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등취소
2014누50790 시정명령등취소
주식회사 A
공정거래위원회
2015. 7. 15.
2015. 8. 19.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14. 4. 25. 전원회의 의결 제2014-89호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1. 인정되는 사실
가. 원고 등의 지위
원고와 B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주식회사의 경우 그 법인명 중 '주식회사' 부분을 따로 적지 않는다)는 건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2공구 턴키공사1)에 관한 입찰
(1) 부산교통공사는 2008. 12. 10.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구간) 공사 중 턴키공사로 진행되는 4개 공구(1~4공구)에 관한 입찰을 공고한 후 공구별로 설계점수가 80점 이상인 설계적격자 중 설계 점수에 65%, 가격점수에 35%의 가중치를 부여하여 이를 합산한 점수가 가장 높은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하였다.
(2) 원고는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동부토건과 지분율을 40%, 25%, 25%, 10%로 정하여, B은 삼부토건, 용호건설, 해도종합토건과 지분율을 35%, 25%, 20%, 20%로 정하여 각각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후 2009. 4. 28.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구간) 공사 중 C공구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한 입찰에 참여하였다. 원고 공동수급체는 종합 평점에서 93.03점을 받아 2009. 10. 16. 이 사건 공사의 낙찰자로 결정되었고, 그 무렵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계약금액을 89,154,000,000원으로 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2014. 4. 25. 전원회의 의결 제2014-89호로 '원고와 B이 2008. 12. 16. ~18.경 원고는 낙찰자로서, B은 들러리로서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후 2009. 4. 28. 이를 실행함으로써(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별지 기재와 같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과징금의 산정 내역은 아래와 같다.
(가) 관련매출액 : 89,154,000,000원(이 사건 공사의 계약금액)
(나) 부과기준율 : 7%(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다) 행위자 요소 등에 의한 조정
1) 고위 임원 관여를 감안한 가중 : 10%
2) 조사 방해를 감안한 가중 : 10%
(라) 추가 조정
1) 공동수급체 구성을 감안한 감경 : 10%
2) 현실적 부담능력을 감안한 감경 : 50%
3) 시장·경제적 여건을 감안한 감경 : 10%
(마) 최종 부과과징금 : 2,246,000,000원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절차적 하자 여부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수령한 직후 관련 증거자료에 대한 열람·복사를 신청했으나 피고가 부당하게 이에 응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2) 판단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2014. 3. 14.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후 2014. 3. 18. 의견 제출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심사보고서에 언급된 각종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를 신청한 사실, 그러나 피고는 '자료 제출자의 부동의'를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다만 원고가 열람·복사를 신청한 자료 중 원고의 담당 임원이었던 D이 작성한 확인서 사본은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제52조의2에서는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처분과 관련된 자료의 열람 또는 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료를 제출한 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피고에 대한 자료 열람·복사 요구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자료 열람·복사 요구에 반드시 응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 제출자가 열람·복사에 부동의하고, 열람·복사의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자료 열람·복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기 전에 공정거래법 제49조 제3항에 따라 원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이를 증명하는 주요 자료 및 정황이 상세히 정리된 심사보고서를 원고 측에 보냈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제52조에 따라 원고로 하여금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줌으로써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가 '자료 제출자의 부동의'를 이유로 원고의 자료 열람·복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을 두고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 자체를 취소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처분사유의 존부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B과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관하여 낙찰자와 들러리 참여자를 미리 합의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채택한 증거, 갑 제3, 13, 15호증, 을 제1~9, 11~24, 26~28호증(이하 가지번호가 있는 서증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와 갑 제14, 16호증의 각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하는 갑 제17호증의 일부 기재는 객관적 사실이나 정황에 배치되어 믿을 수 없고, 갑 제4~12호증의 각 기재는 위와 같은 사실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공동행위가 있었을 당시 원고의 담당 임원이었던 D은 '본사 영업기획팀의 요청에 따라 B의 E과 협의하여 B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도록 하였고, B에 기본설계 등과 관련된 도움을 주었다.'고 진술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한 사실을 시인하였다. 또 이 사건 공동행위의 다른 당사자인 B의 담당 임원인 E과 담당 직원인 F 역시 'B은 원래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D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면 향후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형식적인 참여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D, E, F의 각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지어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일 뿐 아니라 아래에서 보는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황과도 자연스럽게 들어맞아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비록 원고가 지적하는 것처럼 D, E, F의 각 진술 내용 중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나, 이는 기억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나) 원고는 2012년 12월 중순경 당초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경쟁사업자인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자칫 원고 공동수급체만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여 유찰될 우려가 있었으므로, 이를 막으면서 이 사건 공사를 확실하게 낙찰 받기 위해서는 들러리로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사업자가 필요하였다. 한편, B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로서 부산 지역 등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고의 들러리 참여 요청에 응할 경우 향후 영남권에서 시행되는 각종 건설공사의 수주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와 B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할 경제적 유인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되고, 원고가 이 사건 공사를 낙찰 받은 후 실제로 B에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 당시 B에 향후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구간) 공사 중 5, 6공구에 대한 입찰이 진행될 경우 B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겠다는 제안을 하였으나 실제 입찰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여 낙찰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입찰 참여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 아래와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존재를 추단케 하는 여러 간접 정황이 발견된다.
1) B은 사전자격심사(Pre-Qualification)를 위한 서류 제출일(2008. 12. 19.)에 임박한 2008. 12. 16.경까지도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전혀 없었고, 갑작스럽게 입찰 참여를 결정한 후 2008. 12. 18.에야 비로소 이 사건 공사의 기본설계를 담당할 G(이하 'G'라 한다)과 접촉하였다.
2) B은 2009. 1. 15.경 G와 설계대금을 26억 8,600만 원(부가가치세는 별도)으로 정하여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에는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설계대금 전액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B과 G는 2009. 1. 23. 설계대금을 선급금 14억 2,400만 원과 성공보수금 12억 4,800만 원으로 나누는 것으로 합의하였는데, 그 배경에 대해서 B의 F은 '선급금의 액수를 이 사건 공사를 낙찰 받지 못할 경우 보전 받는 설계보상비 수준으로 맞추어 결과적으로 들러리 입찰 참여로 B에 설계비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G의 담당 임원인 H는 'B으로부터 원래 설계대금인 26억 8,600만 원에 맞는 설계가 아닌 선급금 14억 2,400만 원에 맞는 설계 지시를 받아 그에 부응하는 설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3) 이 사건 공사의 낙찰자는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하여 결정되는데 설계점수의 가중치가 65%, 가격점수의 가중치가 35%로서 설계점수의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B은 G에 기본설계 비용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에 따라 G는 지반조사를 직접 실시하지 않은 채 B이 제공하는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는 등 경비 지출을 최소화하여 기본설계를 하였다. 그 결과 가중치를 반영한 원고와 B의 설계점수는 각각 '58.03점'과 '52.23점'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였다.
4) B은 원고의 도움을 받아 삼부토건과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수 있었다. 또 원고는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여 얻은 지반조사 결과를 B과 공유한 것은 물론이고 이 사건 공사의 기본설계와 관련한 B의 요청 사항을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원고와 B은 이 사건 공사의 투찰일 전에 B의 실행률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였고, B은 원고 측에 알려준 실행률에 따라 산정한 입찰가격으로 투찰하였다.
5) 원고의 각종 내부 문서에 의할 때,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낙찰자가 결정되기 전에 이미 이 사건 공사를 100% 낙찰 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B의 주설계사인 G의 H는 '이 사건 공사를 낙찰 받지 못할 것을 사전에 예상하였다.'고 진술하였고, B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삼부토건 역시 이 사건 공사를 낙찰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 여부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 중 과징금납부명령에는 아래와 같은 하자가 있다.
(가) 공동수급체와 관련된 과징금 산정의 하자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을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계약금액 전액으로 보고,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공동수급체 내 지분율에 따른 원고의 실질적인 이익 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피고가 원고에 부과한 과징금은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얻은 부당이득의 규모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원칙을 위반하였다.
(나) 부과기준율 결정의 하자
이 사건 공구에 대한 입찰의 특성상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질서 저해 정도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를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여 7%의 부과기준율을 결정한 잘못이 있다.
(다) 임원 가중 적용의 하자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여한 D은 원고의 등기이사나 그 이상의 고위 임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부과할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고위 임원 가담을 이유로 10%를 가중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라) 현실적 부담능력을 감안한 조정의 하자
피고는 원고에 부과할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의 열악한 재무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2) 판단
(가)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에 공정거래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진다. 다만 피고가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잘못 판단하였거나 비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정청이 재량행위를 함에 있어서 자신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나) 그런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중 과징금납부명령에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1) 공동수급체와 관련된 과징금 산정의 하자 여부에 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22조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피고가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위임에 따른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2012. 6. 19. 대통령령 제23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이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말하고, 다만 위반행위가 '입찰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 사건과 같은 입찰담합에 있어서 위반사업자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관련매출액을 다르게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 공동수급체는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조합의 성질을 가지고, 원고는 조합원으로서 계약금액 전부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나아가 과징금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 환수적 요소가 부가되어 있는 것인데(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두7456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입찰 담합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위반사업자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낙찰을 받은 경우에 대해서도 위반사업자가 단독으로 낙찰을 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반행위의 대상이 된 당해 입찰의 규모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계약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보는 것이 불합리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피고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입찰담합을 한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이 사건 공사의 계약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본 것은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로서 적법하다.
나) 한편, 피고는 원고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공사를 낙찰 받은 사정을 감안하여 부과과징금을 최종 산정하는 과정에서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10%를 감경하였다. 여기에다가 피고가 원고에 부과한 최종 과징금은 관련매출액 대비 2.5%에 불과하고, 이 사건 공사의 계약금액 중 원고의 지분율 상당 금액 대비 6.3%인 점을 더하여 볼 때, 피고가 공동수급체 구성에 따른 원고의 실질적인 부당이득 규모를 감안하여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10%만을 감경한 조치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2) 부과기준율 결정의 하자 여부에 대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는 입찰시장에 있어서 낙찰자를 사전에 정한 행위로서 경쟁제한적 효과가 명백할 뿐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낙찰 받음으로써 이 사건 공동행위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또 이 사건 공사의 계약금액이 89,154,000,000원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후 대규모 턴키공사 급증 등으로 현실적으로 경쟁이 제한될 소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여 그 부과기준율을 공정거래법 및 그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9. 8. 2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09-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과징금고시'라 한다) IV.1.다의 (1)항에서 정한 부과기준율(7~10%)의 최저인 7%로 정한 조치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3) 임원 가중 적용의 하자 여부에 대하여
가) 과징금고시 Ⅳ.3.나의 (5)에서는 의무적 조정과징금을 가중하는 사유의 하나로 '위반사업자의 이사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 임원(등기부 등재 여부를 불문한다)이 위반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사업자단체 금지행위는 제외한다)'를 규정함으로써 법인등기부에 등재되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고위 임원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여한 경우에는 의무적 조정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제2조 제5호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임원의 의미에 대하여 "이사·대표이사·업무집행을 하는 무한책임사원·감사나 이에 준하는 자 또는 지배인 등 본점이나 지점의 영업전반을 총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업사용인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법인등기부에 등재되었는지 여부를 임원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으므로 과징금 고시 Ⅳ.3.나의 (5)가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들고 있는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두10621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나) 그런데 을 제10호증의 기재 및 갑 제17호증의 일부 기재에 의하면, D은 이 사건 공동행위가 있을 당시 비록 원고의 법인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원고의 영남지사장이자 이 사건 공사의 입찰 PM(Project Manager)으로서 상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이 사건 공사의 낙찰에 관한 본사 관련 업무 및 대외 업무를 총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D은 공정거래법 제2조 제5호 및 과징금고시 IV.3.나의 (5)에서 규정한 고위 임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고,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고위 임원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로 의무적 조정과징금(원고의 경우 의무적 조정사유가 없으므로 기본과징금이 곧 의무적 조정과징금이 된다)을 10% 가중한 조치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4) 현실적 부담능력을 감안한 조정의 하자 여부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심의일을 기준으로 원고의 직전 3개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을 각각 3:2:1로 가중 평균한 금액이 적자이므로 과징금고시에서 정한 감경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임의적 조정 과징금의 50%를 감경하였다. 원고의 주장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임의적 조정 과징금을 50% 이상 감경하지 않거나 과징금 자체를 면제하지 않은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 김광태
판사 손철우
판사 윤정근
1) 턴키는 일괄시공자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