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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1997. 5. 9. 선고 97다1815 판결

[손해배상(의)][공1997.6.15.(36),1731]

판시사항

기왕의 증세와 다른 새로운 증상이 나타난 환자에 대하여 보다 정밀한 진단을 행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부작용이 있는 약물을 별다른 검진도 없이 투여한 결과 환자가 약물 쇼크로 사망한 경우,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환자가 병원에 처음 내원하여 진료를 받을 때 이미 화농성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그 증상이 뚜렷하지 아니하여 이를 위염과 신경증으로 진단하여 그에 대한 처방을 하였고, 그 후 상복부 통증이라는 새로운 증상까지 나타나 다시 병원에 찾아오게 된 경우, 진료의사로서는 처음의 진단과는 다른 질환일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갖고 좀 더 정밀한 진단을 하여야 함은 물론, 과민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부작용으로 인한 쇼크나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할 경우에도 사후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앞서 진단하였던 결과에 따라 별다른 검진도 없이 약물을 투여하였고, 약물을 투여한 후에도 안정하도록 하여 부작용이 없는지를 확인하지도 아니함으로 인하여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여 환자가 사망하였다면, 진료의사는 이로 말미암아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김종배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진영)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망 류미자는 피고들이 진료하고 있는 인천크리닉 의원에 처음 내원하여 진료를 받을 때 이미 화농성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그 증상이 뚜렷하지 아니하여 위 의원 원장인 피고 1은 이를 위염과 신경증으로 진단하여 그에 대한 처방을 하였고, 그 후 위 병원 처방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개선이 없고 상복부 통증이라는 새로운 증상까지 나타나 다시 위 병원에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므로 위 망인을 다시 진료하게 된 위 의원에 근무하는 의사인 피고 2으로서는 처음의 진단과는 다른 질환일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갖고 혈액검사, X선 촬영 등 좀 더 정밀한 진단을 하여야 함은 물론, 인턴과정을 마친 일반의사로서 경험이 부족하므로 내과전문의 등의 협조를 얻는 등으로 망인의 정확한 병명을 밝히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며,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조신은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과민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부작용으로 인한 쇼크나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그러한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말아야 하고, 투여할 경우에도 사후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앞서 피고 1이 진단하였던 결과에 따라 별다른 검진도 없이 위염이 악화되어 위경련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폐렴 환자였던 위 망인에게 쇼크나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조신을 투여하였고, 위 망인에게 펜타조신을 투여한 후에도 안정하도록 하여 부작용이 없는지를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귀가시키는 바람에 위 망인이 펜타조신 투여로 인한 아나피락시스 쇼크(anaphylatic shock, 과민성 쇼크)를 일으켜 사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피고들은 위 망인의 사망원인이 펜타조신 투여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펜타조신을 투여한 후 불과 5분여 정도밖에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쇼크가 발생하였고, 그 사이에 다른 쇼크 발생 원인이 될만한 사정이 개재되지 않았으므로 펜타조신 투여로 인하여 쇼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고 2은 과실 있는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1은 피고 2의 사용자로서 연대하여 이 건 사고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관계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 및 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이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고, 의료과오로 인한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기록에 의하여 관계 증거를 살펴보면,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소외 류미자가 피고들로부터 진료를 받으면서 폐렴 증상과 펜타조신 과민성 체질임을 알리지 아니하여 피고 2이 폐렴 환자인 위 소외인에게 펜타조신을 투여하게 되었던 것이라거나, 위 소외인이 처음 내원하였을 때 피고 1이 영양제를 투여하는 동안 그 환자인 위 류미자의 증상을 관찰하기 위하여 그에게 영양제 주사를 맞을 것을 권유하였는데 위 환자가 이를 거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위 소외인의 과실이 경합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그 설시 이유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들의 과실상계 항변을 배척하였음은 결과적으로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논지 역시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