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배임][미간행]
단순히 타인에 대한 채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공1985, 289)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공1987, 924)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최원영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1. 원심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이름 생략)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서 축산분뇨 처리장치[일명 타오(TAO) 시스템]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하여 공소외 1과 알켐코리아 주식회사(이하 ‘알켐코리아’라 한다)를 설립하였고, 피고인이 알켐코리아 주식을 매각한 후에도 자신의 타오(TAO) 시스템 특허권을 알켐코리아에 이전하여 주었으며,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알켐코리아 기술고문의 직함을 사용하였고, 피고인의 제자들이 알켐코리아에 다수 취업하였으며, 위 직원들은 이후 피고인과 알켐코리아 사이에 체결된 음식물쓰레기의 통합자원화를 위한 타오Ⅱ(TAO-Ⅱ)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 연구업무 수행과정에서 피고인과 함께 연구활동을 하기도 하였고, 수시로 피고인의 지시를 받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에 따라 피고인은 2000. 5.부터 2002. 4.까지 음식물쓰레기의 통합자원화를 위한 타오Ⅱ(TAO-Ⅱ)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연구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알켐코리아에 제출하고, 이에 소요되는 연구비로 250,000,000원을 지급받으며, 신의를 가지고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의 각 조항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하고, 알켐코리아의 동의 없이는 연구와 관련하여 취득한 상대방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여서는 안되며, 알켐코리아와의 연구기간 동안 알켐코리아 이외의 다른 사람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으로 계약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비록 알켐코리아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알켐코리아의 기술고문으로서 회사의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은 연구과제의 실용화를 통한 상업화 목적에 의한 것으로 재산상 사무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며, 피고인은 독자적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알켐코리아로부터 연구비를 지급받아 일정한 기간에 합의된 과제를 연구하여 그 성과물을 제출하고, 알켐코리아는 그 결과를 독점적으로 제공받아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인은 위 계약에 근거하여 연구업무를 충실하게 진행할 뿐만 아니라, 이중계약, 연구비밀누설 등의 행위로 인해 알켐코리아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도록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에 위반하여, 피고인이 2000. 8. 24.경 강원지역환경기술센터와 위 시험연구용역계약과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고, 2001. 9.경 강원지역환경기술센터에 이미 알켐코리아에 제출한 시험연구용역 결과를 다시 제공함으로써, 알켐코리아가 피고인에게 제공한 연구용역비 2억 1,000만 원, 알켐코리아가 연구용역 담당직원에게 지급한 임금 17,355,140원, 합계 227,355,140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알켐코리아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는바, 재산상의 이익취득에 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재산상의 이익취득과 임무위배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5도6439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판시한 바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알켐코리아로부터 제공받아 취득한 재산상 이익인 연구용역비와 담당직원 임금은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에 따른 알켐코리아의 의무이행에 기한 것일 뿐,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적시되어 있는 강원지역환경기술센터와의 계약 체결 또는 용역결과 제공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이 아니므로, 원심이 지적하고 있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과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재산상의 이익 취득과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은 위법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직권 판단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할 것이고,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이거나 단순히 타인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함에 불과한 경우라면 본인의 사무로 인정될지언정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2127 판결 ,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무한책임사원인 합자회사 지역환경구조연구소와 알켐코리아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은 피고인이 자신의 책임하에 연구개발계획을 수립하여 자신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축산분뇨 처리장치[일명 타오(TAO) 시스템] 기술을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처리에도 적용하여 연구한 결과인 보고서를 알켐코리아에 제출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제출 후에도 피고인이 무한책임사원인 합자회사 지역환경구조연구소가 여전히 그 결과에 대한 특허출원권을 가지고, 오히려 알켐코리아가 이러한 연구 결과와 관련하여 취득한 피고인의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피고인과 알켐코리아 경영자인 공소외 2 사이에 체결된 2001. 7. 17.자 이 사건 합의계약 내용도 피고인이 그때까지의 연구결과만을 정리한 보고서를 알켐코리아에 제출하되, 다만 알켐코리아가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속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이에 따른 기술적 지도를 하여야 하나, 이에 대한 연구개발이 완료될 경우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그 결과에 대한 특허출원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어, 피고인의 원심 판시와 같은 내용의 의무는 알켐코리아의 재산을 관리보전할 임무부담행위가 아닌 단순한 계약상 채무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강원지역환경기술센터와 이 사건 시험연구용역계약과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고 강원지역환경기술센터에 이미 알켐코리아에 제출한 시험연구용역 결과를 다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임무위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