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주거침입)·특수공무집행방해] 확정[각공2011상,623]
[1]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의 판단 기준
[2]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인 피고인이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채 라이터를 소지하고 구청장 집무실로 찾아가 그 부속실에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분신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항의하여 위 부속실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주거침입)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1] 어떤 물건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인 피고인이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채 라이터를 소지하고 구청장 집무실로 찾아가 그 부속실에서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분신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항의하여 위 부속실 직원들이 민원인과의 상담 및 전화 응대 등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적어도 피고인에게 건조물침입 및 공무집행방해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1회용 라이터는 용법상 이를 소지하고 구청에 출입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지만, 피고인이 분신할 것을 마음먹고 위와 같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듯한 자세를 취한 경우에는, 만일 실제로 피고인의 몸에 불이 붙는 경우 피고인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그 불이 구청 청사에 옮겨 붙어 근무 중인 공무원 및 민원인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어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주거침입)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1]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8도3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도3520 판결 (공2009상, 588)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10256 판결 (공2010하, 2296)
피고인
피고인
박종선
변호사 변영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청은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이고, 피고인은 단순히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서 해운대구청을 방문한 것으로서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그 장소에 들어간 것이 아니므로, 타인의 건조물에 침입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공무를 방해할 의사가 아니라 분신할 의사로 휘발유를 몸에 뿌린 것이므로 공무집행방해의 고의 역시 없었으며, 피고인이 휴대한 라이터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주거침입)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모두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해운대구청 앞에서 청소대행업체 민간위탁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계속하던 중, 청소용역업체에서 미화청소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계약체결을 요구한다는 말을 들은 사실, ② 이에 피고인은 해운대구청에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항의를 하기 위해 구청장을 면담하고 만약 구청장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분신하겠다는 생각으로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채 라이터를 소지하고 구청장 집무실로 찾아간 사실, ③ 그러나 구청장이 외출 중이라서 만날 수 없게 되자, 피고인은 구청장 집무실의 부속실에서 오른손에 라이터를 쥐고 구청장 비서실장 공소외인에게 “가까이 오지 마라.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구청장 데려와라.”라고 요구하며 마치 라이터를 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듯한 자세를 취한 사실, ④ 이에 연락을 받고 찾아온 주민생활지원국장 등 구청 담당공무원들과 인건비 기준 및 임금 삭감 여부에 대하여 논쟁을 벌인 사실, ⑤ 이로 인하여 공소외인을 비롯한 구청장 부속실 직원들이 민원인과의 상담 및 전화 응대 등의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구청장 집무실 및 부속실은 평소 일반인들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하나, 피고인의 경우와 같이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상태에서 분신할 생각으로 출입하는 경우라면 구청 직원들이 피고인의 출입을 저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온몸에 휘발유를 뿌린 상태에서 불을 붙이겠다고 라이터를 자신의 몸에 가까이 대고 있는 상황에서는, 구청장 부속실 직원들로서는 언제든지 피고인의 몸에 불이 붙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주변의 서류나 집기 등에 불이 옮겨 붙어 직원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초래되거나 구청 건물이 소훼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역시 이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피고인에게는 건조물침입 및 공무집행방해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어떤 물건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바(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10256 판결 등 참조), 1회용 라이터는 그 용법상으로만 보면 이를 소지하고 구청에 출입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지만, 피고인이 분신할 것을 마음먹고 사전에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상태에서 1회용 라이터를 들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듯한 자세를 취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만일 실제로 피고인의 몸에 불이 붙는 경우 피고인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그 불이 구청 청사에 옮겨 붙어 근무 중인 공무원 및 민원인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라이터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및 형법 제144조 제1항 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환경미화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려는 생각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정상에 참작할 바가 있기는 하나, 목적의 정당성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함에도 피고인은 극단적 행동으로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 그럼에도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아니한 채 행위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과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