 이자소득세 25%와 주민세 2.5%(이자소득세의 10%)를 합한 27.5%의 세율을 적용하여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를 원천징수하였다.
마. 원고는 위와 같은 국세청의 유권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2001. 3.경 피고 전력노조 관계자를 찾아가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이자상당액에 대한 세금환급업무에 관한 대리권을 위임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리하여 2001. 4. 4.경 피고 전력노조의 주선하에 약 27,000명의 한전 직원들과 위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이자상당액에 대하여 원천징수되었거나 원천징수될 이자소득세 및 주민세를 환급받거나 원천징수되지 않도록 원고가 위 직원들을 대리하여 세무업무를 처리하고, 그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일체의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되, 원고의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환급 또는 취소·경감되거나 충당되는 세액(주민세는 포함하되 국세환급금이자와 지방세환부이자는 제외한다)과 원천징수되지 않게 되는 세액이 있으면 그 25%를 원고에 대한 보수로 지급하기로 하고, 만일 한전 직원들의 사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세액의 전부환급 또는 원천징수의 전액면제를 전제로 한 25% 상당 보수액의 반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세무대리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바. 원고는 한전 직원들과 체결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01. 5. 말경 한전 직원들에 대한 2000년도 귀속소득신고를 함에 있어서, 2001. 5. 4. 한국전기안정공사의 퇴직금 중간정산금 지연지급 관련 이자상당액의 소득구분에 관한 질의에 대하여 재정경제부가 “퇴직금 중간정산 실시가 지연됨에 따라 중간정산기준일과 실제 지급일(퇴직금을 분할 지급하는 경우에는 최초 분할 지급일)간의 기간에 대하여 소정의 보상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 퇴직소득에 해당한다.”고 회신한 내용을 참조하여 중간정산기준일로부터 최초 분할 지급일인 2000. 2. 29. 및 2000. 3.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1차 이자상당액을 퇴직소득으로 보고 퇴직소득확정신고를 한 다음 그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이자소득세)을 퇴직소득세 기납부세액으로 하여 환급신고하였고, 위 최초 분할 지급일 다음날부터 분할지급일인 2000. 6. 30. 및 2000. 9. 30.까지의 기간에 대한 2차 이자상당액을 이자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신고를 하면서 이에 상당하는 원천징수세액을 종합소득세의 기납부세액으로 신고하였다.
사. 그 후 원고는 2002. 3. 14. 재정경제부에 2차 이자상당액이 퇴직소득인지 이자소득인지에 대한 질의를 하여 재정경제부로부터 위 질의를 이송받은 국세청으로부터 2002. 3. 28. “1차 이자상당액은 퇴직소득에 해당하는 것이나, 2차 이자상당액은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는데, 원고가 대한지적공사의 직원인 소외 여용규를 세무대리하여 국세심판원에 “2차 이자상당액도 이자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에 해당하므로 퇴직소득으로 과세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하여 2002. 5. 17. 국세심판원으로부터 “2차 이자상당액도 이자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에 해당한다.” 취지의 결정을 받음으로써, 같은 해 7. 25.경에는 국세청으로부터도 “중간정산기준일과 실제의 지급일간의 기간에 대하여 소정의 보상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 당해 보상액은 그 지급시기에 관계 없이 퇴직소득에 해당한다.”는 최종 회신을 받기에 이르렀다.
아. 그리하여 원고는 위 국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2002. 7. 5.경 2차 이자상당액에 대하여 한전 직원들로부터 원천징수된 이자소득세의 환급서류를 작성하여 각 의뢰인별 관할세무서에 일제히 발송하였고, 그 무렵 한전에는 그 환급을 독촉하는 서면을 보냈다. 또한, 원고는 행정자치부에 지방세인 소득할 주민세 환급에 관한 질의를 하여, 2002. 7. 26. 행정자치부로부터 “소득할 주민세가 과오납되었을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환부토록 하고 있다.”는 내용의 회신을 받았다.
자. 이에 따라 한전 직원들은 과세관청으로부터 이미 원천징수된 위 퇴직금 중간정산금의 1, 2차 이자상당액에 대한 이자소득세(25%) 및 주민세(2.5%)에서 퇴직소득세(3%)와 주민세(0.3%=퇴직소득세의 10%)를 공제한 이자소득세 22%(25%-3%)와 주민세 2.2%(2.5%-0.3%)를 각 환급받았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1차 이자상당액에 대하여 원천징수된 세금이 2001. 6. 말경 환급됨에 따라 원고가 한전 직원들로부터 받아야 할 보수(이하 ‘1차 수수료’라고 한다)는 약 18억 4천만 원이고, 2차 이자상당액에 대하여 원천징수된 세금이 2002. 9.경 환급됨에 따라 원고가 한전 직원들로부터 받아야 할 보수(이하 ‘2차 수수료’라고 한다)는 약 4억 원이다.
차. 그런데 피고들은 2001. 7.경 1차 수수료가 발생한 직후 원고에게, “자신들이 기존의 세무대리계약에 동참하지 않은 간부직원들로부터도 1차 수수료를 납부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아주고, 2차 수수료는 당초 약정대로 25%를 지급하겠으며, 위 수수료를 급여에서 일괄공제하여 지급할 테니 1차 수수료는 하향조정하자.”고 제의하므로, 원고는 피고들에게 위 조건들이 충족되는 것을 전제로 1차 수수료를 환급세액의 10%로 감액해주기로 하였는데, 피고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전제 조건은 하나도 지키지 않은 채 하향조정된 수수료만을 급여에서 일괄공제하여 원고에게 납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전제 조건의 이행을 피고들에게 촉구하였으나, 피고들이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자, 피고들이 수수료 하향조정의 전제 조건을 이행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원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부산지방법원에 한전 직원들을 상대로 본래의 약정에 따른 수수료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다.
카. 그러자 피고들은 한전 직원들에게 원고의 약정수수료 청구에 대하여 수수료를 납부하지 말도록 수차 지시하고, 위 지급명령에 관하여는 이의신청을 하도록 조언하였으며(이에 따라 대다수의 한전 직원들이 이의신청을 하였다), 또한 원고의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채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한전 직원들이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세무대리보수금채무부존재확인 및 이미 지급한 보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한전 직원들의 이름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는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전 직원들의 이행불능 주장을 배척하고, 다만 신의칙 및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약정 보수액의 50%를 감액, 당초 약정 보수액의 50%만을 원고의 정당한 보수금으로 인정하였고,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역시 한전 직원들의 이행불능 주장을 배척한 다음 신의칙 및 형평의 원칙을 들어 원고의 적정한 보수금을 약정 보수액의 75%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함으로써 위 고등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계약상의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으므로, 위 계약에 따라 한전직원들로부터 약 22억 4천만 원 상당(1차 수수료 18억 4천만 원 + 2차 수수료 4억 원)의 성공보수를 받을 채권이 있다 할 것임에도, 피고들은 ① 원고가 한전직원들을 상대로 본래의 약정에 따른 수수료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자, 한전 직원들에게 원고의 약정수수료 청구에 대하여 수수료를 납부하지 말도록 수차 지시하고, 위 지급명령에 관하여 이의신청을 하도록 조직적으로 한전 직원들을 선동하였으며, ② 또한 다수의 한전직원들을 원고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세무대리보수금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등, 원고를 파멸시키기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면서 원고의 채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였고, 피고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는 한전 직원들에 대한 위 수수료 채권의 실현이 방해됨으로써 26억 원 상당의 손해(사업수입 14억 원 + 채권실현비용 4억 4,700만 원 +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 5억 원 + 채권일실예상액 2억 5,300만 원)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채권은 특정인에 대하여 특정행위를 청구하는 권리이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서만 그 권리의 목적인 행위를 청구할 수 있고, 제3자에 대하여 이를 청구하지 못할 것은 물론 제3자도 이에 응할 의무가 없는 소위 상대권이나, 채권도 법률이 보호하는 권리인 이상 일반인은 이를 존중하여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는 이를 침해치 못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 할 것이며 만일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침해한 때에는 채권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되어 채권자는 그 제3자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또 정당한 이유 없는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채무의 이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그 제3자에 대하여 방해행위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때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불법한 이행목적물의 억류 또는 채무자의 자유구속 등 유·무형을 불문할 것이나, 단순히 제3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지불의 일시보류를 요청함과 같은 행위는 채무자가 당해 제3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거나, 또 이를 거절하기 심히 곤란한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위와 같은 요청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응낙 여부는 전혀 그 채무자의 임의에 속한 바이며 만일 채무자가 이를 구실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이행을 거절한다면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치 못하는 것일 뿐, 제3자에 의하여 채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제3자가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거래에 있어서의 자유경쟁의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이로써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여기에서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내지 해의의 유무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0다3243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을 살피건대, 피고들이 법규에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등 위법하게 강압적으로 그 구성원인 한전 직원들로 하여금 원고의 채권 지급 청구에 응하지 않도록 하였다거나, 보수금지급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도록 강요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는 피고 전력노조의 주선하에 한전 직원들과 이 사건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원고의 노력으로 한전 직원들이 1, 2차 이자상당액에 대하여 원천징수당한 이자소득세 중 상당 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데,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과 관련된 퇴직금 중간정산금에 대한 이자상당액이 퇴직소득이라는 취지의 재경부 유권해석이 나오자, 한전과 한수원은 원고와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한전 직원들에 대하여도 위 세무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하여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한전 직원들은 수수료 등을 전혀 지급함이 없이 세금을 환급받게 된 사실, 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한전 직원들이 피고들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원고의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항의하기에 이른 사실, 피고들은 이 문제를 한전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피고들이 일괄적으로 원고와 협의하여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하에 원고와 협의를 진행하였고, 협의가 결렬되자 한전 직원들로 하여금 원고가 제기한 지급명령에 대하여는 이의신청을 제기하도록 조언하는 한편,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한전 직원들의 원고에 대한 보수금 지급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기로 결의한 사실, 위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에서 실제로 원고의 보수금이 25% 감액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들을 위에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을 주선한 자로서 보수금 지급에 관하여 문의를 해 오는 한전 직원들에게 법률적인 조언을 해 주고,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그 일환으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에 불과하고, 한전 직원들이 원고의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것인지, 원고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것인지, 궁극적으로는 원고에게 약정에 따른 보수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한전 직원들이 자신의 임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들이 한전 직원들에게 위와 같이 조언을 하는 등으로 도와주었다는 사유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의 한전 직원들에 대한 수수료 채권을 위법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결국 피고들이 한전 직원들로 하여금 원고의 지급명령에 이의신청을 하도록 조언하거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도와준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