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두3743 판결

[보조금회수처분취소등][미간행]

판시사항

[1]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률 규정을 적용할 수 없음에도 이를 잘못 해석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판단하는 방법

[2] 서울특별시장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제조사 갑 주식회사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한 차량의 의무운행 기간 미준수 등을 이유로 보조금 회수처분을 하자, 갑 회사가 위 처분의 전부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였다가 취소청구액 일부를 감축하고 그 후 위 처분 전부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제소기간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청구감축 부분을 포함하여 위 처분 전부에 대하여 적법한 행정심판을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3] 동일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추가적으로 병합한 경우, 주된 청구인 무효확인소송이 적법한 제소기간 내에 제기되었다면 추가로 병합된 취소소송도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현대모비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박해식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서울특별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이우근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심에서 확장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행정청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처분을 한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그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2825 판결 참조).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보조금의 반환을 명한 이 사건 각 처분에는 처분의 상대방을 잘못 지정하거나, 처분의 법령상 근거 및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하자가 있으나, 피고가 원고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당시 각종 행정규칙이나 지침이 원고를 비롯한 배출가스 저감장치 제조사를 보조금의 지급대상으로 정하고 있었고, 원고도 실제로 피고에게 보조금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아 온 점, 피고가 원고에게 공문 등을 통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한 차량의 의무운행기간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이 회수될 수 있음을 밝혀 왔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제1처분 이후 그와 같은 사유로 보조금을 회수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한 점, 피고가 이 사건 제1처분의 사유로 든 원고의 차량운행동의서 위조 여부, 이 사건 제2, 3처분의 사유로 든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관한 인증조건 위반 여부 등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각 처분의 위와 같은 하자는 중대·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 및 하자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이유모순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원심에서 확장된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제1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준수 여부

1) 구 행정심판법(2010. 1. 25. 법률 제996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행정심판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 에 따르면, 행정심판청구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제1처분이 보조금을 회수할 예정임을 알려주는 사전 통지에 불과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청구는 원고가 그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경과한 2008. 3. 21. 제기되어 구 행정심판법 제18조 제1항 이 정한 행정심판청구 제기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행정심판청구 제기기간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심리미진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그러나 직권으로 살피건대, 구 행정심판법 제18조 제6항 은 행정청이 행정심판청구기간을 알리지 아니한 때에는 같은 조 제3항 의 기간, 즉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제1처분 당시 원고에게 2007. 11. 30.자 ‘저감장치 부착 또는 저공해 엔진 개조 차량 임의 등록말소(폐차)에 따른 보조금 회수결정통지(상계처리)’(갑 제1호증의 1)를 보냈는데, 위 통지서에는 행정심판청구기간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밖에 이 사건 기록상 피고가 위 처분을 하면서 원고에게 행정심판청구기간을 알렸음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는 구 행정심판법 제18조 제6항 , 제3항 에 따라 위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위 처분에 대하여 2008. 3. 21. 제기된 행정심판청구는 적법하고, 원고가 그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2010. 8. 2.부터 90일 이내인 같은 해 10. 14. 위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후 원심에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한 것은 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청구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을 들어 위 행정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그 후 제기된 취소소송 역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행정심판청구 제기기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이 사건 제2, 3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준수 여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제2, 3처분 전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가 위 각 처분 중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보증기간에 대한 위 장치 부착 차량의 운행일수’ 비율에 따라 취소청구액 일부를 감축한 사실, 행정심판에서 청구를 감축한 부분과 불복한 부분에 대한 위법 사유가 공통되고 그러한 위법 사유 전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되나, 행정심판청구가 취하된 부분은 처음부터 심판청구가 없었던 것으로 보게 되어 그 부분까지 행정심판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위 각 처분 중 청구감축 부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기는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구 행정심판법 제39조 , 제36조 제1항 , 행정소송법 제18조 제1항 단서, 제3항 제1호 의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 행정심판의 심판대상은 처분 상대방의 불복 범위와 관계없이 처분의 위법·부당성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 점, 처분 상대방이 하나의 처분 중 일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하거나 처분의 전부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가 처분 중 일부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를 감축한 경우에도 그 후 제기되는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준수 여부는 행정심판에서 청구를 감축한 부분과 불복한 부분을 구분함이 없이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행정법 관계의 안정이라는 제소기간의 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 점, 하나의 보조금 회수처분 중 일부의 액수에 대하여만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후 청구취지를 보조금 회수처분 전부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것과 같이 동일한 처분의 범위 내에서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없이 이루어지는 청구의 변경은 허용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위 각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인 2008. 3. 21. 위 각 처분의 전부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가 그 취소청구액 일부를 감축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 위 각 처분에 대하여 제기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준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구감축 부분을 포함한 위 각 처분 전부에 대하여 적법한 행정심판을 거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동일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추가적으로 병합한 경우, 주된 청구인 무효확인소송이 적법한 제소기간 내에 제기되었다면 추가로 병합된 취소소송도 적법하게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두3554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원고가 위 각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2010. 8. 2.부터 90일 이내인 같은 해 10. 14. 위 각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위 각 처분 일부의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가, 다시 위 각 처분 전부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예비적 청구취지를 확장한 것은 적법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각 처분 중 청구감축 부분에 대하여는 행정심판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그 부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경과한 후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심에서 확장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