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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3. 10. 11. 선고 83도1799 판결

[사기][집31(5)형,131;공1983.12.1.(717),1679]

판시사항

가. 기망의 의사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에 있어서 피기망자

나. 발행인이 은행도 약속어음에 대하여 허위의 피사취계를 제출한 경우에 있어서 은행에 대한 기망행위의 성부

판결요지

가. 피고인이 어음을 발행함에 있어서 당초부터 피사취계를 제출하여 어음금의 지급을 면할 의사를 가졌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정상적으로 지급될 어음인 것처럼 가장하였다면 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수취인이나 그 이후의 소지인을 기망한 것이다.

나. 은행을 지급장소로 한 약속어음에 있어서 피사취계의 제출은 발행인이 은행에 대하여 지급위탁을 취소하는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이에 따라 은행은 제시된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하여야 하고 은행이 그 지급위탁 취소사유로 되어 있는 사취사실이 진실인가의 여부를 판단하여 지급위탁의 취소를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발행인이 어음이 사취된 것처럼 가장하여 피사취계를 제출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피사취계의 제출로써 은행을 기망하여 어음금 지급에 관한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사기죄에 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 송덕영에게 신발대금으로 피고인 명의의 액면 3,000,000원, 지급기일 1981.6.18 지급장소 한일은행 광주지점으로 된 약속어음 1매를 발행한 뒤 지급기일에 이르러 위 은행에 피사취계를 제출하여 최종소지인인 공소외 박정열이 지급기일에 위 어음을 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되게 함으로써 위 어음금액 상당의 지급을 면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고 함에 있는바, 위 공소사실기재자체로는 피기망자가 누구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그 요지는 피고인이 당초부터 피사취계를 제출하여 어음금 지급을 면할 의사를 가졌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정상적으로 지급될 어음인 것처럼 가장하여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수취인이나 그 후의 소지인을 기망하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송덕영에게 주문한 신발대금조로 위 어음을 발행한 것인데 위 송덕영은 위 어음 지급기일까지 그 신발대금중 200,000원 상당의 물품만 공급하였음은 나머지 물품을 납품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은 부득이 위 송덕영측에 미리 통보하고 어음금지급을 위탁한 은행에 피사취계를 제출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어음발행 당초부터 그 수취인이나 그 후의 소지인을 기망하여 어음금의 지급을 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음이 분명하니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음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또 위 공소사실의 요지가 피고인이 위 어음을 사취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취된 것처럼 가장하여 피사취계를 제출함으로써 어음금의 지급위탁을 받은 은행을 기망하였다는 취지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위 어음과 같은 은행을 지급장소로 한 약속어음에 있어서 피사취계의 제출은 발행인이 은행에 대하여 지급위탁을 취소하는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이에 따라 은행은 제시된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하여야 하고 은행이 그 지급위탁취소사유로 되어 있는 사취사실이 진실인가의 여부를 판단하여 지급위탁의 취소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니, 피고인이 피사취계의 제출로서 은행을 기망하여 어음금 지급에 관한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음이 분명하다.

3. 결국 이 사건 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어음법의 법리오해 내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