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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다47367 판결

[예치금반환][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방법

[2] 법률행위에 조건이 붙어 있는지에 관한 법적 판단의 성질(=사실인정) 및 증명책임자(=조건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

[3] 갑이 공개매각절차를 통하여 파산관재인 을한테서 파산자 회사가 신축하고 있던 미완성 건물을 매수하였는데, 갑과 을이 이와 관련하여 ‘갑은 건물 매매에 따른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파산절차 종료시까지 을에게 예치한다. 예치기간 내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경우 공급자(파산관재인)는 부가가치세법 규정에 의하여 갑에게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예치금을 부가가치세로 징수·납부한다.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아니할 때에는 파산절차 종료시에 갑에게 반환하며, 파산절차 종료 전이라도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가 없음이 확정되거나 면제된 경우에는 즉시 예치금을 갑에게 반환한다’는 내용의 예치금 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예치금 약정 당시 갑과 을이 적법한 부가가치세 부과나 매입세액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 교부를 정지조건으로 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을의 세금계산서 교부의무를 예치금 약정의 주된 채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예치금 약정 당시 적법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불가능하였다거나 을 또는 파산자 회사가 갑에게 매입세액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는 이유로 예치금 약정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고, 을이 예치금으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면서 갑에게 매입세액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의무가 있다거나 을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갑이 매입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우신컨테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상호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시엘백화점의 파산관재인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피고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 3점에 대하여

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6753 판결 참조).

한편 조건은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법률행위와 동시에 그 법률행위의 내용으로서 부가시켜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제한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어느 법률행위에 붙은 조건의 성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법률행위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었는지 아닌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그 조건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다35766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주식회사 시엘백화점(이하 ‘시엘백화점’이라 한다)은 백화점 운영, 신축건물 임대 및 분양업 등의 사업을 하다가 1997. 12. 30.경 최종 부도 처리되었고, 1999. 6. 30. 세금체납 등을 이유로 영등포세무서장에 의하여 사업자등록이 직권으로 말소되었으며, 2001. 5. 3.에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 ② 파산법원은 당초 소외인을 시엘백화점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하였으나 현재는 피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어 있는 사실(이하 특별히 소외인과 피고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소외인도 ‘피고’라 한다), ③ 원고는 2003. 7.경 공개매각절차를 통하여 피고로부터 시엘백화점이 신축하고 있던 미완성 백화점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140억 1,000만 원(단, 부가가치세 별도)에 매수하였고(이하 ‘이 사건 매매’라 한다), 2003. 12. 8.까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매매대금 140억 1,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 ④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관계자 명의변경을 요구하였고, 피고가 그에 대한 허가를 파산법원에 신청하자, 파산법원은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매매에 따른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교부하게 한 후, 파산절차 종료시까지 피고에게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아니할 경우 원고에게 반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피고가 이를 보관하라는 취지의 보정명령을 한 사실, ⑤ 이에 원고는 파산자 시엘백화점이 폐업하여 사업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업자등록이 말소되어 적법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도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더라도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파산자 시엘백화점이 굳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려는 뜻을 이해할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건물은 폐업시 잔존 재화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매매에 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보정명령을 재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사실, ⑥ 그럼에도 파산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자, 원고는 2004. 2. 27. 피고와 ‘원고는 이 사건 건물 매매에 따른 부가가치세 상당액으로 14억 100만 원을 파산절차 종료시까지 피고에게 예치한다. 예치기간 내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경우 공급자(파산관재인)는 부가가치세법 규정에 의하여 원고에게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위 예치금을 부가가치세로 징수·납부한다.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아니할 때에는 파산절차 종료시에 원고에게 반환하며, 파산절차 종료 전이라도 부가가치세의 납부의무가 없음이 확정되거나 면제된 경우에는 그 즉시 위 예치금을 원고에게 반환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예치금 약정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14억 100만 원(이하 ‘이 사건 예치금’이라 한다)을 지급한 사실, ⑦ 한편 영등포세무서장이 2005. 4. 22.경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와 관련하여 2003년 제2기 부가가치세 14억 100만 원과 가산세 601,869,600원을 부과·고지(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 한다)하자, 피고는 2005. 4. 29.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를 모두 납부하였으나,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하지는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다. 앞서 본 법리와 위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매매 당시 원고는 아무런 조건 없이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로서는 굳이 어떠한 조건을 붙여 이 사건 예치금을 수령할 이유가 없었던 점, ② 그럼에도 원고가 부가가치세는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건축관계자 명의변경만을 요구함에 따라 피고는 장래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경우에 대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예치금의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또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이후에 발행·교부되는 세금계산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화나 용역의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 이후에 발행·교부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여 매입세액 공제가 불가능하므로, 이러한 세금계산서의 교부를 정지조건이나 주된 채무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점, ④ 한편 이 사건 예치금 약정의 문언상으로도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경우’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아니할 경우’로만 구분되어 있을 뿐 부가가치세가 위법하게 부과될 경우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예치금 약정 당시 원고와 피고가 적법한 부가가치세의 부과나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의 교부를 이 사건 예치금으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 위한 정지조건으로 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의 세금계산서 교부의무를 이 사건 예치금 약정의 주된 채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예치금 약정 당시 이 사건 매매에 관한 적법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불가능하였다거나 피고 또는 파산자 시엘백화점이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에 따른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예치금 약정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건물의 공급시기를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건축관계자 명의변경이 이루어진 2004. 3. 13.경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부과처분이 있을 당시에는 이미 그 과세기간이 도과되어 피고로서는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예치금으로 이 사건 부과처분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납부함에 있어 원고에게 매입세액의 공제가 가능한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의무가 있다거나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원고가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예치금 약정의 무효나 피고의 세금계산서 교부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는바, 그 이유설시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의 구별 기준 및 세금계산서 교부의무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는 2005. 7. 8.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0887호 로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청구를 하였다가, 위 취소청구가 전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는 본안전 항변이 있자, 이 사건 부과처분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를 변경한 사실, 위 법원은 2006. 2. 9. 피고가 이 사건 부과처분에 따른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를 이미 납부한 이상 이 사건 부과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된 사실, 이에 피고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가합17725호 로 이 사건 부과처분에 따라 납부한 부가가치세 등 상당액에 대하여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였는데, 위 법원은 2006. 9. 6.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후 피고의 항소가 기각됨으로써 그 무렵 위 판결도 확정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를 위하여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등의 적법한 구제절차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원고가 피고에게 행정심판 청구기간이 도과되기 전에 전심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고지하였다거나 피고에게 소송비용을 제공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예치금 약정에 따른 조건성취가 의제되거나 피고에게 조건성취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조건성취 방해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안대희 이인복(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