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1994.6.15.(970),1741]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한 사례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정연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1992.4.30. 11:30경 삼천포시 벌리동 소재 벌리부동산사무실에서, 사실은 경남 고성군 하이면 봉원리 130의 3 소재 약 317평(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토지를 공소외 최하경과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피고인의 소유지분이 220평이고, 위 최하경의 소유지분이 97평임에도 피해자 손병준에게 위 최하경이 등기부상 공동소유자로 등기만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전부 피고인 소유라고 하며 이를 매수하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한 후 이에 속은 피해자와 위 최하경의 소유지분 중 80평 및 피고인 소유지분 220평을 금 1,4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로부터 즉석에서 계약금조로 금 1,500,000원, 같은 해 5.15.경 중도금조로 금 6,500,000원, 같은 달 30.경 잔금조로 금 4,000,000원을 각 교부받음으로써 위 최하경의 소유지분에 해당하는 금 3,732,800원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증인 손병준의 법정에서의 진술,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작성의 손병준, 최하경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기재, 기록에 편철된 등기부등본, 토지분할측량성과도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이 사건 토지는 등기부상 피고인과 위 최하경의 공유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둑을 경계로 60센티미터 가량 높은 남쪽부분은 피고인이, 그 아래 북쪽부분은 위 최하경이 각 특정부분을 구분소유하고 있는바, 이 사건 토지의 현장을 답사하고 경계를 확인한 피해자에게 피고인 소유의 남쪽부분 토지전체를 매도함에 있어, 측량이 되지 않아 피고인 소유부분 토지의 평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 관계로 매매계약서상 매매목적물을 이 사건 토지 중 약 300평으로 기재하고 만약 추후 측량 결과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정산하기로 특약하였을 뿐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에게 등기부상 공동소유로 등재만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이 사건 토지 전부가 피고인의 소유라고 하며 이를 매수하라는 취지로 거짓말하면서 위 최하경 소유 부분까지 매도한 바 없다고 이 사건 편취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3. 당원의 판단
가.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은 피고인이 이 사건 편취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편취행위를 인정할 자료가 된다 할 수 없고, 등기부등본 및 토지분할측량성과도의 각 기재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관계나 이 사건 발생 후의 분할에 관한 내용에 불과하여 그것만으로 이 사건 편취행위를 뒷받침할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결국 피고인의 편취행위를 인정할 자료로는 피해자인 손병준의 경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이 사건 토지의 공동소유자인 위 최하경의 경찰에서의 진술만이 남는다 할 것이다.
나. 그러므로 피해자인 위 손병준의 경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위 최하경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차례로 검토하기에 앞서 먼저 이 사건 토지의 객관적 형태와 소유관계에 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원래 둑을 경계로 60센티미터 가량 높은 부분과 그 아래 도로에 연접한 부분이 서로 경계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형태의 밭으로서 소외 전순섭이 소유하고 있다가 위 높은 부분은 피고인에게, 위 낮은 부분은 위 최하경에게 별도로 각 매도됨으로써 피고인과 위 최하경이 각 특정부분을 구분소유하면서 경작을 하여 온 사실, 위와 같이 이 사건 토지는 사실상 두 필지의 밭인데도 분필이 되지 아니한 관계로 등기부상으로는 위 두 사람의 공유로 등재된 사실, 이 사건 발생후 1993.2.20.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이루어진 분할측량결과에 의하면 위 최하경의 소유 부분은 64평이고 피고인 소유부분은 253평으로 밝혀졌고, 이를 기초로 위 최하경 소유부분은 봉원리 130의 8로 분할된 사실을 알 수 있다{증인 최하경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공판기록 60쪽), 기록에 편철된 등기부등본(수사기록 33-4쪽), 분할측량성과도(수사기록 58쪽), 토지대장등본(공판기록 37-8쪽) 및 지적도등본(공판기록 39쪽)의 각 기재 참조}.
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토지의 객관적 형태와 소유관계를 전제로 하여 먼저 이 사건 피해자인 손병준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살핀다.
동인의 진술의 요지는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가 피고인과 최하경의 공동소유임을 숨기고 이 사건 토지 전체를 대략 300평으로 보고 매도하였다는 것이나, 동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빙성이 없어 피고인의 편취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자료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이다(위 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등기부상 공동소유로 등재되어 있는 사실을 숨겼다는 점과 이 사건 토지 전부를 매도하였다는 점에서 공소사실의 기망행위와도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그것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즉, 첫째, 원심이 유죄인정의 증거로 쓰지 아니한 피고인과 위 손병준 사이에 작성된 매매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매매목적물이 '전 1048평방미터 중 약 300평'이라고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바(수사기록 6쪽, 공판기록 107쪽), 위 손병준의 진술과 같이 이 사건 토지 전체를 매매목적물로 삼아 이를 300평으로 알고 매수하였다면 굳이 매매계약서상 '전 1048평방미터중 약 300평'이라고 기재할 이유가 없으므로 위 손병준이 이 사건 토지 전체의 면적을 300평으로 평가하여 매수하였다는 진술은 선뜩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위 매매계약서에 매매목적물을 '전 1048평방미터 중 약 300평'이라고만 기재하였지 위 300평의 범위를 특정하는 방법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당사자사이에는 300평을 특정하는 방법에 관하여 의사의 합치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위에서 본 이 사건 토지의 형태와 구분소유관계 및 위 손병준이 위 매매계약의 체결에 앞서 이 사건 토지 현장을 직접 확인하였던 점(공판기록 54쪽), 그리고 피고인과 위 손병준 사이에 중도금수수시 작성된 영수증에 '확정측량을 한 결과 300평을 기준으로 3평이내의 증감이 생길 때에는 당초의 계약금대로 하나 만일 그 이상 평수의 증감의 차이가 발생할 때에는 평당가격 금 46,660원을 기준으로 증감에 따른 평수대로 정산하기로 한다'는 특약조항이 있는 점(수사기록 8쪽, 공판기록 109쪽)을 함께 고려하여 보면, 위 손병준은 매매계약체결에 앞서 이 사건 토지의 전부가 피고인의 단독 소유가 아니고 위 최하경과 특정구분소유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이 사건 토지 전체 중 피고인이 특정 구분소유하고 있는 토지부분의 면적을 약 300평으로 평가하여 매매목적물로 삼았다고 보는 것이 매매계약서상의 매매목적물표시의 의의나 중도금수수시 약정된 특약조항에도 합치되는 해석이라고 여겨진다.
라. 이어서, 이 사건 토지의 공동소유자인 위 최하경 진술의 신빙성을 보건대, 동인의 경찰에서의 진술의 요지는 이 사건 토지 317평을 자신과 피고인이 각 특정 구분소유하고 있는바, 만약 피고인이 소유자 구분 없이 300평을 매도하였다면 결과적으로 자신 소유의 80평을 자기 몰래 매도한 것이 된다는 취지이나, 이는 피고인이 소유자 구분 없이 300평을 매도하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가정적인 추측에 불과한 데다가 동인이 제1심 법정에서 증언함에 있어 피고인이 위 손병준에게 매도한 토지는 둑 위의 피고인 소유의 밭일 뿐 자신 소유의 밭까지 판 것은 아니다고 진술하여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동인의 경찰에서의 진술 또한 신빙성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매매경위와 매매목적물을 확정하고 매매계약서상의 매매목적물 기재부분의 의의를 밝혀 사실관계를 명백히 한 후 피고인의 편취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심리, 판단하였어야 옳았을 터인데, 위와 같은 사정을 밝히지 아니한 채 신빙성 없는 피해자와 위 최하경의 진술만을 그대로 믿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