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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71213 판결

[사용방해금지등][미간행]

판시사항

갑과 을이 건물 명도와 관련한 합의를 하면서 을이 소유·관리하는 지하수시설과 관련하여 “을은 갑이 위 건물에서 목욕탕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묵시적으로 인정한다”는 약정을 한 사안에서, 갑이 위 건물에서 목욕탕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상 을은 갑의 지하수 사용을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종선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사용방해금지청구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의 각 사실, 특히 원고와 피고 1이 이 사건 건물 명도와 관련한 합의를 하면서 원고가 위 피고에게 30,000,000원을 지급하였고, 당시 작성된 합의서에 피고들이 소유·관리하는 이 사건 지하수시설과 관련하여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서 목욕탕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묵시적으로 인정한다”는 약정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판시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위 30,000,000원은 이 사건 건물 내에 있던 피고 1의 집기류의 소유권을 원고에게 이전함과 아울러 이 사건 건물을 그대로 인도하는 조건으로 지급한 것일 뿐 이 사건 지하수시설의 사용을 주된 목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나아가 둘 사이에 원고가 목욕탕 영업을 하는 한 이 사건 지하수시설을 계속 사용하기로 하는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다만 피고들의 지하수 사용요금 및 주차장 이용대가 상당액을 월차임으로 하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관계가 성립하였을 뿐인데, 위 임대차계약은 2008. 3. 4.경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이유로,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지하수시설 사용을 방해하지 말 것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이 사건 지하수시설 대부분이 피고들의 대지 및 건물 지하에 설치된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를 관리하고 있어 원고가 점유하면서 사용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지하수와 관련된 합의를 지하수시설의 임대차계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단지 원고가 파이프를 통해 지하수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을 피고들이 수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건물 명도에 따른 집행비용은 원칙적으로 피고들이 부담해야 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들의 명도의무를 면제하고 강제집행신청을 취하함으로써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였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건물 내 집기(가스보일러, 경유보일러, 옷장 등)는 대부분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되어 경매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나마 이미 9년 가까이 사용한 것이어서 원고에게 거의 가치가 없는 것들인 점(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 후 즉시 기존의 시설과 집기를 모두 교체하였다) 등을 종합하면, 위 30,000,000원이 지급된 것은 주로 원고가 지하수를 계속 공급받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원심은, 원고가 지하수를 사용하는 경우 매월 45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을 얻게 되는데, 피고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받지 않고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지하수를 사용케 하는 약정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나, 피고들이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지하수를 사용하게 한다고 해서 원고가 얻는 이익만큼 피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기록상 이 사건 지하수량이 한정되어 고갈될 수 있거나, 수량 부족 현상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다), 피고들로서는 원고의 이익에 못 미치는 금액이라 하더라도 이를 받는 것이 이득이 되고,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30,000,000원을 일시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처분문서인 이 사건 합의서에 지하수 사용기한과 관련하여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서 목욕탕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이상, 위 합의는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서 목욕탕 영업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까지는 지하수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한의 정함이 있는 약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서 목욕탕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상 피고들은 원고의 지하수 사용을 수인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지하수와 관련된 합의를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으로 보고 그 계약이 이미 해지되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지하수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고, 이 사건 지하수와 관련한 계약에 관한 해석을 그르친 것이다.

2.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제1항에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계속 지하수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이상, 피고들이 그 사용을 방해한 전체 기간 동안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일부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만을 인용한 이 부분 원심판단 또한 잘못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