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위반·의료법위반] 상고[각공2015상,376]
피고인 갑 재단법인 소속의 을 병원 원무부장인 피고인 병이 영리를 목적으로 노숙자인 피해자들에게 금품제공을 약속하고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을 병원에 유인한 다음, 을 병원 내과전문의인 피고인 정과 공모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을 병원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킴으로써 정신보건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사례
피고인 갑 재단법인 소속의 을 병원 원무부장인 피고인 병이 영리를 목적으로 노숙자인 피해자들에게 금품제공을 약속하고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을 병원에 유인한 다음, 을 병원 내과전문의인 피고인 정과 공모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을 병원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킴으로써 정신보건법 등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당시 을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들이 피해자들을 진단한 후 입원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정이 당직의사라는 이유로 정신과 전문의들의 진단 없이 피해자들을 입원시키는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및 긴급성 내지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설령 피해자들이 구두로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하는 것을 동의하였더라도 정신보건법상 자의입원에 필요한 입원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한 사례.
헌법 제10조 , 제12조 제1항 , 형법 제20조 , 제30조 , 정신보건법 제23조 , 제24조 , 제25조 , 제26조 , 제40조 제1항 , 정신보건법(2015. 1. 28. 법률 제131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 제5호 , 제58조 , 의료법 제27조 제3항 , 제88조 , 제91조 , 형사소송법 제312조 , 제314조
피고인 1 외 2인
피고인들
김성현 외 1인
법무법인 로앤케이 담당변호사 이상훈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① 피고인 2는 노숙자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원심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금품의 제공을 약속하고, 교통의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료기관에 유인한 사실이 없다.
② 피고인들은 공소외 1, 공소외 2가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인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지만 우선 내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의 동의를 얻어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켰다. 또한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소외 2를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키는 데 관여한 사실이 없다.
③ 피고인 2,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시 범죄사실이 모두 무죄에 해당하므로, 피고인 3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나. 법리오해
① 피고인들은 공소외 1, 공소외 2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공소외 1, 공소외 2를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키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또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②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요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1: 벌금 200만 원, 피고인 2: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 피고인 3: 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정신보건법의 입법 취지 및 정신질환자의 입원 절차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의 예방과 정신질환자의 의료 및 사회복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정신보건법 제1조 ), 정신보건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적절한 처우라고 할 것이다. 정신보건법은 그 기본이념으로 인간의 존엄, 차별금지 외에 정신능력이 제한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라는 사회보장법적 이념에서 모든 정신질환자에 대해 최적의 치료와 보호를 받을 권리, 미성년의 경우 이에 더하여 특별한 교육의 권리, 입원치료에 있어 자발성과 자유로운 환경 및 다른 사람들과 자유로운 의견교환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제2조 ).
정신보건법은 자의입원( 정신보건법 제23조 ) 외에 비자의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정신보건법 제24조 ),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 정신보건법 제25조 ), 응급입원( 정신보건법 제26조 )]을 인정함으로써 정신질환자 자신의 치료 및 사회복귀, 그리고 적절한 처우뿐만 아니라 사회 방위적 측면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 비자의입원의 경우 정신질환자라고 의심되는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혹은 의사와 무관하게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바( 헌법 제10조 ), 신체의 자유는 이와 같은 기본권을 향유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 요건이다. 이에 따라 헌법 제12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고,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비자의입원은 정신질환자라고 의심되는 사람의 자의에 반하거나 자의와 무관하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것이어서 보안처분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 의 기본취지는 비자의입원의 경우에도 유추적용됨이 상당하다. 따라서 정신보건법과 그에 따른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신질환자라고 의심되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킬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사람은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입원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원의 요건 및 절차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자발적인 입원이 권장되며, 자발적 입원의 경우에도 정신질환자가 입원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치료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하도록 한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요구하고 있고, 보호의무자의 입원 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의 경우에는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하여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그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때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 또는 종합병원에 2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입원하게 할 수 있고, 위 입원진단 결과 당해 정신질환자를 계속 입원시킬 필요가 있다는 2인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일정 기간 입원시킬 수 있다. 응급입원의 경우 정신질환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크고 상황이 급박하여 다른 입원조치를 할 수 없는 때 경찰관 등에 의하여 72시간 범위 내에서 입원하게 할 수 있다. 한편 누구든지 응급입원을 제외하고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시키거나 입원 등을 연장시킬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진료를 받을 것을 필요로 한다( 정신보건법 제40조 ).
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2가 영리를 목적으로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금품의 제공을 약속하고 교통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병원에 유인한 사실, 피고인 1, 피고인 2가 공모하여 위 공소외 1, 공소외 2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 없이 위 병원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첫째,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1은 “서울역 앞 광장에서 어떤 사람이 ‘밀양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나왔는데, 같이 차를 타고 내려가 병원에 입원하면 알코올 중독도 치료해 주고, 월 5만 원의 간식비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설명을 듣고 ○○○병원에 오게 되었다.”는 취지로, 공소외 2는 “서울역 부근 노상에서 어떤 사람이 ‘밀양에 좋은 병원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치료를 해주겠다’고 하여 밀양에 내려왔다.”는 취지로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171, 181쪽).
둘째, ○○○병원 원무과장인 공소외 3 및 보호사 공소외 4는 수사기관에서 ○○○병원 원무부장인 피고인 2의 지시를 받고 공소외 1, 공소외 2를 서울역에서 ○○○병원으로 데려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35쪽).
셋째,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의 지시로 야간에 환자들을 정신병동에 입원시키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공소외 1, 공소외 2의 경우에는 피고인 2가 전화로 환자상태를 봐서 폐쇄병동으로 가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피력하였고, 자신도 대면진료를 해보니 폐쇄병동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폐쇄병동에 입원시키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증거기록 82, 143쪽).
넷째,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1은 “밤 12시경 ○○○병원에 도착하여 차량을 운행하였던 남자의 안내에 따라 폐쇄정신병동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주민등록번호, 이름, 주소 등을 적으라고 하여 인적사항을 알려주었고, 그 남자가 입원수속을 마쳤다고 하며 폐쇄정신병동 내 입원실로 안내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71쪽), 공소외 2는 “도착하자마자 ○○○병원 폐쇄정신병동으로 가서 인적사항을 물어보고는 간호사실 옆에 있는 보호실로 데리고 갔다. 폐쇄정신병동 보호실 입원 당시 입원신청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증거기록 182쪽), 공소외 1, 공소외 2가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하는 것을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공소외 1, 공소외 2가 구두로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정신보건법상 자의입원의 경우 정신질환자가 입원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이는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하여 자의입원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공소외 1, 공소외 2가 입원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구두 동의만으로 그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다섯째, 공소외 1, 공소외 2가 ○○○병원에 오게 된 경위, 당시 공소외 1, 공소외 2의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공소외 2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상황에 있었다거나, 상황이 급박하여 정신보건법 제23조 내지 제25조 의 입원을 시킬 수 없어 응급입원이 필요한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피고인들은 공소외 1, 공소외 2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공소외 1, 공소외 2를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시키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설령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공소외 1, 공소외 2가 구두로 폐쇄정신병동 보호실에 입원하는 것을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1, 공소외 2가 정신보건법상 자의입원에 필요한 입원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들이 공소외 1, 공소외 2를 유인하게 된 경위, 유인 과정, 피고인들의 경력, 정신보건법상 입원규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할 뿐 형법 제16조 의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바(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99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당시 ○○○병원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공소외 1, 공소외 2를 진단하여 입원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내과전문의인 피고인 1이 당직의사라는 이유로 정신과 전문의들의 진단 없이 공소외 1 등을 입원시키는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및 긴급성 내지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3) 형사소송법 제314조 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의 경우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사람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를 증거로 할 수 있고, 다만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도929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외 1, 공소외 2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된 시기 및 경위, 공소외 1이 귀향여비를 신청하였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내용과 진술조서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공소외 1, 공소외 2의 경찰 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소정의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라.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1은 초범인 점, 피고인 2는 벌금형을 초과하여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부당한 강제입원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신보건법의 입법 취지, 유사한 다른 사건과 양형에서의 균형, 그 밖에 피고인 1, 피고인 2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