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위와 같이 습득한 만년필을 피해자에게 반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가지고 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최초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기관에서 2018. 10. 19. 조사를 받을 당시부터 만년필 같은 것을 주운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였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2018. 10. 4. 07:09경 구일역 개찰구 앞에서 몽블랑 펜을 떨어뜨렸다는 B 작성의 진술서, 구일역 내 CCTV 녹화 영상이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위 CCTV 녹화 영상을 보면, 07:09경 B이 개찰구 앞을 걸어오며 교통카드를 꺼내는 듯한 모습(영상에는 07:04로 표시)이 확인되기는 하나 동시에 무언가 떨어뜨렸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고, 그 직후 다른 CCTV 녹화 영상을 보아도 바닥에 떨어진 만년필을 도저히 발견할 수 없다

(만년필 정도면 작지 아니한 물건이므로 충분히 눈에 띌 만한데 보이지 않고, 또 당시는 출근시간대로서 사람들이 매우 많이 지나다님에도 바닥 쪽을 흘긋 보거나 피하거나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또한 위 영상에 의하면 그로부터 10여분 이상 경과한 07:21경 피고인이 개찰구 앞을 걸어오며 가방을 뒤적이다가 바닥 쪽으로 잠시 숙여 무언가를 줍고 다시 진행하는 장면이 발견되기는 하나(영상에는 07:16으로 표시), 피고인은 당시 가방에서 교통카드를 꺼내다가 립밤같은 물건이 함께 떨어져 바로 이를 챙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