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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10308 판결

[강간상해(인정된죄명:상해)·강도][미간행]

판시사항

[1] 강도죄 성립에서 절취행위와 폭행·협박과의 관련성

[2] 주점 도우미인 피해자와의 윤락행위 도중 시비 끝에 피해자를 이불로 덮어씌우고 폭행한 후 이불 속에 들어 있는 피해자를 두고 나가다가 탁자 위의 피해자 손가방 안에서 현금을 가져간 사안에서, 폭행에 의한 강도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모병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형법 제333조 의 강도죄는 사람의 반항을 억압함에 충분한 폭행 또는 협박을 사용하여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피고인이 타인에 대하여 반항을 억압함에 충분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사실이 있다 해도 그 타인이 재물 취거의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틈을 이용하여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취거한 경우에는 위 폭행이나 협박이 재물 탈취의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아님은 물론, 그 폭행 또는 협박으로 조성된 피해자의 반항억압의 상태를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하여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위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반항억압의 상태가 처음부터 재물 탈취의 계획하에 이루어졌다거나 양자가 시간적으로 극히 밀접되어 있는 등 전체적·실질적으로 단일한 재물 탈취의 범의의 실현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강도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 대법원 1956. 8. 17. 선고 4289형상170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8. 1. 22. 03:00경 주점에서 만난 도우미 피해자와 합의하에 술을 한잔 더 하기 위해 위 피해자와 같이 주점 밖으로 나와 길을 걷다가 피해자를 그 판시 모텔로 끌고 들어가 피해자를 구타하여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를 이불로 덮어씌우고 발로 짓밟아 반항을 억압한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함으로써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고, 위와 같이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여 이불을 덮고 쓰러져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가방 안에 든 현금 20만 원 등을 빼앗아 가 이를 강취하였다고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고 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반면,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이 사건 경위에 관한 설명이 훨씬 자연스럽고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강간상해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그와 일죄의 관계인 위 상해죄와 함께 이 사건 강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본 피고인의 이 사건 경위에 관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윤락을 위해 위 주점을 나와 모텔로 갈 당시 피해자에게 화대를 지급하기 위해 현금 인출기에서 20만 원을 인출하여 모텔비 35,000원을 지급한 다음 위 모텔 408호실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던 중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교행위가 너무 과격하다는 이유로 항의를 하면서 성교를 중단하는 바람에 말다툼이 벌어져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시작하면서 피해자가 이불을 뒤집어쓴 후에도 계속해서 주먹과 발로 피해자를 구타한 후 이불 속에 들어 있는 피해자를 두고 옷을 입고 방을 나가다가 탁자 위의 피해자 손가방 안에서 현금 20만 원 등이 든 피해자의 키홀더를 우발적으로 가져갔다는 것이고, 한편 피해자의 경찰, 검찰 및 제1심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더라도 자신이 이불을 덮어쓴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나중에 주위가 조용해져 이불에서 나와 구조를 요청하면서 보니 현금 등이 없어진 사실을 비로소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위 재물의 피해 경위에 관한 한 피고인의 진술과 일치함을 알 수 있는바, 그와 같이 피고인의 이 사건 재물 취거행위가 피해자가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이루어진데다가 그 원인이 되었던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폭행행위도 그와는 전혀 무관한 윤락행위 도중의 시비끝에 발생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 비록 위 재물의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폭행 직후에 이루어지긴 했지만 위 폭행이 피해자의 재물 탈취를 위한 피해자의 반항억압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어 양자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고, 달리 위 폭행이 처음부터 재물 탈취의 범의하에 이루어졌다거나 피고인의 위 폭행 및 재물 취거의 각 행위를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단일한 재물 강취의 범행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폭행에 의한 강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강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은 강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명백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판시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모든 죄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유죄 부분 전부를 파기한다),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