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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고등법원 2004. 3. 26. 선고 2003누1587 판결

[수입한약재폐기등지시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항소인

그린생약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신섭)

피고, 피항소인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변론종결

2004. 3. 17.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2. 1. 3. 원고에 대하여 한 수입한약재 폐기 등 지시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수입한약재에 대한 폐기 등 지시처분의 경위

【증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2,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가. 원고는 한약재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2001. 11. 10. 러시아로부터 녹용 424.15㎏(이하 ‘이 사건 녹용’이라고 한다)을 인천공항을 통해 수입한 뒤 같은 해 12. 6. 약사법 제66조 에 따라 피고에게 정밀검사를 의뢰하였다.

나. 피고는 구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2001. 1. 5.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1-2호, 이하 ‘한약규격집’이라고 한다), 구 수입의약품등관리규정(2001. 4. 26.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1-28호, 이하 ‘수입의약품규정’이라고 한다)의 관련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녹용 중 전지(전지) 3대를 취하여 각 절단부위로부터 5㎝까지의 부분을 절단한 다음 이를 분쇄하여 채취한 시료의 건조감량 및 회분함량을 측정하였는데, 건조감량은 기준치 ‘14% 이하’ 범위 내인 10.9%로 측정되었으나 회분함량은 기준치 ‘35% 이하’ 범위를 초과한 35.5%로 측정되자 이 사건 녹용에 대하여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2002. 1. 3. 원고에게 이 사건 녹용을 전량 폐기 또는 반송처리하라는 지시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이 관련법령에 따라 이루어진 적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첫째,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녹용의 회분함량에 관한 규제를 두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녹용의 회분함량 수치를 녹용의 적합, 부적합 기준으로 삼는 것은 보건위생상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더욱이 하나의 녹용이라도 상대로 갈수록 회분함량이 감소하고 하대로 갈수록 회분함량이 증가하는데, 수입의약품규정과 한약규격집에서 전체 수입 녹용 중 전지 3대만을 선택한 뒤 그 중 회분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대부분인 절단부위로부터 5㎝까지의 부분의 회분함량을 측정하여 그것이 35%를 초과하면 전체 수입 녹용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위임한계를 벗어나는 자의적인 입법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고, 따라서 무효인 수입의약품규정과 한약규격집의 기준에 근거해 이 사건 녹용의 회분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였음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둘째, 녹용의 건조감량이 낮은 경우 그 회분함량은 건조감량이 높은 경우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이 사건 녹용시료에 대한 건조감량의 실제측정치인 10.9%를 건조감량의 기준치 한계인 14%로 환산하였을 경우 이 사건 녹용의 회분함량이 기준치 이내인 34.21%로 산정되므로 회분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셋째, 국내산 녹용은 생녹용이나 건녹용이나 모두 축산물로 취급받아 회분함량에 대한 검사를 받지 않고, 다만, 제조업소에서 절편, 규격화하여 한약으로 유통시킬 경우에만 한약규격집의 규제대상이 되므로 수입녹용의 경우에도 제품화할 때 한약규격집의 품질기준을 적용하면 충분할 것인데, 수입단계에서 한약규격집의 품질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고, 넷째, 녹용의 절단부위로부터 5㎝까지의 부분의 회분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녹용의 상대의 회분함량은 기준치 이내일 수 있는데, 이 사건 처분은 위와 같이 회분함량 기준에 적합한 상대까지 모두 폐기 또는 반송처리하라는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관련법령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은 대한약전에 수재되지 아니한 의약품으로서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에 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천장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그 제법·성상·성능·품질 및 저장방법과 기타 필요한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약규격집에서는 녹용을 ‘매화록, 마록 및 대록의 숫사슴의 털이 밀생되고 아직 골질화되지 않았거나 약간 골질화된 어린 뿔을 자른 다음 말린 것’으로 정의하면서 녹용의 골질화 정도와 회분함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녹용의 경우 절단부위로부터 5㎝까지의 부분의 회분함량이 35% 이하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바[녹용의 회분함량 기준은 원래 25% 이하로 정해져 있었는데 1997. 9. 23. 보건복지부 고시 제97-72호로 35% 이하로 변경되었으며, 1998. 3. 2. 보건복지부 고시 제98-19호로 다시 25% 이하로 재변경되었다가 위와 같이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1-2호로 재차 35% 이하로 변경되었다], 이를 포함한 관련법령은 별지와 같다.

다. 인정사실

【증거】갑 제4호증, 갑 제5호증, 갑 제13호증의 1, 갑 제14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1)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경우 중국약전에서 녹용을 매화록, 마록의 골화되지 않은 어린 뿔로 정의하되, 회분함량에 관해서는 기준을 두지 않고 있고(다만, 중약대사전에서는 녹용을 상품, 중품, 하품으로 구분하여 그 회분함량을 각각 26.65%, 37.79%, 40.11%로 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생성 내규를 통해 녹용을 매화록, 마록, 대록의 각질화되지 않은 어린 뿔로 정의하면서 회분함량의 기준을 38% 이하로 정하고 있다.

(2) 녹용은 그 회분함량이 적을수록 품질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으나 회분함량이 높다고 하여 인체에 유해하다는 자료는 없다(회분함량이 녹용 기준을 넘는 것은 시중에서 녹각으로 유통되고 있다).

(3) 녹용은 그 산지나 품종에 따라 회분함량에 차이가 있으며, 하나의 녹용 내에서도 하대에서 상대로 갈수록 회분함량이 감소하는 등 부위별로 회분함량이 다르다.

(4) 원고가 지출한 이 사건 녹용의 수입대금은 약 1억 2,500만원 정도이다.

(5) 원고는 이 사건 녹용 및 별도의 녹용 532.25㎏을 한꺼번에 구입한 뒤 항공편만 달리하여 수입하였는데, 별도의 녹용 532.25㎏은 정밀검사 결과 건조감량이 10.3%, 회분함량이 34.4%로 측정되어 2002. 1. 3. 피고로부터 적합판정을 받았다.

라. 판단

(1) 원고의 첫 번째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국민건강의 증진, 유통질서의 확립 등을 위하여 보건당국은 의약품을 분류하고 의약품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생약의 일종인 녹용의 경우 그 판별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각 국이 자국의 국내 사정에 따라 정할 입법사항이라고 할 것인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의 과학수준에서 녹용의 중요한 판별기준이 되는 골질화의 정도를 알아내는 방법은 회분함량을 측정하는 데에 있다고 보아 한약규격집에서 회분함량을 토대로 녹용의 판별기준을 정하기로 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절단부위로부터 5㎝까지의 부분의 회분함량을 측정하도록 하는 한편, 그 기준치를 회분함량 35% 이하로 정해 둔 것이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자의적인 입법으로서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한편, 수입의약품규정 제5조 제1항 제3호 및 제6조 제2항은 녹용을 정밀검사(한약규격집 등이 정한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라 실시하는 검사를 말한다) 대상으로 규정하고, 그 검사는 전지 3대를 표본으로 택하여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수입된 녹용 전체의 회분함량을 일일이 검사하여 한약규격집에서 정하고 있는 녹용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히 곤란하며, 하나의 녹용을 다시 상대, 중대, 하대의 각 부위별로 나누어 그 회분함량을 측정하는 것은 더더욱 곤란할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수입의약품규정에서 표본에 의한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첫 번째 주장은 이유 없다(다만, 2004. 3. 4.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4-15호로 개정된 수입의약품등관리규정 제6조 제2항에는 위와 같이 전지 3대를 표본으로 택하도록 하는 부분이 삭제되었다).

(2) 원고의 두 번째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한약규격집에 의하면 녹용의 건조감량과 회분함량 측정은 별개의 검사항목으로서 건조감량 측정치를 기준치로 환산한 뒤 이에 따라 회분함량 측정치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1심 법원의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녹용의 회분함량은 녹용의 건조감량 이외에도 다른 인자들에 의하여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녹용시료에 대한 건조감량을 당초 측정치인 10.9%가 아닌 14%로 환산하였을 때 회분함량이 반드시 생약규격집 소정의 기준치 이내가 된다고 볼 수는 없어 원고의 두 번째 주장도 이유 없다.

(3) 원고의 세 번째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녹용을 수입함에 있어 이를 의료용으로 수입할 것인지, 기타 다른 용도로 수입할 것인지는 수입업자가 결정하여 신고하는 것이고, 녹용의 수입 당시 수입업자가 신고한 용도에 따라 그 적용법규도 달라진다고 할 것인바,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녹용을 의료용으로 수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녹용을 의료용으로 수입한 이상 약사법, 한약규격집, 수입의약품규정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통관단계에서 녹용의 품질기준에 관한 정밀검사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세 번째 주장도 이유 없다.

(4) 원고의 네 번째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약사법 제56조 제3호 같은 법 제44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기준이 정하여진 의약품으로서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것은 수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위 기준에 위배된 의약품을 수입한 경우에는 같은 법 제65조 제1항 에서 수입한 의약품에 대하여 폐기 기타의 처치를 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는 같은 법 제65조 제1항 에서 정하고 있는 ‘폐기 기타의 처치’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수입업자가 의약품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의약품을 수입한 경우 피고로서는 그 위반성의 정도에 따라 폐기나 반송처리 이외에도 일부폐기, 재검사, 통관 후 사후검사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녹용의 경우 자연산 그대로 채취하는 관계로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양산하는 제품과는 달리 품질이 일률적일 수 없고 개개 제품마다 그 특성이 다를 수 있는 점, 또한 녹용의 경우 하대에서 상대로 갈수록 회분함량이 낮아지는 관계로 같은 녹용이더라도 어떤 위치에서 절단하였는지에 따라 회분함량의 측정치가 달라질 수 있는 점, 이와 같이 회분함량의 측정치가 녹용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됨에도 수입업자로서는 녹용의 회분함량을 일일이 측정하여 그것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한 점, 원고가 이 사건 녹용과 동일한 기회에 구입한 뒤 단지 항공편만 달리하여 수입한 녹용은 회분함량에 있어 적합판정을 받은 점, 녹용의 회분함량이 골질화 정도를 측정하는 수치로서 녹용의 효능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녹용의 회분함량이 기준치보다 높다고 하여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녹용의 회분함량의 측정은 측정당시의 환경, 검사방법, 분석방법에 따라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녹용의 회분함량이 기준치인 35%를 0.5% 만큼 초과하였다고 하여 원고가 약 1억 2,500만원을 들여 수입한 이 사건 녹용의 전량 폐기 또는 반송처리를 명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2004. 3. 4. 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 제2004-15호로 개정된 수입의약품등관리규정 별표 1은 녹용절편을 정밀검사대상으로 추가하는 대신 종전에 정밀검사대상이었던 녹용(생녹용 포함)은 정밀검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우근(재판장) 김우진 이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