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한정승인] 확정[각공2003.10.10.(2),366]
상속 제1순위자가 상속을 포기하여 그의 미성년 직계비속이 상속 제2순위자로서 상속인이 될 경우, 상속 제1순위자가 그의 직계비속의 법정대리인으로서 그의 직계비속의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할 수 있는 신고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직계비속이 상속 제2순위자로서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기산된다고 한 사례
상속 제1순위자가 상속을 포기하여 그의 미성년 직계비속이 상속 제2순위자로서 상속인이 될 경우, 상속 제1순위자가 그의 직계비속의 법정대리인으로서 그의 직계비속의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할 수 있는 신고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직계비속이 상속 제2순위자로서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비로소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신고기간이 기산되고, 비록 법률의 부지 때문이라 하더라도 위 사실을 알지 못한 동안에는 신고기간이 기산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A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진)
망 B
대구지법 가정지원 2003. 5. 2.자 2002느단481 심판
1. 제1심 심판을 취소한다.
2. 청구인들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함에 있어 별지 상속재산 목록을 첨부하여 한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한다.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기록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상속인 망 B는 2000. 10. 16. 사망하였는데, 그에게는 민법 제1000조 소정의 상속 제1순위에 해당하는 자로서 처인 C, 아들인 D, E가 있고, 같은 조 소정의 상속 제2순위에 해당하는 자로서 D의 자녀인 항고인 A, F가, E의 자녀인 항고인 G, H가 있다.
나. B는 사망 당시 별지 상속재산 목록과 같이 적극재산으로는 약간의 전답이 전부이고, 소극재산으로는 파산 전의 경북상호신용금고에 대한 1억 원 가량의 대여금채무가 있어 채무초과 상태이었다.
다. C, D, E는 위와 같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고서 대구지방법원 2000느단1132호로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같은 해 11. 9. 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고, 이는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위 금고의 파산관재인인 항고외 예금보험공사는 2002. 9.경 C, D가 피상속인의 상속인임을 전제로 하여 그들에 대하여 위 대여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대구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가 그 소송의 진행중 위와 같이 그들이 이미 상속을 포기한 사실을 알게 되자 위 법원에 "D가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그의 직계비속인 A, F가 상속인으로 되었으므로, 피고들을 A, F로 경정하는 허가를 신청한다."는 취지의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그 신청서 부본은 2003. 3. 25. 그들의 법정대리인인 D에게 송달되었다.
마. D는 항고인 A, F의 법정대리인으로서, E는 항고인 G, H의 법정대리인으로서 2003. 4. 7.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에 항고인들의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였으나, 위 법원은 위 신고가 민법 제1019조 제1항 및 제3항 소정의 신고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사유로 이를 각하하였다.
2. 이 사건 항고이유의 요지
항고인들은, 그들의 법정대리인인 D, E는 자기들이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상속 제2순위인 항고인들이 상속인으로 되었음을 모르고 있다가 2003. 3. 25.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위 신청서 부본을 송달받고서야 이를 알게 되었으므로, 항고인들은 위 날부터 기산하여 3월 내에는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할 수 있고, 따라서 그 기간 내에 된 이 사건 신고를 각하한 제1심 심판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3. 당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쟁점은, 상속 제2순위에 해당하는 자가 상속 제1순위에 해당하는 자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되었고, 상속 제1순위에 해당하는 자가 상속 제2순위에 해당하는 자의 법정대리인인 경우 그 법정대리인은 자기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상속 제2순위인 그의 미성년 직계비속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위 상속포기 당시 알았다고 볼 것인가 여부, 즉 이 경우 법정대리인이 따로 그의 미성년 직계비속의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할 수 있는 신고기간의 기산일은 위 상속포기일이고, 따라서 법정대리인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라 그 날부터 3월 내에 미성년 직계비속의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하지 아니한 이상 민법 제1019조 제3항 의 특별규정에 의한 구제는 별론으로 하고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볼 것인가 여부이다.
살피건대, 민법 제1019조 제1항 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020조 는 상속인이 무능력자인 때에는 위 기간은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 함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 즉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알고 또한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므로( 대법원 1969. 4. 22. 선고 69다232 판결 , 1986. 4. 22.자 86스10 결정 , 1988. 8. 25.자 88스10,11,12,13 결정 등 참조), 상속인이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할 수 있는 위 신고기간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유무나 내용을 알 필요까지는 없으나 적어도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아야 비로소 기산되고, 따라서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는 비록 그 이유가 다름아닌 '법률의 부지' 때문이라 하더라도 기산되지 아니함은 명백하다 할 것이며( 위 69다232 판결 참조), 이는 그렇게 보아야만 위 법조가 위 신고기간의 기산일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 한 문언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위 법조가 상속인이 된 자에게 상속재산의 유무나 내용을 조사하고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할 것인지 여부를 고려할 기간을 부여하는 입법취지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법상 상속 제1순위에 해당하는 피상속인의 처나 자녀의 경우에는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 즉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안 이상 그 때 자기들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위 86스10 결정 참조), 사람이 사망할 경우 그의 처와 자녀가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법률상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처나 자녀가 아니라 그 자녀의 직계비속의 경우에는 가사 그가 미성년자이어서 법정대리인이 있고 그 법정대리인이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고서 자기의 상속을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그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피상속인으로부터의 상속은 일체 차단될 것으로 믿고서 상속을 포기하였고, 자기가 상속을 포기하면 자기 대신에 자기의 직계비속이 상속 제2순위에 해당하는 자로서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 , 제2호 의 규정에 따라 상속인이 됨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상속을 포기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며, 만일 자기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자기의 직계비속이 자기 대신에 상속인이 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자기의 직계비속의 상속도 함께 포기하였을 것이지 자기의 상속은 포기하면서도 자기의 직계비속의 상속은 포기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 제1순위에 해당하는 직계비속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직계비속의 직계비속 또는 그가 무능력자이면 그의 법정대리인이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알고서도 상속 제1순위에 해당하는 자의 상속포기일부터 3월 내에 따로 그의 상속을 포기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과 피상속인의 제1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사실을 안 이상 이로써 피상속인의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았다고 보고, 그 결과 그가 민법 제1019조 제3항 의 특별규정에 의한 구제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같은 법 제1026조 제2호 의 규정에 의하여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는 것은 소수의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법의식과 명백히 배치되는 매우 부당한 의제이고, 제2순위로 상속인이 된 자나 그의 법정대리인이 자기나 무능력자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지 못하였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19조 제1항 이 부여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의 고려기간 내에 상속의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채 그 기간을 도과하였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위 법조의 문언과 입법취지와도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서 법이란 이름의 의제로 인하여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입을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정당화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무리한 해석론이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견지에서 이 사건을 보면, D, E가 그들의 상속포기 당시 이로써 항고인들이 상속인으로 되었음을 알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나아가 2003. 3. 25. 위 신청서 부본을 송달받기 이전에 이미 위 상속포기로 인하여 항고인들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으므로, D, E가 항고인들에게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은 위 2003. 3. 25.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날부터 3월 내에 된 이 사건 한정승인신고는 적법하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한정승인신고는 이를 수리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심판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