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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9.7. 선고 2020구합74078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74078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1. 7. 20.

판결선고

2021. 9. 7.

주문

1. 피고가 2019. 12. 27.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C(1976. 2. 21.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3. 4. 25.경부터 2019. 8. 26. 사망할 때까지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야간 근무중이던 2019. 8. 26. 00:15경 이 사건 회사 공장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곧바로 F대학교 G로 이송되어 심폐소생술을 시행받았으나, 같은 날 00:32경 사망하였다.

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의는 2019. 9. 6. 망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여 망인의 사인을 허혈성심장질환으로 판단하였다.

라. 그 후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이 과로, 교대업무 등으로 허혈성심장질환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9. 12. 27.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0. 5. 21. 같은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한 이후 월평균 2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오랫동안 과로상태에 있었고, 1주 간격으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교대근무를 하였으며, 고온과 기준치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는 등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근무하였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건강상태가 크게 악화되어 2019. 3. 27.경에는 대상포진이 발병하였으나 그 이후에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허혈성심장질환이 발병하였거나 기존의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진행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로환경과 담당업무

가) 망인은 2013. 4. 25.경부터 2019. 8. 26. 사망할 때까지 약 6년 4개월간 이 사건 회사 제조공장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 취업하기 전에도 2008. 6.경부터 대부분의 기간 여러 제조업체 등에 취업하여 근무하여 왔다.

나) 이 사건 회사 공장에서는 용광로에서 쇠를 녹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망인은 용광로 부근에서 용해된 원료의 주입상태를 확인하여 주입기로 용해액에 첨가제를 배합하고, 시료용 쇳물을 길이 1.5m의 긴 국자를 이용하여 채취․검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 공장에서는 24시간 용광로를 가동하고 있어 망인이 일하던 작업장의 용광로 부근 온도는 약 35도에 이르렀고, 평균 소음은 만성적인 소음 수준인 약 82dB였다. 작업장 내에는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망인은 화상 방지를 위하여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방화 무릎보호대, 방화 앞치마를 착용한 상태에서 근무하였다.

2) 망인의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가) 망인의 2018. 8.경부터 사망 무렵까지 근무시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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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1주 간격으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번갈아가며 교대근무를 하였다. 주간근로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 9시간이고, 야간근로시간은 20:00부터 05:00까지 9시간이다. 주간근로자의 휴식시간은 1시간이나, 야간근로자의 휴식시간은 이보다 짧은 30분이다(잔업시는 1시간). 또한 작업자는 업무 개시 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업 지시 등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망인의 실제 출근시간은 근로 시작시간보다 최소 30분 이상, 최대 두 시간 가까이 더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 이 사건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2019. 3. 4.부터 2주간, 2019. 7. 7.부터 2주간, 2019. 8. 4.부터 4주간 사이에 간헐적으로 휴업을 실시하였는데, 망인은 그로 인해 2019. 3. 4.부터 5일간, 2019. 7. 7.부터 5일간, 2019. 8. 4.부터 10일간 출근할 수 없었다. 따라서 망인의 2019년 3월, 7월, 8월의 근로시간은 다른 달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출근하였을 때 많은 양의 일을 몰아서 하여야 했으므로 위 휴업기간 무렵 망인이 출근한 날의 1일 업무시간은 오히려 이 사건 회사가 휴업하지 않은 달의 1일 근무시간보다 긴 경우가 많았다. 사망 전 망인의 구체적인 업무태양을 보면, 망인은 2019. 7. 1.부터 2019. 7. 4.까지 거의 매일 10시간 이상씩 야간근무를 하고 다음 주는 휴식하였고, 2019. 7. 14.부터 2019. 7. 18.까지 매일 10시간 이상씩 야간근무를 하였으며, 2019. 8. 11.부터 2019. 8. 15.까지 매일 10시간 이상씩 야간근무를 한 다음 한 주를 휴식하였고 2019. 8. 25.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하였다가 그날 밤 자정 무렵 이 사건 회사 공장 내에서 쓰러져 사망하였다.

라) 위 표에 나타난 것처럼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망인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약 59시간이었고, 대상포진이 발생한 2019년 3월에는 휴업 등이 겹쳐 업무시간이 평소보다 줄었다가,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는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약 54시간으로 증가하였다. 망인의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0시간 52분이었으며,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22시간 47분이었다.

3)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09년경부터 심부전이 없는 고혈압성 심장병, 당뇨병성 다발성 신경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 알콜성 지방간, 죽상경화증, 양성고혈압,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등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망인은 사망할 때까지 규칙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고 혈압약, 인슐린, 경구혈당강하제, 간보호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나) 망인에 대하여 2018. 6.경 실시된 직장건강검진에서 담당의사는 고혈압 항목에 ‘고혈압이 비교적 잘 조절되고 있으며 저염, 저지방식이요법 등을 병행하십시오’라는 판정을 하였고, 혈압과 당뇨질환에 대하여도 ‘근무 중 치료’라고 입력하였다.

다) 망인에 대하여 2019. 6.경 실시된 직장건강검진에서 담당의사는 심혈관계질환 항목에 관하여 ‘현재 복용중인 양으로 잘 조절되고 있어 2차 수검 미실시하오니 꾸준한 투약 및 생활습관 관리 요’라고 판정하였고, 당뇨질환 항목에 ‘금식 후 측정한 경우, 당뇨병이 의심됩니다. 그러나 반드시 약 복용을 필요하지는 않는 정도이므로 식이요법과 운동 등으로 관리 후 재확인하십시오’라고 판정하였다.

라) 망인은 2019. 3. 27. 대상포진이 발병하여 2019. 5. 1.경까지 여러 차례 병원에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그러나 2019년 4월 망인의 업무시간은 약 211시간으로, 그 전달인 2019년 3월(약 167시간)보다 20% 이상 많았다.

4) 망인의 사망 당일의 상황

가) 망인은 2019. 8. 11.부터 2019. 8. 15.까지 위와 같이 매일 10시간 이상씩 야간근무를 한 다음 2019. 8. 16.부터 2019. 8. 24.까지 출근하지 아니하였다가, 2019. 8. 25.(일요일) 21:17경 다시 야간근무를 시작하였다.

나) 망인은 2019. 8. 26. 00:15경 이 사건 회사 작업장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곧바로 F대학교 G로 이송되어 심폐소생술을 시행받았으나, 같은 날 00:32경 사망하였다.

5) 의학적 소견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망인에 대한 부검감정서

해부소견상 심장 관상동맥에서 고도의 동맥경화 소견을 보고, 심장 좌심실벽의 육안 및 조직학적 검사상 진구성 심근경색 소견을 보이는 점 (중략)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판단됨.

나) 피고 자문의들의 의견 요지

[자문의 1]

망인이 통상적인 수준의 범위를 넘어서는 연장 근무로 과로를 초래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항이 없고, 업무와 관련된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정할 수 없는 사항이 없으며,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도 없어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됨.

[자문의 2]

(전략) 가중요인은 소음과 교대근무 등이 인정되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에 미치지 못하여 업무관련성이 낮음

다)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순환기내과)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허혈성심장질환)은 죽상경화 위험인자들에 대한 개념으로 접근되며, 주요 위험인자들은 높은 LDL 콜레스테롤, 흡연, 고혈압, 낮은 HDL 콜레스테롤, 당뇨, 가족력, 비만, 운동부족, 식이습관 등이 있습니다. 망인의 일반건강검진결과내역 등을 살펴보면 고혈압, 당뇨, 비만주의, 이상지질혈증(높은 LDL 콜레스테롤), 흡연이 확인됩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으로 이 사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중략) 이러한 조건들은 사건발생의 의학적 인과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됩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2, 3, 6,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에 관한 판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앞서 든 각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유해요인 등이 망인의 신체적 소인과 겹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허혈성 심장질환을 발병하게 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은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0-117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Ⅰ. 1. 다. 2)항은 심장 질병 등의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망인의 허혈성심장질환 발병 직전 12주간 및 4주간의 각 업무시간은 이 사건 고시가 정한 위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한다. 이 사건 고시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21. 6. 8. 대통령령 제317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 제3항 [별표 3] 중 제1항 (다)목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위 시행령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 전 업무시간이 위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망인에게 발병한 허혈성심장질환이 업무상의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②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6년 이상 매주마다 주야가 바뀌는 주․야간 교대제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회사는 야간근무자의 근무시간을 주간근무자와 동일하게 9시간으로 정하였으며, 경험칙상 동일 시간 동일한 업무를 하더라도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신체적․정신적인 피로도가 훨씬 높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오히려 야간근무자에게는 주간근무자에게 주어지는 휴식시간(1시간)의 절반뿐인 30분의 휴식시간만 부여하였다. 또한 망인은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시간 등을 고려하여 근로시작 시간보다 짧게는 30분, 최대 2시간 더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야간근무를 마친 후 2시간의 잔업근무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였다.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어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주는 야간근무의 특성상 이러한 형태와 강도의 교대근무를 장기간 견뎌 온 망인은 일반적인 주간근무만을 하는 사람보다 훨씬 고혈압,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다고 볼 수 있고, 이는 망인이 근무일정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③ 이 사건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간헐적인 휴업을 실시하여 망인이 사망하기 전 12주간 및 4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은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망인이 업무량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회사가 그 경영사정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시킨 것이었으므로, 망인은 출근할 때 많은 양의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여야 하였고, 2019년 7~8월경에는 출근할 때마다 1일 평균 야간 순근로시간이 10시간 이상이었다. 또한 2019년 7월경 망인의 하급직원인 외국인 근로자의 실수로 그날 야간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여 이미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에 상당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망인은 그 무렵부터 더 큰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잦은 휴업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급여가 줄어드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이직까지 고려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망인이 사망할 무렵 일시적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정은 실질적으로는 망인이 업무와 관련하여 겪는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근무형태 및 업무환경의 변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이러한 사정 역시 망인의 허혈성심장질환 발병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망인은 사망 당시 아직 만 43세의 나이에 불과하여, 한국 남성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높아지는 통상적인 연령대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비록 망인이 2009년경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진단을 받았지만 망인은 정기적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필요한 의약품을 처방받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질병을 관리하여 왔고, 망인에 대하여 2019년 6월 실시된 직장건강검진에서도 담당의사는 망인이 심혈관계 질환에 대하여 적절한 처방을 받고 혈압 등도 비교적 잘 조절하고 있으며, 당뇨병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나 약 복용이 필요하지 않는 정도라고 판정하기도 하였다. 업무상의 재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인바, 망인에게 고혈압, 당뇨병 등 기존 질병이 있었더라도 망인이 적정한 의학적 도움을 받아 질병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오랫동안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 없이 근무해 온 이상, 망인의 위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4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심혈관계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강도의 야간근무와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야간 교대제근무를 오랫동안 해 온 점, 망인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경까지 야간근무를 포함하여 평균 주당 59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으로 과로상태에 있었다고 보이고, 면역력이 약화되어 2019. 3. 27.경에는 대상포진이 발병하기도 한 점, 그럼에도 망인은 2019년 4~6월에도 야간근무를 포함하여 1일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으로 계속하여 과로상태에 있었던 점, 망인이 일하던 작업장의 온도는 평균 약 35도이었고 소음 수준도 기준치를 상회하여 망인이 업무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노력으로 관리되던 기존 질병이 누적된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다가 또다시 야간근무라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주어지자 급성 심장질환으로 발현되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3)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