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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6384 판결

[손해배상(기)][공2022하,1473]

판시사항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 및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판결요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가 피해를 인식하여 표현하고 법적 구제절차로 나아가게 된 동기나 경위 및 그 시점, 관련 형사절차 진행 중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가해자가 사실관계나 법리 등을 다투는지 여부,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였는지 여부, 관련 형사사건 재판의 심급별 판결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명숙)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원기)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1. 12. 17. 선고 2021나51925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가 피해를 인식하여 표현하고 법적 구제절차로 나아가게 된 동기나 경위 및 그 시점, 관련 형사절차 진행 중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가해자가 사실관계나 법리 등을 다투는지 여부,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였는지 여부, 관련 형사사건 재판의 심급별 판결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2. 원심은, 피고가 위력으로 청소년인 원고를 추행하고 간음하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감안할 때 원고로서는 피고의 위 성폭력행위에 관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때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는 위 형사재판의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8. 9. 20.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성년에 도달한 2013. 4. 2.부터 단기소멸시효가 진행되어 이 사건 제소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가. 피고의 불법행위는 이 사건 극단의 대표인 피고가 자신의 지위와 단원인 원고와의 관계를 이용하여 위력으로 청소년이던 원고를 추행하고 간음한 것이다. 이 사건 당시 원고의 나이, 원고와 피고의 인적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로서는 피고와 성적 접촉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은 하였을 수 있으나 그것이 곧바로 위법한 행위인지는 알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사건 성폭력행위는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간음행위로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원고로서는 피고의 이 사건 성폭력행위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원고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간음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수 있다.

나. 원고는 피고로부터 당한 행위가 부당하거나 부적절하다는 것은 인지하면서도 이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던 중, 2018년경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전개되고 피고의 극단에 함께 소속되어 있었던 단원이 자신과 유사한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피고로부터 당한 행위도 위법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비로소 수사기관에 피해사실을 진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는 이 사건 범행으로 기소된 후 원고와 합의하에 1회 성행위를 한 사실이 있을 뿐 위력으로 원고를 추행하거나 간음한 적이 없다고 극구 다투었고 이에 따라 원고는 제1심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기도 하였다.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의 제1심법원은 원고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위력의 존재 및 행사가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검사는 원고보다 먼저 피고에 대해 폭로하였던 이 사건 극단 단원에 대하여도 피고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강간등)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으나 그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되었고,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거쳐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 피해자의 판단능력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