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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059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의 의무

[2] 갑 주식회사 등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한 후 낙동강살리기 사업 관련 시설공사 입찰에 참여하여 실시설계적격자로 결정되자, 국가와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낙동강의 지류에 하상유지공을 설계·시공하였는데, 태풍으로 하상유지공의 일부가 유실된 사안에서,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갑 회사 등은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서 국가가 의욕한 안전성 등을 갖추도록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상태로 설계, 시공하였으므로, 국가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큰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8. 12. 선고 92다41559 판결 (공1994하, 2280)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991, 21000 판결 [3]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09다84608 (공2012상, 233)

원고,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헌 담당변호사 김종표 외 2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포스코건설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최병호 외 3인)

피고들보조참가인

현대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장찬익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1. 11. 선고 2018나201280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하천관리의 특성, 즉 실험에 의한 예측이 곤란하여 과거의 홍수 경험을 토대로 하천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가 도급인으로서 하천관리를 위해 수급인에게 하천시설 공사를 맡긴 경우 과거의 홍수 경험을 기초로 도급인이 제시한 하천관리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설계·시공이 이루어진 사실이 증명될 때에 하자를 인정할 수 있고, 하천관리기준에 부합하게 설계·시공이 이루어졌으나 그 관리기준을 벗어나는 홍수 등이 발생하여 목적물에 손상이 발생하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관하여 설계·시공상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증명이 있어야만 하자를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피고들이 설계, 시공한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원고가 제시한 설계기준에 따라 설계가 이루어졌고 시공에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설계기준인 100년 빈도를 훨씬 넘어서는 20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하상유지공에 설계·시공상 잘못이 있었는지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정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은 수급인이, 도급인이 의욕하는 공사 목적물의 설치목적을 이해한 후 그 설치목적에 맞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공사를 시행하며 그 성능을 보장하여 결과적으로 도급인이 의욕한 공사목적을 이루게 하여야 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991(본소), 2013다21000(반소) 판결 , 대법원 1994. 8. 12. 선고 92다4155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들은 피고 주식회사 포스코건설(이하 ‘피고 포스코건설’이라 한다)을 대표사로 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낙동강살리기 사업 30공구(구미지구) 시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한 입찰에 참가하여 실시설계적격자로 결정되었고, 2009. 10.경 원고와 사이에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이 되는 일괄입찰안내서, 공사계약특별조건 등에 의하면, 입찰안내서 등에 제시된 내용은 최소한의 요구조건으로서 피고들은 그 이상의 성능 및 재질과 공법으로 설계, 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계약 체결 이후에도 원고 또는 관련 전문가가 시설물 기능 유지상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들이 이를 설계에 반영하여 시공하여야 하며, 한편 설계도서가 입찰 당시 적격으로 판정되었던 경우에도 피고들의 설계도서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며, 설계심의 또는 계약체결 이후라도 설계상 하자가 발견된 경우 피고들의 부담으로 이를 보완하도록 하고 있고, 피고들은 준공 전 모든 시설물에 대해 시운전 및 성능보증시험을 통하여 충분한 성능보증 및 검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공사는 낙동강의 지류인 감천에 하상유지공 1식(이하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라 한다)을 설계·시공하는 공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원고는 2010. 11.경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자문위원회는 피고들이 수립한 실시설계에 관하여 설치위치 재검토, 시설의 소류력(유수가 하상물질을 움직이는 힘) 검토 등을 지적하였으며, 이에 대해 피고들은 2010. 12.경 위 지적에 대한 조치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실시설계 시 면밀한 위치검토를 통해 계획하였으며 지류의 하상보호를 위한 가장 적절한 위치로 판단된다.’, ‘100년 빈도 홍수 시를 적용하여 보았을 때 최대 유속은 5.6m/s, 최대 소류력은 16.5㎏/㎡인데,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재료인 목재방틀은 「자연형 하천공법의 재해특성 분석에 관한 연구」 및 「하천공사설계실무요령」에 의하면 허용유속이 7m/s, 허용소류력이 150㎏/㎡이어서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보고하였다.

라) 위와 같은 조치계획을 보고받은 자문위원회는 2011. 2.경 또다시 피고들에게 소류력 분포에 대한 재평가, 하상유지공의 상류 또는 하류의 세굴에 대비한 세심한 설계, 최악의 수리조건을 염두에 둔 예상유속과 한계유속을 비교한 안정성에 대한 재검토, 지류하천 합류부 하상재료의 구성에 따른 허용소류력과 하상유지공의 하류하도구간의 소류력을 계산하여 비교검토하고, 전자가 후자보다 크거나 같도록 설계하여야 한다는 등의 지적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고들이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나 자료는 제출된 바 없다.

마) 피고들은 2012. 6.경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시공을 포함해 이 사건 공사의 준공을 마쳤는데, 2012. 9. 17.경 태풍 산바가 남해안에 상륙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설치된 지역을 통과하면서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하상유지공 전체 264m 중 184m가 유실되었다.

바) 피고 포스코건설은 태풍이 지나간 직후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피해원인에 대해 ‘태풍 관련 집중호우로 인해 이 사건 하상유지공 지점의 소류력이 최소 77.84㎏/㎡에서 최대 109.37㎏/㎡로 증가하여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인 50㎏/㎡를 초과하였고 유속 역시 허용치를 초과하였기 때문에 유실이 발생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검토의견을 밝혔다.

사) 감천 수해복구 과정에서 2013. 12.경 있었던 안정성 검토 결과,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설치된 지점에서 약 8.0m/s의 유속 등이 측정되어 기존 설치지점으로부터 500m 상류지점에 설치하는 것이 수리적·구조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하상유지공이 위와 같은 500m 상류지점에 설치되었고, 콘크리트 공법이 혼합된 공법이 사용되었다.

아) 원고 산하 건설교통부가 발행한「하천공사설계실무요령」에는 통나무방틀로 이루어진 호안의 경우 소류력 범위가 ‘150㎏/㎡ 이하’라고 되어 있고, 별표 부분에서는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이 ‘50㎏/㎡’라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실수로 목재방틀의 허용소류력이 150㎏/㎡라고 답변하였던 것이고, 실제로는 허용소류력 50㎏/㎡를 적용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을 설계, 시공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 한편, 원심 감정인 소외인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유실 원인은 소류력의 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설치 위치가 감천하구부에 치우쳤으며 설치 심도도 얕고 말뚝 설치 등을 하지 않아 견고성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이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피고들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있어 원고가 의욕한 안정성 등을 갖추도록 보장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그러한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상태로 이 사건 하상유지공을 설계, 시공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하자담보책임 또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가) 이 사건 도급계약은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것으로 피고들로서는 원고가 의욕하는 공사 목적물의 안전성을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자문위원회가 2차례에 걸쳐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관해 안정성의 문제에 관한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지적하였음에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 외에 구체적인 검토나 실질적 조치를 취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들의 주장이나 설명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실시설계 당시 자문위원회로부터 소류력에 대한 검토를 요구받고 밝힌 150㎏/㎡의 허용소류력이 아닌, 그에 훨씬 못 미치는 50㎏/㎡의 허용소류력을 갖춘 하상유지공을 설계, 시공하였다는 것인바, 만약 이 사건 하상유지공이 150㎏/㎡의 허용소류력을 갖추었다면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설치지점의 소류력이 최대 109.37㎏/㎡까지 증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유실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준공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유실되었다. 한편 설치위치 및 수리적 안정성에 대한 재검토 후 새로 설계, 시공된 하상유지공은 콘크리트 공법이 혼합된 공법으로 본래 위치보다 500m 상류지점에 설치되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이라 하더라도 하천관리에 관한 내용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이 부담하는 의무 및 계약 목적물의 하자 유무, 입증책임이 달라진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계, 시공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이른바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에 있어 수급인의 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의 설치 지점이 적절하지 않았고 설치심도 등 그 견고성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원심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에 대해, 견고성이 충분치 않다고 볼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못하였고, 피고들이 제출한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와 배치되는 면이 있으며, 감정인이 속한 회사가 과거 원고로부터 소류력 검토 의뢰를 받았던 업체로 보인다는 이유 등을 들어 그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나.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본소), 2006다67619(반소)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감정인 소외인은 이 사건 하상유지공은 모래지반 위에 설치되었는데 홍수 시 모래지반은 유효응력이 0에 근접하여 유수 흐름방향으로 밀리기 쉽고, 나사로 결속되는 목재방틀의 특성상 내부 채움재의 이동으로 인해 결속재의 변형과 방틀의 뒤틀림 등이 가중되었을 것이라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견고성이 충분치 않았다는 감정의견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333조 이하에서 규정하는 감정제도의 취지와 목적, 당사자가 제출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르다는 사정이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또한 원심은 원고의 감정 신청을 채택하면서 「감정인 등 선정과 감정료 산정기준 등에 관한 예규」 제25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한국하천협회와 사단법인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하여 복수의 감정인 후보자를 추천받은 후 그중 원피고 쌍방이 동의하는 소외인을 감정인으로 지정하고, 민사소송규칙 제101조 에 따라 원피고 쌍방의 의견을 모두 들어 감정사항을 정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그 감정 결과의 공정성과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단정한 것은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에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따라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감정인 소외인의 해당 감정 결과를 배척한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고, 그러한 원심판단에는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참조판례

- [1] 대법원 1994. 8. 12. 선고 92다41559 판결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991, 21000 판결

- [3]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09다84608

참조조문

- [1] 민법 제664조

- [3] 민사소송법 제202조 />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다20991(본소), 2013다21000(반소) 판결

대법원 1994. 8. 12. 선고 92다41559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본소), 2006다67619(반소) 판결

본문참조조문

- 민사소송법 제333조

- 민사소송규칙 제101조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20. 11. 11. 선고 2018나201280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