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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2758 판결

[공용물건손상·공무집행방해·협박][미간행]

판시사항

[1] 형법 제20조 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2] 갑 주식회사가 피고인에게 공립유치원의 놀이시설 제작 및 설치공사를 하도급주었는데, 피고인이 유치원 행정실장 등에게 공사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놀이시설의 일부인 보호대를 칼로 뜯어내고 일부 놀이시설은 철거하는 방법으로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손상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공사대금 직불청구권이 있고 놀이시설의 정당한 유치권자로서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거나 공사대금 확보를 위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데에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공용물건손상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20조 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에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도730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립유치원인 ○○○유치원의 계약담당공무원은 2012. 12. 31.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계약금액은 280,000,000원, 계약기간은 2012. 12. 31.부터 2013. 3. 10.까지로 정하여 공소외 1 회사가 유치원 놀이시설(이하 ‘이 사건 놀이시설’이라고 한다)을 제작하여 설치하는 내용의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그 후 위 공사의 계약기간이 연장되었고, 공소외 1 회사는 2013. 9. 3. 피고인에게 ○○○유치원 담당 공무원의 동의 아래 이 사건 놀이시설 제작 및 설치공사를 공사대금 약 160,000,000원에 하도급주었다.

다. 피고인은 2013. 9. 17.경까지 위 하도급 공사의 약 90% 정도를 진행한 다음 공소외 1 회사에 공사대금 중 70,000,000원의 지급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위 공사의 기성률을 검사한 ○○○유치원은 2013. 9. 17. 공소외 1 회사에 기성금 43,000,000원만을 지급하였다. 공소외 1 회사는 피고인에게, 같은 날 위 43,000,000원을, 2013. 10.경 30,000,000원을 추가로 지급한 이외에 나머지 공사대금 약 80,000,000원은 지연손해금 등 정산을 이유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3. 10.경 나머지 공사를 중단한 다음 2013. 12.경부터 원도급인인 ○○○유치원의 행정실장 공소외 2 등에게 공사대금을 피고인에게 직접 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 공소외 2 등은 피고인에게 공소외 1 회사로부터 직불청구동의서 등을 발급받아 오지 못하면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요청을 거절하고 2014. 1. 27. 공소외 1 회사에 2차 기성금 48,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마. 피고인은 2014. 1. 28.부터 2014. 11. 4.까지 ○○○유치원에 찾아와 공사대금을 지급해 달라며 거칠게 항의하였고, 이로 인하여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횟수만 5회에 이르렀다. 피고인은 공소외 2 등에게 ‘이 사건 놀이시설의 설치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사용을 금지하여야 하고 공사대금을 지급받기 전까지는 이 사건 놀이시설을 인도하여 줄 수 없다’는 이유로 2014. 1.부터 2014. 7.까지 위험하다는 뜻이 표시되어 있는 줄을 이 사건 놀이시설 주위에 둘러쳐 출입 및 사용을 못하게 하였다(그렇다고 피고인이 이 사건 놀이시설을 점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바. 그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용물건손상 부분의 기재 내용과 같이 2014. 4. 7. 이 사건 놀이시설의 일부인 보호대를 칼로 뜯어내고, 2014. 7. 10. 피고인과 함께 방문한 설치업체 관계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놀이시설의 일부를 철거하게 하여 이를 운동장 한쪽에 모아 두게 함으로써 이 사건 놀이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위와 같이 철거된 일부 놀이시설이 2014. 11.까지도 운동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사. 피고인은 이 사건 놀이시설에 관한 공사대금 문제로 2014. 6. 20. 공소외 2에게 ○○○유치원의 시설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였고, 2014. 11. 5. 공소외 2의 손목과 멱살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하여 공무원의 유치원 운영 등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으며, 2014. 8. 25. 공소외 2에게 전화로 심한 욕설을 하며 협박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우선 유치권은 유치권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피고인은 2013. 10.경 공사를 중단한 후 이 사건 놀이시설을 점유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놀이시설에 관한 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유치원에 관한 공사대금 직불청구권이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놀이시설의 정당한 유치권자로서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놀이시설의 보호대를 손괴하고 놀이시설의 일부를 철거하여 운동장에 옮겨 놓아 장기간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든 피고인의 행위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공사대금 확보를 위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데에 이와 같은 손상 및 철거 행위가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유치원에 대한 공사대금 직불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놀이시설의 보호대를 손괴하고 일부 시설을 철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거나, 유치권이 성립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치권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용물건손상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에 구체적인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공용물건손상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위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공무집행방해 및 협박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병대 박보영(주심)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