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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도1750 판결

[담배사업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형벌법규의 해석 / 담배사업법 제11조 에서 정한 ‘담배의 제조’의 의미 및 어떠한 영업행위가 ‘담배의 제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2] 피고인이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주들에게 담배제조기계, 담배 재료를 공급하여, 가맹점주들이 업소를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뱃갑을 제공하고,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게 하거나 가맹점주가 직접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판매하였다는 이유로 담배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가맹점주들과 공모하여 담배를 제조하였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우성 담당변호사 오승준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1. 14. 선고 2018노320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은 피고인은 2017. 1. 초순경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한 공소외인과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후, 2017. 1. 14.경부터 2017. 1. 25.경까지 공소외인에게 시가 합계 5,594,000원 상당의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뱃갑 및 담배제조기계 6대를 공급하였다. 공소외인은 피고인의 설명에 따라 위 기간 동안 포항시 (주소 생략)에 있는 ‘○○’에서 업소를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뱃갑을 제공하고,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게 하거나 직접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담배를 제조하고, 손님으로부터 1갑(20개) 기준 2,500원을 받는 방법으로 시가 합계 100,000원 상당의 담배를 판매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16. 12.경부터 2017. 3.경까지 공소외인 등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한 총 19명과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에게 담배제조기계, 담배 재료를 공급하여 공소외인과 같은 방법으로 담배를 제조·판매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가맹점주들과 공모하여,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판매하였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공소외인 등의 업주에게 담배 재료 및 담배제조기계를 공급하고 가게를 방문한 손님으로 하여금 이를 이용하여 담배를 제조하게 한 행위 자체가 담배사업법이 정하는 담배의 제조·판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1) 공소외인 등 업주는 가게 안에 연초 잎, 담배 필터, 담배제조기계 등 담배제조에 필요한 시설을 모두 갖추어 놓고, 손님이 담배제조기계를 간단하게 조작함으로써 곧바로 흡연할 수 있는 상태의 완성된 담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피고인이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부터 계획했던 사업 방식이었는바, 가맹점주들에게 담배 재료와 담배제조기계를 공급한 피고인의 행위 역시 담배사업법에서 금지하는 담배제조행위에 해당한다.

2)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담배의 제조행위로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가맹점주를 통하여 손님에게 담배 재료를 판매한 행위 역시 실질적으로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담배사업법 제11조 에 규정된 ‘담배의 제조’는 일정한 작업으로 담배사업법 제2조 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9828 판결 참조). 어떠한 영업행위가 여기서 말하는 ‘담배의 제조’에 해당하는지는, 그 영업행위의 실질적인 운영형태, 담배가공을 위해 수행된 작업의 경위·내용·성격, 담배사업법이 담배제조업을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담배의 제조’는 담배사업법 제27조 제1항 제1호 , 제11조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개별 사안에서 그 여부를 판단할 때에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 .

나. 1)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식품유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의 운영자로서 자신과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점주들에게 연초 잎, 필터가 삽입된 담배종이, 담뱃갑 등의 담배의 재료와 분쇄된 연초 잎을 담배종이 안으로 삽입해 주는 기계(이하 ‘튜빙 기계’라 한다) 등의 담배제조시설을 공급하였다(일부 가맹점에는 튜빙 기계만을 공급하였다).

나) 피고인은 당시 가맹점주 등을 상대로 ‘연초 잎 등 담배 재료만을 판매하고 고객이 담배를 제조하는 것이므로 불법이 아니다. 직접 제조해 주거나 미리 제조해서 판매하는 것은 안 된다.’고 교육하였다. 이에 따라 가맹점주들은 고객에게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판매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비치된 튜빙 기계 등을 이용하여 담배를 만들도록 하였다.

다) 가맹점에서 손님은, ㉠ 구매한 연초 잎을 바구니에 넣고 스팀기를 이용하여 스팀을 분사하는 과정(습식 과정), ㉡ 분쇄기를 이용하여 연초 잎을 적당한 크기로 분쇄하는 과정(분쇄 과정), ㉢ 튜빙 기계를 이용해서 분쇄된 담뱃잎을 필터가 삽입된 담배종이에 삽입하는 과정(튜빙 과정), ㉣ 튜빙 기계에서 나온 담배를 손에 쥐고 바닥에 친 다음 끝부분을 모아주는 과정(마무리 과정)을 거쳐 궐련을 만들었다. 손님이 기계 조작에 숙련된 경우에도 위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손님의 숙련도 등에 따라 완성품의 품질이 달라질 여지도 있었다.

라) 일부 가맹점의 경우 고객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담배 몇 개 또는 몇 갑을 대신 제조해 주기도 하였고, 고객의 부탁을 받고 담배를 제조해 주거나 미리 제조해 둔 담배를 판매하기도 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러한 변칙적인 영업에 대해 알고서도 묵인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2) 위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인 등 가맹점주들과 공모하여 담배를 제조하였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이 가맹점주들에게 담배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행위는 단순한 물품공급 행위로서 담배사업법 제2조 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담배의 제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이 당초 구상한 영업방식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하기로 예정된 활동은, 영업점을 방문한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활동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기 어렵다. 제조란 일반적으로 ‘물건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므로, 위와 같은 활동까지 제조로 이해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다.

다) 가맹점에서 손님은 업주들로부터 받은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이용하여 가공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는데, 당시 가맹점에 비치된 담배제조시설의 규모와 자동화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손님의 작업이 명목상의 활동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작업을 가맹점주들의 활동과 같게 볼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기도 어렵다.

라) 담배사업법령에서 담배제조업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이에 대한 허가기준을 둔 취지는, 국민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담배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산업의 경쟁체제는 유지하면서도 군소생산업체가 다수 설립되는 것을 막아, 담배의 품질과 공급량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고 담배 소비 증가를 억제하려는 데에 있다(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9828 판결 등 참조).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의 판매와 개별 소비자에 의한 담배제조가 금지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구상한 영업방식이 위와 같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설령 피고인이 구상한 영업방식을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담배의 품질과 공급량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적인 보완을 통해 해결함이 마땅하다.

마) 한편 위와 같은 피고인이 구상한 영업방식에 따르면, 손님과 가맹점주들 사이에 수수되는 돈은 ‘완성된 담배’가 아닌 ‘담배 재료 또는 제조시설의 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봄이 타당하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외인 등 업주들과 공모하여 담배를 제조·판매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담배사업법 제11조 에서 정한 ‘담배의 제조’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주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동일체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 이흥구 오석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