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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도1212 판결

[강제추행치상][공1996.2.15.(4),637]

판시사항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점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1993. 6. 14. 02:00경 부산 금정구 남산동 소재 신암세탁소 앞길에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욕정을 일으켜 동인을 추행하려고 마음먹은 후, 그 뒤를 따라가다가 동인의 뒤에서 오른손으로 동인의 유방을 만지고 동인이 반항하자, 오른팔로 동인의 목을 감고 왼손으로 동인의 입을 막아 땅에 넘어뜨린 후 동인의 등을 발로 차서 동인을 강제로 추행하고, 그로 인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약 14일간의 견갑부찰과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것이다"는 것이고, 원심은 제1심이 든 증거들인 위 피해자와 그 남편인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위 피해자의 검찰 및 경찰에서의 각 진술조서의 각 기재, 위 공소외 1의 진술서의 기재, 위 피해자에 대한 진단서의 기재에다가 원심 법정에서의 위 피해자, 공소외 1 및 이 사건의 인지 및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들인 공소외 이병완, 이상순, 김만식, 박세채, 위 피해자에게 경찰관을 소개해 준 공소외 김학률의 각 진술을 추가한 후,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위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인 위 피해자의 각 진술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는바, 동인의 진술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먼저 위 피해자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위에 관하여 검찰에서는 "저가 경찰관들과 학산레포츠에서 처음 볼 때 피의자를 알아보았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원심 제1차 증언시에는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인의 집 근처 자취를 하고 있어 얼굴 안면 정도는 조금 있는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진술한 후, 사건 후 언제 피고인이 범인임을 처음 알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학산레포츠 에어로빅 강의실에 들어가서 피고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피고인이 범인임을 알고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원심 제2차 증언시에는 범인은 "처음보는 사람"이었고, 전회 증언시에 피고인을 안면 정도 있는 사람이라고 진술한 바가 없다고 진술하였고, 범행 후 피고인을 처음 본 시기에 관하여도 "경찰관과 같이 학산레포츠에 간 때"라고 진술하였다가 남편인 공소외 1의 진술과의 차이를 지적당하자 "정신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그 전날에 학산레포츠에 간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을 정정한 후, 자신이 남편에게 위 범행사실과 범인의 인상착의를 이야기 하자, 그 후 위 공소외 1이 범인을 찾으려고 주변을 탐문하다가 동네 분식집 아주머니로부터 학산레포츠센터에 범인과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자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그 곳에 가서 반바지 차림으로 나오던 피고인을 보고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같이 가보자고 하여 위 공소외 1과 같이 가서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인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함으로써 범행 후 최초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한 시점과 그 경위에 관한 진술내용이 일관되지 않아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나아가 위 피해자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하는 근거에 관하여 경찰 및 검찰에서는 "범행당시 자신이 제일슈퍼에서 차를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자신의 좌측에서 3m 간격을 두고, 80m 정도 같이 걸어간 범인의 얼굴을 관심있게 보았으며, 그 주위 일대의 가로등은 다 켜져 있어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주위가 밝았기 때문에 피고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았다"는 내용으로 진술하였으나, 제1심법정에서는 "당시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주위가 밝았다"고 진술하였다가 "신암세탁소 앞의 가로등은 꺼져 있었으나, 제일슈퍼와 신암세탁소 사이의 이면도로 가로등이 켜져 있어서 주위가 밝아 피고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합니다"라고 말하여 진술을 일부 정정하였고, 원심 제1차 증언시에는 다시 진술을 번복하여 당시 신암세탁소 앞의 보안등을 포함하여 그 주위의 보안등이 모두 켜져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제일슈퍼에서부터 범행장소인 신암세탁소 앞까지의 골목길에는 전기공사업체가 들어 있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전등 1개와 신암세탁소 앞의 전신주에 설치된 방범등(기록상 가로등, 보안등, 방범등의 용어가 혼용되고 있으나, 편의상 방범등이라 한다) 1개가 있을 뿐인데(공판기록 83, 84면의 각 사진의 영상), 위 전기공사업체의 주인인 공소외 김진상은 위 건물 외벽에 설치된 등은 방범등이 아니라 자신이 작업용으로 설치한 것이어서 작업을 할 때에만 켜두고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켜지 않으며, 범행 당시에도 켜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고(공판기록 192면), 범행 직후 위 피해자의 고함소리를 듣고 현장에 온 남편이나 공소외 주귀석은 일치하여 위 신암세탁소 앞의 방범등은 꺼져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공판기록 92, 345면), 더구나 위 주귀석은 당시 현장 주위는 택시 불빛에 보였을 뿐 택시가 가고 난 뒤는 가까이 있는 사람도 안 보일 정도로 깜깜하였고, 위 피해자에게 범인의 얼굴이나 인상착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범인이 추리닝을 입었는데 얼굴은 자세히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범행당일 01:00경 위 범행 현장과 아주 가까운 피고인의 숙소까지 피고인을 차로 데려다 주었던 공소외 강영일도 당시 가로등이 없어 주위가 온통 암흑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공판기록 175면)이 엿보이는바, 그렇다면 위 전기공사업체의 작업등과 신암세탁소 앞의 방범등이 모두 켜져 있어서 주위가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았기 때문에 피고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았다는 위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별다른 증거 없이 위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단정하였으니, 이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