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조사확정재판에대한이의의소
2015가합567 채권조사확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
크리스탈 핸디 씨 에스 에이(Crystal Handy C S. A.)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 A, B
2016. 12. 22.
2017. 1. 19.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부산지방법원 2014. 12. 16.자 2012회확59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을 인가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부산지방법원 2014. 12. 16.자 2012회확59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의 채무자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회생채권은 미화 7,237,752달러임을 확정한다.
1. 기초사실
가. 원고와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 사이의 매매계약
1) 해상화물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창명해운 주식회사(이하 '창명해운'이라고 한다)와 조선업, 선박수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이하 '오리엔트조선'이라고 한다)은 2007. 7. 11. 선체번호 OSN-1013호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건조대금을 미화 33,800,000달러로 하는 선박건조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0조 지급 2. 지급조건 계약대금의 지급은 이 사건 계약이 발효된 이후 아래의 방식에 따라 지급된다. (a) 1차 선수금 매수인(창명해운)이 이 조의 제8항에 따라 선수금환급보증서(RG)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계약대금의 20%인 미화 6,760,000달러를 지급한다. (b) 2차 선수금 매수인이 건조자(오리엔트조선)로부터 강재절단(steel cutting)이 행해졌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계약대금의 20%인 미화 6,760,000달러를 지급한다. (중략) 건조자와 매수인은 이 조항의 규정에 따라 건조자와 매수인간의 어떠한 분쟁이나 불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은 지급을 지연하거나 거절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상호 합의한다. 이와 관련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아래의 제13조에 따라 중재에서 해결하도록 한다. 3. 지급의 청구 1차 선수금을 제외하고는 위 제2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지급의 기일이 되는 일자의 최소한 14일 이전에 건조자는 팩스로 매수인에게 지급기일에 대한 통지를 하여야 한다. 매수인은 그러한 통지를 받은 즉시 건조자에게 팩스로 확인통지를 하여야 하고, 이 조항에 따라 지급을 하여야 한다. 5. 건조자의 선수금환급의무 매수인이 선박의 인도에 앞서 건조자에게 지급한 금원은 건조자에게 지급한 선수금으로 본다. 이 사건 계약상 조건에 의거하여 매수인이 선박의 인수를 거절하거나, 제11조에 따라 건조자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 또는 취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만일 매수인이 이 사건 계약을 종료, 취소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상 어느 조항에 따라 매수인이 해제, 취소, 종료하면, 건조자는 매수인이 기지급한 선수금을, 미화로, 인도 전에 지급한 금원 전액 및 그에 대한 이자를 합산한 금원을 매수인의 거절의사표시를 수령한 날로부터 7 은행 영업일 내에 즉시 매수인에게 환급한다. 8. 선수금환급보증 선수금의 환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건조자는 매수인에게, 매수인을 수익자로 하여 매수인이 인도 전에 지급한 금원 및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대한민국 은행이 발행한 선수금환급보증서를 제공하여야 한다. 제11조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1. 아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매수인의 건조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본다. (a) 각 선수금의 지급기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이 1차, 2차, 3차 그리고 4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매수인이 건조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 건조자는 건조계약 및/또는 법이나 다른 규정에 따른 권리, 권한 및 해결책 이외에 아래의 권리, 권한 및 해결책을 가지게 된다. 2. 선박의 인도일 이전에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의 효과 매수인이 제1항이 규정하는 건조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에는, (d) 건조자가 매수인에 채무불이행 통지를 한 날로부터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 7일 이상 계속되는 경우에 건조자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나 팩스를 매수인에게 통지함으로써 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e) 건조자가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한 경우, 건조자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및 이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해 발생한 건조자의 손실 및 손해의 보상을 위하여 이미 지급된 선수금을 보유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동시에 건조자는 적당하게 생각하는대로 선박을 계속하여 완성하거나 완성하지 않을 권한을 가지고, 손실이나 손해에 대한 책임 없이 선박을 공경매 또는 사경매로 처분할 권리를 가진다. 조선소는 선박매각대금과 이미 보유하고 있던 분납금을 아래의 각 비용에 충당한다. (중략) 둘째, 선박이 미완성 상태였다면 선박의 건조와 관련하여 매각일 이전에 조선소에 발생한 비용에 충당하는데, 여기에는 작업비, 노동비, 재료비와 선박이 완성되어 인도되었다면 조선소가 받을 수 있었던 합리적인 기대이익 및 이에 대한 미지급 분납금의 지급기일부터 매각일까지 연 5%의 이자가 추가된다. 제14조 중재 1. 중재인의 선임 아래에 규정된 내용, 작업 또는 건조 또는 이 건조계약과 관련된 문제와 관련하여 당사자간에 분쟁이나 이견이 발생한 경우 및 이 건조계약에 따른 각 당사자의 의무와 책임의 모든 면에 있어서 분쟁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분쟁 및 이견은 런던의 1인 중재인에게 회부된다. 2. 적용되는 법 모든 중재에서는 영국의 1996년 중재법 또는 이에 대하여 당시에 효력을 가지는 수정조항 및 변경조항에 따라 해석되고 적용된다. 중재판정은 양당사자에 대하여 최종적이고 구속력을 가진다. |
2) 원고는 선박의 소유를 목적으로 파나마 공화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회사로서 2007. 9. 10. 창명해운, 오리엔트조선과 이 사건 계약상 창명해운의 지위를 창명해운에서 원고로 변경하는 경개계약(Novation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오리엔트조선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서를 지급받은 직후인 2007. 10, 18. 1차 선수금 미화 6,760,000달러를 오리엔트조선에 지급하였다.
나.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및 이 사건 계약의 해제
1) 오리엔트조선은 2012. 3. 22. 부산지방법원 2012회합3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A·B이 회생채무자인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이하 오리엔트 조선 및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 A • B을 모두 '피고'라고 한다).
2) 한편, 원고 측과 피고는 2009. 1.경부터 이 사건 선박 등을 포함한 발주 선박들의 건조공정 일정에 다툼이 있어 왔고, 원고 측은 2009. 1. 7. 피고에 일방적인 건조공정과 이에 따른 선수금지급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서신을 송부하였다.
3) 원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2009. 4. 22.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steel cutting)을 한 후 이를 원고 측에게 통지하였으나 원고는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피고는 2009. 11. 5.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0. 10. 7. 피고의 이 사건 계약 해제는 무효이고 피고의 계약해제통지는 이행거절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피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다.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
1)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해제로 인해 피고에 대하여 미화 7,237,752달러의 선수금반환채권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회생절차에서 위 돈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채권신고 금액을 모두 부인하였다.
2)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2회확59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14. 12. 16. 원고의 피고에 대한 회생채권은 존재하지 않음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회생채권조사확정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8호증, 을 제1, 2, 5, 16, 3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건조능력과 자금이 부족하여 이 사건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적법한 강재절단(steel cutting)을 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2차 선수금의 지급을 요청하면서 위 선수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지를 하였는데, 이는 피고가 계약이행의 의사 없이 오로지 선수금을 유용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입히겠다는 의사에 기한 권리남용으로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선이행의무를 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이행거절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피고 회사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해제하였는바, 피고는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1차 선수금 미화 6,760,000달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적법한 강재절단(steel cutting)을 한 후 이를 원고에 통지하였으나 원고가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와 같은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피고 회사는 2009. 11. 5. 이 사건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는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로부터 기지급받은 선수금을 보유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판단
1) 인정사실
갑 제3호증, 을 제1 내지 5, 8, 10, 14, 19, 23 내지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① 선박건조의 주요 공정은 'ⓐ 강재절단(steel cutting : 선박건조에 사용될 강재를 절단하는 작업), ⓑ 용골거치(keel laying : 강재로 만들어진 블록을 조립 및 용접하여 선체를 만드는 작업), ⓒ 진수 , ⓓ 시운전, ⓔ 완공, ⓕ 인도의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선박건조에는 초기 투입비용이 많고 그 비용 또한 고액이므로, 선박건조계약은 선박건조가 완공되고 선박이 인도된 후에 선박대금을 일시에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각 공정마다 선박건조대금을 선수금으로 분할하여 지급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② 이 사건 계약에도 매수인이 건조자에게 선수금을 각 공정단계마다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중 2차 선수금의 지급일시를 매수인이 건조자로부터 강재절단이 행해졌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지급시기의 기준이 되는 '강재절단 시행'과 관련하여 어떠한 절차적·실체적 요건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다.
③ 피고는 2009. 4. 3. 원고 측에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행사를 2009. 4. 22. 개최할 예정이라는 점을 알리고 원고 측에서도 참석하여 줄 것을 서면으로 요청하였으며, 같은 날 덕광중공업(주)에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행사를 덕광중공업(주)의 절단 작업장에서 시행할 예정이므로 절단장비와 안전모, 행사용 입간판 등을 준비하여 줄 것을 서면으로 요청하였다.
④ 그러나 원고 측에서는 위 일시에 강재절단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피고는 2009. 4. 22. 원고에게 강재검사증명서, 강재 절단도면, 강재절단 행사 사진 등을 첨부하여 강재절단 시행 사실을 통지하면서, 2009. 4. 27.까지 2차 선수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단 한 개의 블록도 제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가 시행한 강재절단을 인정할 수 없으며, 강재절단에 적합한 자료를 준비하여 재시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⑤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에 사용된 강재(E12블록용 강재)는 제철소에서 제작될 당시 전처리 작업(shop priming : 강재에 발생한 녹과 불순물을 제거하고 아연 등을 발라 녹을 방지하는 작업)을 마친 후 피고의 요청에 따라 2009. 4. 17. ㈜한라숏트 기연에서 출고되어 덕광기업에 도착하였다.
⑥ 원고가 2009. 4. 27.까지 피고에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자, 피고는 2009. 7. 30. 원고에게 7일 이내에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것을 통지하였고, 그럼에도 원고가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자 피고는 2009. 11. 5.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지하였다.
⑦ 한편, 원고는 2009. 1. 7.경부터 피고에게 공정의 지연 등을 지적하고, 1호선 및 2호선 선박의 1차 선수금으로 피고가 구매한 강재 등에 대한 검사를 요구하면서 강재절단에 반대하여 왔다. 또한 피고가 제시한 공정일정대로 공정이 이루어질지 여부에 대한 설명과, 이 사건 선박의 건조가 이루어질 장소인 광양조선소의 공사일정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⑧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중재절차를 신청하지 않았다.
2) 피고의 2009. 11. 5.자 계약해제가 적법한지 여부
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선수금반환청구권을 갖기 위해서는 피고의 2009. 11. 5.자 계약해제가 효력이 없어 이 사건 계약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므로, 먼저 이 사건 계약이 피고의 2009. 11. 5.자 해제통지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처분문서가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6753 판결,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60172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계약 제10조에 의하면 매수자는 건조자로부터 강재절단 시행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2차 선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위 선수금 지급은 당사자 사이의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지체되거나 유보될 수 없고, 어떠한 분쟁이 있으면 중재조항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한편으로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 취소, 종료하면 건조자는 매수인이 기지급한 선수금 및 그에 대한 이자를 즉시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그러한 선수금의 환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매수인을 수익자로 하는 선수금환급보증서를 발행받아 이를 매수인에게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위 계약 제11조에 의하면 선수금이 각 지급기일 내에 건조자에게 지급되지 아니하는 경우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고, 이 경우 건조자는 채무불이행을 통지한 날로부터 7일이 경과할 동안 채무불이행 상태가 유지되면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건조자는 매수인으로부터 지급받은 선수금을 보유하여 건조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09. 4. 22.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강재절단을 시행하고 그 무렵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면서 5일 내에 선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선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원고는 위 기간 내에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계약상 피고의 선수금지급요청의 부당함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중재를 신청하지도 않았다. 이에 피고는 2009. 7. 30.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통지하고 그로부터 약 3개월이 경과한 후인 2009. 11. 5.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은 2009. 11. 5.경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는 더 이상 피고에 대하여 위 선수금의 환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다) 한편, 원고는 ① 피고가 실제로 강재절단 행사를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강재절단을 하였다고 하면서 원고에게 선수금 지급을 청구하였고, ② 설령 강재절단 행사를 시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오리엔트조선은 단기간 내에 14척 이상의 선박건조계약을 수주하고 광양조선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실제로 선박을 건조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선수금을 유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강재절단을 강행하였으므로 오리엔트조선의 강재절단은 원고에게 선수금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유효한 강재절단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①번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오리엔트 조선은 2009. 4. 22. 덕광중공업(주)에서 실제로 강재절단 행사를 시행하였다고 보이고, 갑 제2, 52, 5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오리엔트조선이 실제로는 강재절단 행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강재절단 행사를 진행한 것처럼 가장하여 원고에게 2차 선수금 지급을 요청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번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2, 3, 8, 9, 13, 14, 17 내지 19, 22 내지 27, 29, 4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행사를 시행할 당시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건조를 완성할만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납기일에 이 사건 선박을 원고에 인도할 충분한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상 강재절단의 요건과 절차, 원고가 피고에게 선수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피고가 갖추고 있어야 할 재정적 요건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는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들, 즉 강재절단 시행 당시 건조자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 이 사건 계약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유들은 피고의 선수금지급청구의 선결적 요건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는 위 사유들을 들어 선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와 분쟁이 발생하거나 채무불이행의 우려가 있는 경우 이 사건 계약이 선수금에 관한 분쟁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명시한 중재절차를 신청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이러한 절차를 취하지 않았던 점, 원고는 실제로 피고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 선수금환급보증서에 기해 선수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이 사건 계약상 피고의 선수금지급청구의 요건, 원고의 채무불이행 요건, 원고가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선수금 지급을 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매수인은 계약에서 정한 선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선수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기타의 사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으며, 만일 건조자의 채무불이행 등이 있을 경우 선수금의 환급은 선수금환급보증에 의하여 담보되도록 하는 취지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피고의 강재절단 시행 당시 원고의 입장에서 피고가 선박건조를 지속할만한 자금이나 여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에 의할 때 원고가 선수금 지급을 거절할 권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
이 사건 계약은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의 2009. 11. 5.자 해제통지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제11조 제2항 (e)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선수금을 보유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는 피고에게 선수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피고에게 기지급한 선수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므로 그 액수가 과다할 경우 감액할 수 있는데, 가사 이 사건 계약이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제되어 피고가 선수금을 보유할 권한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
나. 판단
이 사건 계약 제11조 제2항 (e)가 '건조자가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한 경우, 건조자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및 이 선박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해 발생한 건조자의 손실 및 손해의 보상을 위하여 이미 지급된 선수금을 보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계약이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의 2009. 11. 5.자 해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지급받은 선수금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이 사건 결정은 정당하므로, 이를 인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균철
판사 강주헤
판사 최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