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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3. 25. 선고 98헌마303 판례집 [불기소처분취소]

[판례집11권 1집 251~26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이른바 교내 집단괴롭힘 사건의 피고소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기소편의주의의 한계를 초월한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본 사례

결정요지

1.집단괴롭힘에 대하여는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윤리적 교육과 더불어 그 태양이나 방법에 따라 적절한 처벌이나 사회봉사활동을 병행하는 등 개별적·탄력적 조치를 취하여 이를 해소·추방시킬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할 것인바, 범행이 지속적이거나 방법이 비인격적이며 가담정도가 중한 경우에는 형사법이나 소년법에 정한 적정한 제재와 보호조치를 함으로써 범행 후에라도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2.피고소인들간에는 범행의 횟수, 죄질의 정도, 피해의 경중, 범행후의 정황 등에 있어 상당한 편차가 인정되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적어도 범행을 주도하거나 중한 행위자만이라도 선별하여 형법이나 소년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형벌이나 사회봉사·수강명령 또는 보호관찰 등 적당한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함이 합당함에도, 피고소인들 각자의 죄질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검사에게 주어진 기소편의주의의 한계를 초월하여 재량권을 남용한 자의적인 조치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피고소인들은 모두 행위 당시 중학교 2·3학년의 학생들로서 그들간에 행위의 경중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점, 피해학생이나 그 가족의 피해나 고통은 피고소인들의 행위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된 것으로 인정되는 점, 3·4년이 지난 이제와서 일부학생들만으로 기소한다거나 소년부에 송치한다면 이 사건 집단괴롭힘행위의 발생원인이나 그에 따른 책임을 그들에게만 모두 지우는 셈이 되어 매우 가혹할 뿐더러, 그들이 무겁게 처벌되거나 보호처분될 개연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재판소가 나서서 이를 취소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는 볼 수 없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후의 정황

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와 공소불가분) ①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생략

참조판례

헌재 1991. 4. 1. 90헌마65 , 판례집 3, 160

헌재 1995. 1. 20. 94헌마246 , 판례집 7-1, 15

헌재 1996. 3. 28. 95헌마208 , 판례집 8-1, 262

당사자

청 구 인이○헌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이○우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상철

피청구인서울지방검찰청동부지청 검사

주문

서울지방검찰청동부지청 97형제4816호, 제6219호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피고소인 전○기 외 15명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97형제4816, 제6219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은 1996. 11. 15. 서울동부경찰서에 청구외 전○기, 허○, 신○수, 이○노, 한○균, 김○식, 강○주, 김○욱, 김○민, 박○준, 최○원, 김○균을, 1997. 1. 28.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 청구외 정○원, 신○철, 문○식, 임○민을 각 폭행죄 등으로 고소하였는데,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아래 제2항과 같다.

나.피청구인은 1997. 4. 30. 위 각 고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이에 불복, 검찰청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항고, 재항고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로서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에서

의 진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1998. 8. 2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고소사실의 요지

피고소인 전○기, ○정, 신○수, 이○노, 한○균, 김○식은 청구인 이○헌이 고소를 제기한 1996년도에 고소인과 같은 반인 ○○중학교 3학년 11반의 학생들이었고, 피고소인 강○주, 김○욱, 김○민, 박○준, 최○원, 김○균, 정○원, 신○철, 문○식, 임○민은 1995년도에 고소인과 같은 반인 위 중학교 2학년 13반의 학생들이었던 자들인바,

(1) 피고소인 전○기는

1995. 3. 일자미상경부터 1996. 7. 일자미상경 사이 서울 광진구 자양○ 524 소재 ○○중학교 교실과 복도 등에서 고소인을 이유없이 “바보”라고 놀리며 주먹과 발로 수회에 걸쳐 안면 등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하고,

(2) 피고소인 전○기, ○정, 이○노는 공동하여

1996. 3월 일자미상경 위 (1)항과 같은 장소인 3학년 11반 교실에서 피고소인 전○기가 고소인이 수업시간중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업이 끝난 후 주먹과 발로 가슴 등을 수회 때릴 때 같은 ○정은 책상위에 올라가 발로 동인의 얼굴을 차고 같은 이○노는 손가락을 꺾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하고,

(3) 피고소인 ○정은

1996. 4월 일자미상 16:00경 위 학교 3층 화장실에서 고소인이 평소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파이프(길이 약50센치가량)를 집어들고 고소인의 안면을 내려 칠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폭행하고,

(4) 피고소인 ○정, 신○수는 공동하여

1996. 5. 22.경 충북 괴산군 소재 극기수련회장 숙소에서 고소인과 함께 같은 방에서 잠을 자려고 하던 중 피고소인 허○이 고소인에게 가지고 온 돈을 내놓으라고 하였으나 동인이 이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머리 등을 때릴 때 같은 신○수는 발로 몸을 걷어 차는 등 폭행하고,

(5) 피고소인 한○균은

(가)1996. 4월 일자미상경부터 같은 해 5월 일자미상경 사이 위 학교 3학년 11반 교실에서 고소인의 청바지 지퍼를 강제로 내리고 그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고소인의 성기를 1회 강제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하고,

(나)같은 해 6월 일자미상경 서울 광진구 ○○동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피고소인이 고소인에게 자신의 집에 놀러 가자고 하여 동 승강기에 함께 타고 올라가던 중 피고소인이 집에 아버지가 계시니 다음에 놀자고 하였음에도 고소인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이유로 신발을 벗어 들고 그의 옆구리를 때리는 등 폭행하고,

(6) 피고소인 김○식은

1996. 3월 일자미상경부터 같은 해 7월 일자미상경 사이 위와 같은 학교 교실 및 복도 등에서 고소인에게 하등의 이유없이 시비를 걸며 주먹과 발로 그의 팔과 가슴 등을 때리는 등 폭행하고,

(7) 피고소인 이○노는

위 제(6)항과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고소인의 팔과 가슴 등을 때리는 등 폭행하고,

(8) 피고소인 김○균은

(가)1995. 3월 일자미상경 위 학교 2학년 13반 교실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소인에게 시비를 걸며 주먹과 발로 가슴 등을 때리며 폭행하고,

(나)1996. 3월 초순 일자미상경 20:00경 서울 광진구 ○○동 소재 이일학원 앞 노상을 함께 걸어가던중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며 주먹으로 고소인의 팔 등을 때려 폭행하고,

(9) 피고소인 강○주는

1995. 3월 일자미상경부터 1996. 2월 일자미상경 사이 위 학교 교실 및 복도 등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주먹으로 고소인의 팔 등을 때리는 등 폭행하고,

(10)피고소인 김○욱, 김○민, 박○준, 최○원은 공동하여

위 제(9)항과 같은 일시경 같은 장소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고소인의 팔 등을 때리는 등 고소인에게 각각 폭행을 가하고,

(11)피고소인 정○원, 신○철, 문○식, 임○민은 공동하여

1995. 3.부터 1996. 2. 사이에 위 학교 컴퓨터실에서 10여회에 걸쳐 고소인을 끌고 가 주먹과 발로 구타하여 넘어뜨리고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고소인의 바지를 벗겨 성기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하고, 위와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등 겁을 주어, 동인에게 행동 및 정서장애를 야기시켰다.

3. 당사자의 주장 및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

(1)이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심성이 순하고 마음이 여린 청구인을 같은 반 친구들이 1년 반 동안에 걸쳐 집단적

상습적으로 폭행 또는 모욕하고 돈을 빼앗고 강제추행하는 등으로 괴롭히면서 청구인의 고통을 보고 가학성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외부에 알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일삼은 전형적인 집단따돌림(일명 왕따) 사건으로서 사안이 극히 중한 고의적 범행이고 비인간적이며 잔혹스런 사건이다.

(2)이로 인하여 청구인과 부모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당하여 청구인은 행동 및 정서장애을 일으켜 1년 이상을 휴학하며 정신과적 치료를 받고 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도 못하는 등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3)그럼에도 피고소인들은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아니하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하면서 허위사실을 조작하였으며 조사과정에서도 청구인에게 보복을 암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피고소인들의 범행은폐 행위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변소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4)그러므로 피청구인은 철저한 수사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고소인들은 마땅히 중벌을 받도록 기소하였어야 함에도 기소유예로 불기소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처분은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피청구인은 이 사건에 대하여 약 4개월에 걸쳐 관련자 전원과 교사, 급우 등 필요한 모든 사람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였으므로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없고, 피고소인들의 변명만을 일방적으로 채택한 것이 아니라 관련자료들을 모두 종합한 끝에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을 혐의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아직 연소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신분인데다 반성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정당하게 기소유예처분한 것이므로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4. 판 단

가. 기소유예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기소편의주의(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구체적인 형태로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형법 제51조의 정상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바, 이는 범죄자의 정상을 고려함이 없이 반드시 기소하여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구체적 정의에 반하고 형사정책적 견지에서도 합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입법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검사의 재량권 행사에는 스스로 합리적인 한계가 있어야 할 것으로 죄명, 보호법익의 침해정도, 죄질의 경중, 범행의 동기ㆍ수단ㆍ결과, 범인의 연령ㆍ성행ㆍ지능과 환경, 범행후의 정황, 피해자에 대한 관계, 기타 형법 제51조 소정의 사항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와 같은 한계를 초월하여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볼 자의적인 조치는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서, 기소하여 법원의 심판을 받도록 함이 마땅한 사안을 자의적으로 기소유예로 불기소처분함은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것이다(헌재 1991. 4. 1. 90헌마65 , 판례집 3, 160, 168 참조).

나. 소위 집단괴롭힘사건의 현실과 대책

이 사건은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속칭 “왕따”사건 중

에서도 단순한 “집단따돌림”을 넘어 청구인의 급우(級友)들이 집단적 지속적으로 청구인을 폭행, 협박, 강제추행, 공갈하는 등으로 괴롭힌 사안으로서 전형적인 “집단괴롭힘” 사건이다.

집단괴롭힘은 한 집단의 소속원 중 자기보다 약하거나 신체적·정신적으로 부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집단으로 신체적·심리적인 공격을 지속적으로 가하거나 반복하여 고통을 주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바, 이러한 현상은 1998. 1.부터 9.까지만 보더라도 전국의 초ㆍ중ㆍ고교에서 4,000여건이 보고되었고 그 동안 수명의 피해학생이 자살하는 등 청소년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

이러한 집단괴롭힘은 집단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상호 이해관계를 조절하며 조화로운 삶을 모색하여야 하는 공동생활의 바탕을 파괴하여 피해학생에게 신체적ㆍ육체적인 피해를 넘어서 정신적 고립감과 굴욕감 등을 강요하여 인간성을 황폐화시킴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시키고 치유불가능한 후유증을 남기며, 심할 경우 정신병 또는 자살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가해학생 역시 타인의 괴로움으로부터 쾌감을 얻는 악성향의 발현으로 올바른 도덕성ㆍ사회성ㆍ타인존중성을 기르지 못하여 인격장애자가 되는 등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집단괴롭힘에 대하여는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윤리적 교육과 더불어 그 태양이나 방법에 따라 적절한 처벌이나 사회봉사활동을 병행하는 등 개별적ㆍ탄력적 조치를 하여 이를 해소·추방시킬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범행이 지속적이거나 방법이 비인격적이며 가담정도가 중한 경우에는 형사법이나 소년법에 정한 적정한 제재와 보호조치를 함으로써

범행 후에라도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 피청구인의 이 사건 처분의 타당성

피청구인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청구인의 정신과적 치료와 피고소인들의 가해행위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고, 피고소인들이 나이어린 학생들이고 우발적 범행이며 사안이 중하지 아니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하고 있으므로 차례로 살펴본다.

(1)그런데 피고소인들은 집단으로 청구인을 따돌리거나 놀리는 정도를 넘어 상습적인 신체폭행, 하기 싫은 일 강요, 금품갈취, 심리적 협박과 감금, 강제추행 등 갖가지 방법으로 1년 이상이나 지속적이고 가혹할 정도로 괴롭혀 왔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은 수십차례 주먹과 발 또는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당하여 심하게 멍이 드는 등 부상을 입거나 돈을 빼앗겼고, 여러차례에 걸쳐 청구인의 성기를 만지며 놀리는 등의 수치심을 견뎌야 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후유증으로 학교를 1년 이상 휴학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도 못한 채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등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고 청구인의 부모 역시 청구인에 버금가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미국에서 성장하여 귀국한 관계로 발음이 정확하지 아니하고 한국의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데다가 신체도 허약하여 걸음걸이가 뒤뚱거리고 마음이 여리고 다소 엉뚱한 행동을 하는 학생임이 인정되는바, 청구인에게 이러한 약점이 있다면 피고소인들이 비록 나이어린 학생들일지라도 같은 급우

로서 청구인의 어려움을 돕거나 보살펴 주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거늘 오히려 이러한 약점을 놀림감으로 삼아 집단으로 괴롭히면서 청구인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행위는 피고소인들이 아직 나이어린 학생들이란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결코 사안이 중하지 아니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임에도 사안이 가볍다고 단정한 피청구인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2)더구나 피고소인들은 중학교 2학년부터 3학년에 걸쳐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폐쇄된 컴퓨터실같은 은밀한 장소에서 같은 유형의 범죄를 반복하여 범한데다가 학교나 선생님 등으로부터 수차 청구인을 괴롭히지말라는 지적을 받고도 범행을 계속한 점으로 보아 상당히 계획된 범행이라 봄이 상당하고 이를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판단한 피청구인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3)다만 이 사건 기록을 정사하면, 집단괴롭힘을 주도하여 여러 차례 청구인을 때리고 강제추행한 피고소인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자신도 집단따돌림을 당하지 아니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가담한 정도에 불과하고 깊이 뉘우치는 피고소인도 있어서 범행의 횟수, 죄질의 정도, 피해의 경중, 범행후의 정황 등에 상당한 편차가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적어도 범행을 주도하거나 중한 행위자만이라도 선별하여 형법이나 소년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형벌이나 사회봉사ㆍ수강명령 또는 보호관찰 등 적당한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함이 합당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범죄피해자인 청구인을 보호하고 피해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피고소인들 자신의 교화개선을 위한 특별예방적인 효과는 물론 청소년 또는 학교사회의 집단괴롭힘 현상을 억제하는 일

반예방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피고소인들에 대한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판단의 잘못으로 인하여 각자의 죄질을 고려치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피고소인들의 행위간의 합리적인 차별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검사에게 주어진 기소편의주의의 한계를 초월하여 재량권을 남용한 자의적인 조치라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한대현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집단괴롭힘현상은 매우 불행한 일로서, 그로 인하여 피해학생이나 그 가족이 큰 고통을 입게 됨은 물론 가해학생자신도 인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과 근자에 집단괴롭힘현상이 크게 사회문제화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일대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이 사건 집단괴롭힘행위를 한 학생들 중 그 행위가 보다 무거운 일부학생들을 가려내어 형사법이나 소년법에서 정한 처벌이나 보호처분을 받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다수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고소인들은 모두 행위 당시 형사미성년을 갓 넘어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중학교 2·3학년 학생들로서 그들간에 행위의 경중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피해학생이나 그 가족이 입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나 고통은 피고소인들의 행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된 것으로 인정되는데도, 3·4년이 지난 이제와서 일부학생들만을 기소하거나 소년부에 송치한다면 이 사건 집단괴롭힘행위의 발생원인이나 그에 따른 책임을 그들에게만 모두 지우는 셈이 되어 매우 가혹할 뿐더러, 그들이 기소되거나 소년부에 송치된다한들 무겁게 처벌되거나 보호처분될 개연성이 크지 않다는 점들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처분에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형법 제5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항을 참작하여 피고소인들을 기소유예한 조처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으며, 그것이 검사에게 주어진 재량의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이어서 헌법재판소가 나서서 이를 취소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함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