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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두40016 판결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이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및 행정법원의 수소법원이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과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와이비엘 담당변호사 윤치영 외 1인)

피고, 상고인

강원도지방경찰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는 원고가 혈중알코올농도 0.119%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원고 소유의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차량이 제동장치가 풀린 채 저절로 경사면을 따라 움직였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와 반대로 원고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우므로 원고의 음주운전 사실이 확인되지 아니한 불이익은 그 증명책임이 있는 피고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202조 ). 또한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이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당해 행정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해당 행정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 ( 대법원 1981. 1. 27. 선고 80누18 판결 ).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의 친구 소외인은 2015. 12. 14. 19:10경 술에 취한 원고를 데려다 주기 위하여 이 사건 차량 조수석에 원고를 태우고 운전하던 중 원고와 말다툼 끝에 이 사건 차량을 도로변의 식당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다음 현장을 떠났다.

(2) 그 후 이 사건 차량은 후진하여 왕복 2차로의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의 배수로까지 약 7m를 진행하다가 철제 입간판을 쓰러트리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인근 주민이 같은 날 20:24경 사고 사실을 신고하였다.

(3)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하였을 당시, 이 사건 차량은 시동이 걸려 있는 채 변속기가 주차(P) 위치에 놓여 있었고, 원고는 이 사건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4) 소외인은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고 차에서 내릴 당시 변속기를 어떤 상태로 두었는지는 기억나지 아니하나, 주차 브레이크를 채운 것은 분명히 기억나고, 자신은 평소 주차할 때 변속기를 주차(P) 위치에 두는 운전습관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원고는 수사과정에서 ‘술에 취한 상태이어서 운전한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차량이 후진한 것이 맞다’, ‘논리적으로는 제가 운전한 것이 맞다’라고 진술하였다.

원고는 ‘혈중알코올농도 0.11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이 사건 차량을 약 7m 가량 운전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아니하여 그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6) 원고는 행정심판과 이 사건 제1심까지도 음주운전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아니한 채 운전거리가 약 7m에 불과한 점 등 제반 정상참작사유를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가혹하다는 취지로만 주장하였는데, 원심에 이르러 비로소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잠들었을 뿐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알 수 없는 경위로 차량이 후진하여 배수로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을 추가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원심까지 제출된 모든 증거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원고의 운전에 의하지 아니하고 후진했다고 보기 위하여는,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의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변속기를 ‘중립’(N)으로 변경한 다음 주차 브레이크만을 채운 채 하차한 상태에서, 원고가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원고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주차 브레이크가 해제되어 차량이 후진하게 되었다는 사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그런데 원심까지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면서 시동을 켜두었는지, 변속기를 어느 위치에 두었는지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의 시동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변속기를 중립(N)으로 한 다음 주차 브레이크만을 채웠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소외인이 자신의 운전습관에 관하여 진술한 것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운전자의 운전습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3)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소외인이 시동을 켠 채로 주차 브레이크만 채우고 변속기는 중립(N)에 둔 상태에서 하차하였다 하더라도, 운전석에 앉아 있던 원고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차 브레이크가 해제되었다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고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다는 내용의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아니하여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상,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차량이 후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확정된 약식명령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