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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9. 10. 30. 선고 2018누79126 판결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의 소][미간행]

원고

일본케미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찬익 외 1인)

피고

공정거래위원회(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호 담당변호사 조정욱)

2019. 10. 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18. 11. 27. 원고에게 한 별지1 목록 기재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콘덴서 제품 사업자들의 회의

원고, 니치콘 주식회사(이하 모든 주식회사 명칭에서 ‘주식회사’를 생략한다), 루비콘, 산요전기, 엘나, 히타치화성일렉트로닉스(이하 ‘히타치’라 한다)는 콘덴서 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이하 ‘콘덴서 사업자들’이라 한다)이다.

콘덴서란 전기 회로에서 전기를 축적하는 장치로 전기를 저장 또는 방출하는 축전지의 기능, 직류전류를 차단하고 교류전류를 통과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는 서로 절연된 두 개의 평판전극을 접근시켜 양극 사이에 유전체를 끼워 넣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유전체가 알루미늄인 경우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이하 ‘알루미늄 콘덴서’라 한다), 탄탈인 경우 탄탈 전해 콘덴서(이하 ‘탄탈 콘덴서’라 한다)로 분류한다.

콘덴서는 가전기기, 정보통신 기기, 자동차, 세탁기, 에어컨, 충전기 등의 핵심 부품으로, 전 세계의 알루미늄 콘덴서 시장에서 일본계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상위를 차지하고, 한국의 콘덴서 시장에서도 가격보다 품질이 우선시 되는 제품에서는 주로 일본계 콘덴서를 사용한다.

콘덴서 사업자들은 임원들 모임인 ‘사장회’ 및 직원들 모임인 ‘관리자급 회의’와 같은 다자회의를 열거나, 수요처가 동일한 사업자들끼리 개별 접촉을 하여 알루미늄 콘덴서의 영업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나.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18. 11. 27. 의결 제2018-350호로 원고가 2000. 7. 28.부터 2014. 1. 25.까지 아래와 같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 의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를 했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공정거래법 제21조 , 제22조 , 제55조의3 에 따라 별지1 기재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이상의 명령 모두를 통칭하여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했다.

원고를 포함한 피심인들은 ‘서로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하여 원재료 가격인상, 환율 변동 및 수요처의 가격인하 요구 등에 대응할 목적으로 다자회의 또는 양자접촉을 통해 알루미늄 콘덴서 제품 가격을 인상·유지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 공동행위가 계속되는 기간의 모든 다자회의 또는 양자접촉 과정에서 가격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는 형태로 진행되지 않았더라도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공동행위를 구성한다. 국내 고품질 알루미늄 콘덴서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차지하는, 원고를 포함한 피심인들이 콘덴서 제품의 판매가격을 위와 같이 공동으로 결정한 행위는 경쟁제한 효과만 발생시키고 효율성 증대효과는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존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다자회의나 개별 접촉을 통하여 영업 정보를 교환했을 뿐 가격의 유지·인상에 관하여 합의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한국 시장과 관련된 논의를 하지 않았으며, ‘서로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원칙에 관하여 합의한 적이 없다. 설령 그와 같은 가격 유지·인상 관련 합의가 있었더라도,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시기마다 별개로 시장 상황 등의 필요에 따라 다자회의를 열었을 뿐이므로 개별적 합의가 수차례 행해진 것에 불과하다. 그 개별적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단절 없이 계속 실행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2)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 관련 법리

사업자들이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공동하여 향후 계속적으로 가격결정, 유지 또는 변경행위 등을 하기로 하면서 결정주체, 결정방법 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하여 계속적인 회합을 가지기로 하는 등의 기본적 원칙에 합의한 다음 이에 따라 위 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회에 걸쳐 회합을 가지고 구체적인 가격결정 등을 위한 합의를 계속해 온 경우, 회합 또는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나 구성원에 일부 변경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등 참조).

3) 인정사실

가) 콘덴서 사업자들의 다자회의

콘덴서 사업자들의 사장이나 콘덴서 사업부문장이 참석하는 ‘사장회’는 2000년 이전부터 1년에 2, 3회 정도 정기적으로 열리다가, 2008년 11월 회의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논의가 있어 그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식사모임을 갖는 형태로 대체됐다.

콘덴서 사업자들의 관리자급 회의로는 2003년 5월 전까지는 알루미늄 콘덴서 사업자의 모임인 ECC회와 탄탈 콘덴서 사업자의 모임인 TC회가 있었고, 이와 별도로 해외영업파트 관리자급의 모임인 ECC무역부회에서 일본 외의 알루미늄 콘덴서 시장을 중점 논의했다. 2003년 5월경 ECC회와 TC회가 ATC회로 통합되고 ECC무역부회가 ATC무역부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2005년 2월경 니치콘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우려하여 탈퇴하자 그 모임장소와 명칭 등을 변경하여 MK회를 결성했고, 일본 국내와 해외 부문이 하나로 통합됐다. 2006년 12월경 산요전기를 제외한 알루미늄 콘덴서 사업자(니치콘을 포함한다)들로 CUP회가 구성됐다가 2009년 5월경 폐지됐다. 이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콘덴서 사업자들은 다자회의 및 그 회비를 관리하기 위해 간사회사, 부간사회사, 회계회사, 회계감사회사 등을 정했고, 이를 각 회원사가 1년마다 돌아가며 수행했다.

나) 2000. 7. 28. 전의 공동 가격인상 논의

콘덴서 사업자들은 1990년대부터 해외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가격을 인상하자는 논의를 했고, 수주 상황, 고객과 가격 협상의 진행 상황, 생산량 등 영업 정보를 교환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 기재와 같다.

다) 2000. 7. 28. 이후의 가격 논의

일시 회의 논의 내용
1999. 9. 24. ECC 무역부회 ○ 목적: 대만 콘덴서의 가격인상○ 각 사 가격인상 상황 마츠시타전기는 10월 1일부터 10% 가격인상. 원고는 5개사 정도에서 10월 1일 10% 정도 가격인상하고, 가격인상이 되지 않은 곳에 대하여는 수주를 거절○ 가격인상을 향한 기본 합의 각사 모두 협조하여 가격인상을 한다는 점에는 이견 없음. 95년 초 엔고 시에는 각사 협조하여 가격인상에 성공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격인상을 성공시키고 싶음. 특히 큰 거래처에 대해서 최저가격을 정함, 기타 고객에 대해서도 이에 준해서 가격인상을 함○ 가격인상 이유: 환율, 부품재료 가격상승○ 구체적인 행동 계획 환율변동계약이 있는 회사는 일단 계약에 따라 가격인상함. 10월부터 큰 거래처 이외의 고객에 대해 가격인상 협상을 시작함, 단 대만 지진이 진정될 때까지는 노골적인 행동은 삼감. 큰 거래처는 11~12월 가격협상 시 가격인상을 하고 다음 연도의 1월 1일부터 적용함
2000. 6. 21. ECC회 사장회 방침에 따라 일본 내 가격인상을 실시하기 위하여 주요 메이커 30사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는 내용을 논의하는 등 세부사항 합의
2000. 7. 19. ECC회 ○ 메이커 별로 가격인상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 향후 모든 메이커에게 가격인상 협상을 진행할 것이고, 일률적으로 3% 이상의 가격인상을 요구할 것임○ 주요 일본 내 메이커에게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방법

콘덴서 사업자들의 ECC무역부회는 2000. 7. 28.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대만, 유럽에서 가격인상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전 세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가격인상을 할 것을 합의했고, 그 가격인상 이유로 국내와 공통으로 하고 부품재료 가격 상승을 들기로 했다. 2000. 7. 28. 이후의 다자회의의 주요 내용은 아래 기재와 같다.

일시 회의 논의 내용
2003. 2. 4. ECC 무역부회 2003. 1. 29. 진행된 ECC회 합의내용에 따라 금일은 I사(미국), F사(대만)에 대한 가격 대응과 향후 가격에 대하여 실무자급 협의를 했음
2003. 8. 29. ATC회 ○ 모임의 목적은 시장별 콘덴서별 정보를 교환하여 각 회사들이 수익을 거두고 건강한 시장 가격이 유지되게 하기 위함○ 니치케미: 삼성에 대한 OS-CON과 관련하여 Q4의 가격 협상이 9월 1일 시작되었음, 니치케미는 ¥19을 제시하여 그 가격으로 협상이 타결될 것임
2006. 5. 24. MK회 ○ 원고는 자신의 수주 상황에 대하여 ‘알루미늄박이 5~7% 가격인상 되고 있고, 엔고 염려가 있는 가운데서 가격인상 교섭을 실시해온 결과 가격인하는 확실히 멈추었다’고 정보를 공유했음○ 히타치는 자신의 수주 상황에 대하여 ‘한국 지역 휴대전화는 6월경까지 생산 조정이 계속됨’, ‘한국 휴대전화는 2Q(7~9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는 정보를 공유했음

이와 같이 콘덴서 사업자들은 다자회의에서 생산량과 출하수량, 가격인상을 위한 고객과 협상 상황에 관한 정보 등을 교환하고, 가격인상률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고객에게 가격인상을 요구할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들은 낮은 가격으로 콘덴서를 판매하는 회사에 불만을 직접 표시했고, 서로 가격을 물어보고 알려주었다.

또한 다자회의에서는 전 세계 시장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고, 가격인상 논의 대상을 고객이 일본 기업인지 해외 기업인지, 목적지가 국내인지 해외인지 등을 구분하여 그에 따른 일부 시장으로 한정하지도 않았으며, 원자재 가격인상 또는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하는 경우 전 세계 시장에서 가격인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고 등의 가격인하

2011. 3. 11.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원고는 공장에 피해를 입어 물량공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경쟁사인 콘덴서 사업자들에게 고객들을 빼앗겼다. 원고는 2011년 10경부터 점유율을 되찾기 위하여 다자회의 등에서 합의한 내용보다 더 높은 비율로 알루미늄 콘덴서의 가격을 인하했고, 루비콘도 이에 대응하여 가격인하를 했다. 하지만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2011년 10월경 이후에도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다자회의를 열어 수주 상황과 가격 정보 등을 공유하고 가격하락 저지 노력 등을 보고하거나 설명하면서 다른 사업자의 양해 등을 구했다.

일시 회의 논의 내용
2011. 11. 17. MK회 ○ 루비콘은 여러 곳에서 가격다운 문의가 있지만 물량을 확보할 보장이 없어 아직 대응하지 않음, 사내에서 가격을 내려 수량 확보를 하라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으나 이를 막고 있음
2012. 4. 23. MK회 ○ 루비콘은 2010~2011년에 가격이 약 20% 올랐으며 이번에 2.5~3.0% 인하함○ 엘나는 고객들로부터 가격인하 의뢰가 오고 있어서 0.3% 전후로 협상중임
2013. 5. 21. MK회 ○ 루비콘은 파나소닉에게 4월부터 가격을 인하한다고 회신했는데 다시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4월의 인하율은 루비콘 1.3%, PED 0%, 원고 3.1%, 엘나 0.8%인데, 이미 한계로 더 이상 대응을 할 수 없음

마) 산요전기의 자진신고

산요전기는 2013. 10. 4. 피고에게 콘덴서 사업자들의 공동행위에 관하여 아래 기재와 같은 내용을 구두로 자진신고 및 감면신청을 했고, 신고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다. 그 감면신청서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개요’란에는 합의대상 품목, 합의의 내용, 공동행위 참여사업자, 실제회합에 참석한 사람, 공동행위 기간, 회합 일시 및 장소 등에 대하여 ‘녹음(녹화)’로 기재되어 있다.

합의대상 품목은 캐퍼시티 일명 콘덴서라고 하며 합의대상 콘덴서의 종류에는 전해 콘덴서 그리고 필름 콘덴서가 있다. 전해 콘덴서 관련해서는 그 제조사들 간에 산업모임 MK회, 회합 장소에 따라 초기에는 ECC회, KCC회, 하나노키회 등으로 불리다가 이후에는 ATC 종국적으로는 MK회라고 명칭이 변경됐다. 이러한 명칭의 회합과 기타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회합 등을 통해 일본 및 해외 시장에 대한 콘덴서의 장래 가격, 생산계획 등 정보를 교환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회합 내에서 또는 전체 회합 이후 일부 사업자들끼리 모인 회합에서 최저가격, 상호간의 시장점유율을 존중하자는 합의를 하는 한편, 가격인상, 가격경쟁 회피 등에 관해서도 합의했다. 아울러 두 회사 간에 특정 고객을 상대로 한 입찰 내지 계약 등과 관련해 가격정보를 공유하는 등 합의를 한 사실도 있다. (중략) 전해 콘덴서 관련 공동행위 경우는 약 1980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됐지만 산요는 2011년에 그 행위를 종료했다. 다만, 그 이후에 다른 사업자들이 행위를 지속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요전기는 2013. 10. 21. 피고에게 자진신고 당시 제출했던 일어로 기재되어 있던 자료 중 콘덴서 사업자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이 기재된 ‘ECC회 사장급 및 실무자급 명단’,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회계연도별 의장과 부의장 및 감사 지위에 있는 콘덴서 사업자들의 이름이 기재된 ‘ECC회 간사회사 순번표’, 알루미늄 콘덴서의 생산ㆍ운송ㆍ재고에 관한 월별 집계 내역을 익명으로 제출하자는 내용이 기재된 ‘월차집계방법 변경 공지문’, 가격인상을 논의하는 내용이 기재된 이메일 등을 한국어로 번역한 보정자료를 제출했다.

바) MK회의 해체

MK회는 2014. 1. 25. ‘참가할 수 없는 곳이 많아지는 가운데 향후 이제까지와 같은 보고회라는 형태로 계속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이유로 해체됐다.

[인정 근거] 갑 제1, 3, 13호증, 을 제2, 3, 7, 9, 11, 14, 15, 17 내지 19, 20, 22, 23, 28 내지 30, 37, 47, 73, 80, 85, 90, 91, 93, 122, 123호증, 제124호증의 1, 2, 제125, 127, 12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법원의 판단

위 인정 사실과 인정 근거에 의하여 아래의 여러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들을 종합하면,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공동하여 계속적으로 가격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기로 하면서 계속적인 회합을 가지기로 하는 기본적 원칙에 합의한 다음 그 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회에 걸쳐 회합을 가지고 구체적인 가격결정 등 합의를 계속해 왔으므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① 기본적 원칙에 합의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늦어도 1999. 9. 24. ECC무역부회에서 “각사 모두 협조하여 가격인상을 한다. 특히 큰 거래처에 대해서 최저가격을 정한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여 가격인상에 향한 기본합의를 했다. 이를 비롯한 그 무렵까지의 합의에 터 잡아 늦어도 그 무렵부터 2014. 1. 25.까지 계속하여 관리자급 회의 등을 열어 가격인상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이로써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콘덴서 가격을 공동으로 논의하여 정하고 유지하며 그 실행을 다자회의에서 정기적으로,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기본적 원칙에 합의(이하 ‘이 사건 기본적 원칙 합의’라 한다)를 했다.

그리고 비록 다자회의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위와 같이 일련의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가격인상 대상 시장을 변경하거나, 일부 콘덴서 사업자가 탈퇴하기도 했지만, 알루미늄 콘덴서 가격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한다는 이 사건 기본적 원칙 합의를 실행한다는 점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② 구체적인 가격 결정과 관련한 다자회의 논의

콘덴서 사업자들은 다자회의에서 시장점유율 유지와 시장가격의 결정·유지·변경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또한 제품의 가격 정보와 고객과의 가격 협상 정보를 공유하고, 가격인상 및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고객과의 구체적인 가격 협상 계획을 논의하거나 최저 가격의 설정 또는 가격 인하율을 특정 수치로 논의했다. 이는 콘덴서 사업자들 사이에 불필요한 가격경쟁을 피하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은 MK회 등에서 자신의 국내·해외 수주 현황, 전년 대비 출하량 비율 등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다른 사업자가 가격을 합의 수준으로 유지하는지를 서로 확인·점검하고 사실상 통제할 수 있었다.

③ 한국 콘덴서 시장 관련 논의

콘덴서 사업자들은 1990년대 다자회의에서부터 한국 기업의 제품 가격을 논의했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환율 변동으로 가격인상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전 세계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그때부터 이미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결정·유지 또는 변경행위를 했다고 보인다. 다만, 콘덴서 사업자들의 ECC무역부회에서 2000. 7. 28. 전 세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가격인상을 할 것을 합의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부당한 공동행위 중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범위의 시기를 2000. 7. 28. 특정할 수 있다. 이는 원고가 2019. 4. 10. 변론기일에서 ‘2000. 7. 28.에도 한국에 관련매출액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2019. 6. 19. 변론기일에서 ‘2000년대 초반 공동행위에서 담합행위가 있었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④ 2011. 11. 17. 이후 MK회의 논의

2011. 11. 17. 이후 MK회에서 원고, 루비콘이나 엘나가 논의한 내용은 회의별로 하나하나 떼어내 개별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다자회의 논의 연장선상에서 연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콘덴서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가격인상을 논의할 수는 없었고, 가격인하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인하 폭을 축소하려는 합의는 가격경쟁의 배제, 콘덴서 사업자들의 이윤 측면 등에서 가격인상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원고, 루비콘이나 엘나는 위 MK회에서 각자 고객 요청 등 때문에 가격인하를 하지만, 그 인하 요청에 가급적 방어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원고 등이 가격담합에서 이탈해서 가격경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의 요청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치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오해하지 말고 양해해 달라는 취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⑤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계속적으로 실행

사업자들이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 없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의 합의를 해 온 경우에도 그 각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두16179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가 없었더라도, 앞의 인정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가격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수차례의 합의가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의 위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여전히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나. 처분시한의 경과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이 동일본대지진 이후인 2011년 10월경부터 가격경쟁을 계속함으로써 기존의 합의는 사실상 파기되어 공동행위가 종료했다. 콘덴서 사업자들 중 1인이던 산요전기가 2013. 10. 4. 피고에게 자진신고를 한 후 2013. 10. 21. 번역문을 보정자료로 제출함으로써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조사개시를 했다. 위와 같은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 조사개시일부터 5년의 처분시한이 경과한 후에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시한 경과 후의 것으로 위법하다.

2) 처분시한 관련 법리

가) 기산일

1994. 12. 22. 법률 제4790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이 처분시한을 처음으로 도입할 당시 처분시한을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으로 규정했다. 그 규정은 2012. 3. 21. 법률 제11406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에 의하여 “조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조사개시일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반행위종료일부터 7년”으로 개정되었다.

국회의안정보[제305회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회의록(법률안심사소위원회) 제1호 29면 이하]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를 인지하기까지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게다가 위반행위의 입증마저 어려워 처분가능 시한인 5년을 넘겨,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을 종결짓는 경우가 발생하자,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기 위하여 조사개시 시 행정처분의 시한이 없도록 함이 타당하지만, 조사 개시하기만 하면 처분시한이 없어져 사업자의 불안정한 지위가 계속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했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하기 전이라도 피고가 그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개시를 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자 중 1인의 자진신고가 있는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그리고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하지도 않았는데도 처분시한이 진행하여 경과한다는 것은 처분시한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 이는 위반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피고의 조사개시가 이루어졌더라도 매한가지다.

위와 같은 처분시한 규정의 입법연혁과 개정취지, 처분시한 제도의 본질 등을 종합하면, 처분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종료한 때에 비로소 진행하기 시작하고, 이는 위반행위 종료 전에 피고의 조사개시가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그 위반행위 종료 전에 피고의 조사개시가 있었으면, 처분시한은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으로 볼 것이다.

나)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일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에 규정된 “가격 결정 등의 합의와 그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그 합의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이다. 따라서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합의에서 탈퇴했음을 알리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 또한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전부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각 사업자가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 사이에 반복적인 가격경쟁 등을 통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인정되는 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등 합의가 파기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두37433 판결 등 참조).

3) 이 법원의 판단

위 인정 사실과 인정 근거에 의하면, 아래의 여러 사정을 추가로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4. 1. 25. 다른 콘덴서 사업자들과 함께 명시적으로 다자회의를 해체하기로 한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비로소 이 사건 공동행위를 종료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때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11. 17.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했으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원고의 2014. 1. 25.까지 MK회 참석

MK회는 사실상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이 서로 간의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격정보 등을 교환하는 모임으로 이 사건 기본적 원칙 합의의 실행을 위한 핵심 모임이었다. MK회가 2014. 1. 25. 마지막으로 개최되기 전까지 원고는 MK회에 계속 출석하여 기존과 똑같이 활동했고, 이와 별개로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탈퇴하겠다거나 MK회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원고가 MK회에 계속 참석한다는 것은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이탈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사건 공동행위의 실행으로 가격 정보 등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니치콘이 2005년 2월경 공정거래법 위반을 우려해서 MK회 전신에서 탈퇴하면서 MK회가 구성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잃었던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가격인하

원고가 2011년 10월경 이후 알루미늄 콘덴서 가격을 합의 내용과 달리 인하한 사실은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원고는 동일본대지진 때문에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가격인하를 했다고 보일 뿐이다. 그 인하 후의 가격이 원고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객관적인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설령 그 무렵 원고 사내 영업본부회의 의장인 ‘소외인’이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수요를 회복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더라도, 그 지시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이탈하라는 지시로 곧바로 연결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당시에 의장 ‘소외인’이 이 사건 기본적 원칙 합의의 존재도, MK회의 존재조차도 몰라서 그 시기 전후의 시장점유율이나 가격이 정당한 가격경쟁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그 지시가 이제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이탈해서 본격적인 가격경쟁을 해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라는 취지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에 관한 주장과 그 충분한 증명은 없다.

루비콘이 일부 가격인하로 원고의 가격인하에 대응하기는 했다. 하지만 루비콘은 원고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던 시기인 2010~2011년에 가격을 약 20% 올렸음에도 2012년 4월 2.5~3.0% 인하하는 데 그쳤고, 엘나는 그 무렵에 0.3% 할인하는 것을 고객을 협상 중이었다. 이러한 수준의 가격을,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가격 수준이라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그 후로도 가격인하가 계속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고, 루비콘, 엘나와 같은 콘덴서 사업자들이 2014. 1. 25. 명시적으로 해체의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 MK회에 지속적으로 참석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고와 루비콘 사이의 가격인하 경쟁은 일시적이었다고 봄이 경험칙에 맞는다.

이런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1년 10월경 가격을 인하하고 루비콘도 이에 대응하여 가격인하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이탈했다고도 볼 수 없고, 이 사건 공동행위가 깨졌다고도 볼 수 없다.

③ 2011월 11월경 이후 가격인하에 관한 상호간 양해 요청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은 2011. 11. 17. 이후 MK회에서 각자 고객의 요청 등 때문에 가격인하를 하지만 그 인하 요청에 가급적 방어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가격인하가 가격경쟁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니 이를 양해해 달라고 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 이후에도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 사이에 이 사건 공동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수준 내지 그에 준하는 수준의 가격경쟁(본격적인 가격경쟁)이 상당기간 지속되었다거나 그 사업자들이 그와 같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④ 위반행위 계속 중의 자진신고

산요전기는 자진신고 이후에 2013. 10. 21. 피고에게 원고가 다자회의 구성원임을 알 수 있는 자료를 국문으로 번역하여 제출하기는 했다. 하지만, 설령 이로써 피고의 조사가 개시되었더라도, 그 당시에는 원고의 이 사건 공동행위가 계속 중이었으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가 2014. 1. 25. 종료할 때까지는 그 처분시한이 진행할 여지가 없었다.

다. 관련매출액 산정

1) 원고 주장의 요지

한국시장 관련 논의는 2006. 6. 7. 확인되므로 그때를 공동행위의 시기로 보아야 한다. 원고는 삼영전자공업에 대하여는 판매가격을 독자적으로 결정했으므로, 원고의 삼영전자공업에 대한 매출은 관련매출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고 등 콘덴서 사업자들이 이 사건 기본적 원칙 합의 하에 2000. 7. 28. 전 세계 시장에서 가격인상을 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했음은 앞서 인정했다. 이 사건 공동행위의 시기는 늦어도 2000. 7. 28.이다.

을 제2, 55, 107, 10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 동안에 설정한 알루미늄 콘덴서 가격에 기초하여 삼영전자공업이 원고에서 알루미늄 콘덴서를 수입한 사실, 루비콘이 원고에게 삼영전자공업에 대한 가격을 조정할 것을 요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삼영전자공업에 판매한 알루미늄 콘덴서의 가격은 이 사건 공동행위에 의해 직간접의 영향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해야 한다.

(별지 생략)

판사 박형남(재판장) 정재오 이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