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직무집행정지등가처분][하집1994(2),415]
종교단체 내부의 개혁과정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종교단체 내부의 일련의 개혁과정이 그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교리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과연 그 개혁작업이 요구되는 비상사태가 있었는지, 그 방법이 적정한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그 종교단체 내부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할 성질의 것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황한수 외 14인
대한불교조계종 외 1인
1. 신청인들의 신청을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신청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피신청인 박재중(법명:탄성)은 피신청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 직무대행으로서의 직무를 행하여서는 아니된다.
위 직무집행정지기간 동안 법원이 선임하는 자로 하여금 피신청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한다.
피신청인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개혁회의는 피신청인 대한불교조계종의 1994.4.15. 종헌 개정 및 개혁회의법 제정결의무효확인 본안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판결.
1. 기초사실
소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신청인 대한불교조계종(이하 피신청인 종단이라고 줄여 쓴다.)의 중앙종회는 1994.4.15. 그 재적의원 73명 중 59명이 출석한 제113차 회의에서 전원의 찬성결의로 “1. 중앙종회는 종단의 전반적인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종회의 결의로 종단의 입법, 사법, 행정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 중앙종회가 제1항의 조치를 취할 때에는 종헌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잠정적으로 그 효력을 정지할 수 있고 총무원, 중앙종회, 호계위원회, 법규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기타 종단기관의 구성과 권한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3. 중앙종회는 위 1, 2항에 따라 종단의 입법,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개혁회의를 탄생시키고 개혁회의에 전권을 넘길 수 있다. 4. 중앙종회가 위 1, 2, 3항의 조치를 취할 때에는 원로회의 인준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5. 위 1,2,3항의 조치를 중앙종회가 취했을 때에는 별도의 해산조치 없이 중앙종회, 호계위원회, 법규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동적으로 해산된다. ”은 내용의 종헌 제122조를 신설 추가하고, 이에 기하여 개혁회의법을 제정하고 자진해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신청인들의 주장
신청인들은 이 사건 신청원인으로서, (1) 피신청인 종단이 위 1994.4.15.자 중앙종회에서 종헌 제122조를 신설 추가한 결의는 ① 중앙종회(이하 종회라고 줄여 쓴다.)의 소집은 통상 2주 전에 종회의원에게 통보하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도 1주일 전에는 종회의원에게 통보하며, 그 통보서에는 종회를 소집한 목적사항을 명시하는 것이 관례임에도 위 종회는 그 소집통보서가 2일 전에 발송되어 1일 전에 통보되었고, 그 목적사항도 “종단사태 수습에 관한 건, 기타 사항”이라고 막연히 적시하여 중대안건인 종헌 개정, 종회해산 등의 문제를 비밀로 하였으므로 그 소집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고, ② 종헌개정안의 제안은 총무원장 또는 종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종헌 제108조 제1호), 이는 종회사무처에 정식으로 접수되어 총무분과위원회에서 상정안건으로 조정되고(중앙종회법 제21조) 종회의장이 부의안건과 순서를 기재한 의사일정을 작성하여 미리 종회에 보고하여야 함에도(중앙종회법 제35조) 위 종헌개정안은 종회 부의안건으로 정식 접수되거나 사전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 종회의장이 미리 그 의사일정을 종회에 보고하지도 않았으므로 종헌개정안 제안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③ 종헌개정안은 종회의 의결(종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종헌 제108조 제2호), 종회의 회의는 별도의 결의가 없는 이상 의안의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비공개로 하도록 되어 있음에도(중앙종회법 제34조) 위 종회는 위 규정에 위배하여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됨으로써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없는 공포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므로 그 의결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고, ④ 종회에서 의결된 종헌개정안의 확정은 원로회의 재적원로 과반수의 찬성결의가 있어야 하고(종헌 제108조 제4호), 원로회의는 원로회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총무원장 또는 재적원로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원로회의 의장이 소집하도록 되어 있음에도(종헌 제27조, 제33조) 위 종헌개정안을 인준한 1994.4.18.자 원로회의는 의장인 송서암의 승인이나 지시 없이 부의장인 김혜암이 자의적으로 소집한 것이므로 위 원로회의의 종헌개정안 확정(인준)절차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⑤ 확정된 종헌개정안은 종회의장이 공포하되 종회의장 유고시에는 원로회의 의장이 공포하여야 함에도(종헌 제108조 제5호), 위 종헌개정안은 종회의장이나 원로회의 의장이 아닌 원로회의 부의장 송서암에 의하여 공포되어 그 공포절차 역시 부적법하므로, 결국 적법한 종헌개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 종헌 개정은 무효라 할 것이고 (2) 또한 위 종헌개정안(종헌 제122조)은 피신청인 종단의 입법,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개혁회의를 설립하고 종회의 모든 권한을 개혁회의에 넘기고 종회를 비롯한 피신청인 종단의 제 기구를 자진해산시키는 것으로서 이는 종헌종법상 아무런 근거도 없이 피신청인 종단을 사실상 해체하는 것이므로, 위 종헌개정안의 결의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중대,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 할 것이며, (3) 이상과 같이 그 절차나 내용에 있어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인 종헌 개정에 기하여 제정된 개혁회의법 역시 무효이고, 나아가 결국 위 개혁회의법에 근거하여 구성된 개혁회의 및 총무원 역시 피신청인 종단의 적법한 기구라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신청인 박재중에 대하여는 피신청인 종단의 총무원장 직무대행으로서의 직무집행정지와 그 직무대행자의 선임을, 피신청인 종단에 대하여는 그 산하 개혁회의의 직무집행정지를 각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을 구한다.
3. 종교단체 내부의 분쟁과 사법심사권의 한계
가. 무릇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적 쟁송은 당사자 간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내지 법률관계의 존부에 대한 분쟁으로 그 실질에 있어서 법령의 적용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사안의 성질상 사법심사의 대상 밖에 두는 것이 적당하다는 사정이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한편 일반시민사회 가운데 있으면서 그와는 별개로 자율적인 법규범을 갖는 특수한 부분사회에서의 분쟁은 그것이 일반 시민법질서와 직접의 관계를 갖지 않는 내부적인 문제에 그치는 한, 그 자주적, 자율적인 해결에 맡기는 것이 적당하고, 법원의 사법심사의 대상으로는 되지 않는다 할 것이며, 특히 자주적으로 종교적 사명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단체의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제20조 제1항)와 정교분리의 원칙(제20조 제2항)에 비추어 볼 때 종교활동은 헌법상 국가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당해 종교단체의 자치권을 존중하여 국가의 기관인 법원이 개입하여 실체적인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할 것이고, 가사 법률상의 쟁송으로 인정되어 그 자율적 결정의 적부를 심리하는 경우에도 종교단체의 결정이나 의사가 그 절차에 있어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거나 그 내용이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유효한 것으로서 그대로 시인하여야 할 것이다.
나. 살피건대, 소갑 제1,2,3호증, 소을 제1 내지 12,18,21,33,35호증, 소을 제17호증의 1,2, 소을 제39호증의 4,26의 각 기재와 증인 황상욱, 송현섭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신청외 서의현이 1986.8.경 피신청인 종단의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후 약 8년 간 그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금품수수 등 각종 의혹을 일으키면서도 종헌 제43조(중임규정)에 위배하여 총무원장 3선 연임을 추진하기 위하여 1994.3.17.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종회를 같은 달 30. 에 개최하겠다고 공고한 사실, 이에 반대하는 승려들과 불교단체들은 같은 달 23.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이하 범종추라고 줄인다.)’를 결성하여 같은 달 26. 총무원장 3선 저지 등 종단개혁을 위한 범종추 구종법회를 개최하고 위 서의현 및 총무원 집행부의 사퇴 등을 결의한 후 일부 승려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하였고, 다시 같은 달 28. 총무원 청사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45 소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범종추 제2차 구종법회를 개최하여 위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저지와 종단개혁을 결의한 후 다수의 종회의원을 차지하고 있는 위 서의현 총무원장측의 위 임시종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하여 위 서의현 총무원장측 종회의원들이 임시종회 개최장소로 예정된 총무원 청사 내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조계사 양쪽 출입문을 막고 조계사 경내로의 출입을 통제하는 상태에 이른 사실, 이에 위 서의현 총무원장측은 같은 달 29. 내무부장관에게 종회 개최에 따른 특별경비 요청을 하는 한편, 폭력배 300여 명을 동원하여 총무원 청사의 출입을 방해하는 위 범종추측 승려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고, 같은 달 30. 경찰이 위 범종추측 승려들을 모두 연행하자 제112회 임시종회를 개최하고 위 서의현을 제27대 총무원장으로 3선 결의한 사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범종추는 같은 날 전날의 공권력 진압을 제2의 불교 법란으로 간주하고 총무원장 선출무효, 정부의 공식사과, 서원장의 즉각퇴진, 종단개혁의 전종단 궐기, 총무원의 행정명령거부 촉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같은 달 31. ‘불교를 바르게 세우기 위한 재가불자연합’이 창립되어 종단개혁에 동참하기로 한 사실, 그 후 원로회의는 같은 해 4. 5. 서의현 총무원장 3선 연임 인준거부 및 불신임결의를 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해 4. 10. 위 조계사에서 개최된 전국승려대회(승려 2,500여 명, 재가불자 1,000여 명 참가)는 개혁에 반대한 송서암 종정의 불신임, 위 서의현 총무원장의 공직박탈과 개혁회의의 출범을 결의하였고, 같은 달 11. 에는 원로회의가 조계종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조계종 비상사태대책위원회’가 발족된 사실, 그 후 같은 달 13. 경찰병력이 철수하자 위 서의현 총무원장은 사퇴를 발표하였고, 원로회의에서는 1994.4.10.자 전국승려대회의 결의를 추인함과 동시에 종회에 대하여 개혁의회로의 전권 이양과 그 해산을 결의하였으며, 위 조계사에서는 범불교도대회가 개최되어(만 여 불교도 참여) 가두행진으로 이어졌고, 개혁회의가 총무원을 접수하고 현판식을 거행한 사실, 같은 달 15.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제113회 임시종회가 개최되어 원로회의의 제27대 총무원장 서의현 선출 인준거부, 총무원장 사퇴 및 불신임, 원로회의의 종정 불신임, 종헌개정, 개혁회의법 제정, 개혁회의 의원선출권의 위임 등에 관한 결의를 하였고, 그 후 같은 달 18. 원로회의에서는 재적원로 11명 중 8명이 참석하여 전원의 찬성으로 같은 달 15. 자 종회에서 결의된 종헌개정안, 개혁회의법 제정 등을 인준, 공포하였고, 개혁회의 의원 99명과 총무원 임원을 인준한 사실, 이상과 같은 경위로 구성된 개혁회의는 “일부 반종단 인사의 무도한 종무행정 운영으로 인하여 종헌상 중요기관이 유고되는 비상사태 하에서 전국승려대회를 통하여 초법적인 의견수렴을 통하여 교단 내의 반불교적, 비법적 요소를 제거하며, 종헌종법의 정비를 통하여 종단의 민주적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고 구시대의 폐품을 쇄신, 수행과 교화풍토를 진작하는 것을 이념”으로 하여 같은 달 19. 부터 그 업무를 시작하여 같은 달 22.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법제위원회 및 소위원회, 호계위원회, 상임위원회 등을 구성하였으며, 그 후 피신청인 종단의 부패 및 소위 3.29. 법난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징계를 하고, 같은 해 9.27. 새로운 종헌을 의결하여 같은 달 29. 위 종헌을 인준, 공포하는 등으로 현재까지 피신청인 종단의 소위 개혁작업을 수행해 온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 종단의 전 총무원장 서의현측이 자신들의 계속적인 전횡과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헌에 위배되는 총무원장 3선 연임을 추진하기 위하여 폭력배까지 동원하는 불법을 자행함으로써 야기된 피신청인 종단 내의 압도적인 여론, 즉 위 서의현 총무원장측의 퇴진과 종단개혁의 요구에 따라 전국승려대회가 개최되어 피신청인 종단의 최고기구인 종정이 불신임되고, 그 후 피신청인 종단의 대표자인 총무원장까지 사퇴하는 비상사태 하에서 피신청인 종단은 긴급히 종회 및 원로회의를 소집하여 종헌을 개정하고, 개혁회의를 출범시키게 되었으며, 이에 기하여 구성된 개혁회의는 피신청인 종단 내의 반불교적, 비법적 요소를 제거하며, 종헌 종법의 정비를 통하여 종단의 민주적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고 구시대의 폐품을 쇄신, 수행과 교화 풍토를 진작한다는 명목 하에 개혁작업을 진행해 왔는바, 피신청인 종단은 자주적으로 종교적 사명을 수행하는 종교단체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그 내부의 분쟁에 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적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피신청인 종단의 위와 같은 일련의 개혁과정은 피신청인 종단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교리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과연 그와 같은 개혁작업이 요구되는 비상사태가 있었는지, 그 방법이 적정한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피신청인 종단 내부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할 성질의 것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가사 법률상의 쟁송으로 인정되어 그 자율적 결정의 적부를 심리하는 경우에도 피신청인 종단의 자율작용을 존중하여야 하고, 피신청인 종단의 결정이나 의사가 그 절차에 있어서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거나 그 내용이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유효한 것으로서 그대로 시인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청인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신청인들의 신청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