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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06. 11. 22. 선고 2006고합721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확정[각공2007.1.10.(41),291]

판시사항

[1] 공직선거법 제167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투표의 비밀’의 의미

[2] 마을 이장이 거소투표자들로부터 투표의사에 대한 어떠한 승낙 없이 임의로 투표의사를 결정하여 기표한 사안에서, 위 거소투표자들의 의사가 투표행위를 통하여 전혀 표시된 바가 없어 그들의 ‘투표의 비밀’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공직선거법 제241조 의 투표비밀침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마을 이장이 거소투표자를 대신하여 기표하면서 특정 후보에게 기표할 것을 권유한 후 위 투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자 직접 위 후보에게 기표한 사안에서, 투표의 비밀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공직선거법 제241조 의 투표비밀침해죄가 성립할 수는 없고, 같은 법 제248조 에 규정된 ‘기타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하거나 투표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직선거법의 전체적 구조나 규정체계, 공직선거법 제167조 의 규정내용(제2항 이하에서 ‘투표한’ 내지 ‘기표한’으로 명시하고 있음)을 종합하면, 공직선거법 제167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투표의 비밀’은 선거인의 의사가 투표행위를 통하여 확정적으로 표시된 ‘투표의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2] 마을 이장이 거소투표자들로부터 투표의사에 대한 어떠한 승낙 없이 임의로 투표의사를 결정하여 기표한 사안에서, 위 거소투표자들의 의사가 투표행위를 통하여 전혀 표시된 바가 없어 그들의 ‘투표의 비밀’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공직선거법 제241조 의 투표비밀침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마을 이장이 거소투표자를 대신하여 기표하면서 특정 후보에게 기표할 것을 권유한 후 위 투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자 직접 위 후보에게 기표한 사안에서, 투표의 비밀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공직선거법 제241조 의 투표비밀침해죄가 성립할 수는 없고, 같은 법 제248조 에 규정된 ‘기타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하거나 투표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채제훈

변 호 인

변호사 류정무

주문

1. 피고인을 벌금 800,000원에 처한다.

2.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 하면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경산시 (면, 리 생략) 이장으로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바,

1. 2006. 5. 21.경 경산시 (상세 주소 생략)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2006. 5. 31. 실시 제4회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그 전에 피고인이 거소투표신고를 해준 공소외 1로부터 거소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자, 기표할 후보자를 피고인이 임의로 결정하여 기표한 다음 2006. 5. 23.경 마치 공소외 1이 기표하여 발송한 것처럼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발송함으로써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를 하고,

2. 2006. 5. 22.경 같은 장소에서, 위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그 전에 피고인이 거소투표신고를 해준 공소외 2로부터 거소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자, 기초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공소외 2에게 같은 지역 출신 후보자 공소외 3에게 기표할 것을 권유하여 공소외 2가 승낙하자 피고인이 직접 공소외 3에게 기표하고, 나머지 선거에 있어서는 기표할 후보자를 피고인이 임의로 결정하여 기표한 다음 2006. 5. 23.경 마치 공소외 2가 기표하여 발송하는 것처럼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발송함으로써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

1.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공소외 4에 대한 대질부분 포함)

1.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공소외 1, 2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1. 고발장, 문답서( 공소외 4)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무죄부분

1.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경산시 (면, 리 생략) 이장으로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바, 누구든지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공소외 1, 2의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였다.

가. 2006. 5. 21.경 경산시 (상세 주소 생략)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2006. 5. 31. 실시 제4회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그 전에 피고인이 거소투표신고를 하여 준 공소외 1로부터 거소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자, 기표할 후보자를 피고인이 임의로 결정하여 기표한 다음, 2006. 5. 23.경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발송하였다.

나. 2006. 5. 22.경 같은 장소에서, 위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그 전에 피고인이 거소투표신고를 해준 공소외 2로부터 거소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자, 기초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공소외 2에게 같은 지역 출신 후보자 공소외 3에게 기표할 것을 권유하여 승낙하자, 피고인이 직접 공소외 3에게 기표하고, 나머지 선거에 있어서는 기표할 후보자를 피고인이 임의로 결정하여 기표한 다음, 2006. 5. 23.경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우편발송하였다.

2. 판 단

가. 공직선거법 제167조 에 규정된 ‘투표의 비밀’의 의미

공직선거법은 투표의 비밀보장에 관하여 제167조 에서 “① 투표의 비밀은 보장되어야 한다. ② 선거인은 투표한 후보자의 성명이나 정당명을 누구에게도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진술할 의무가 없으며, 누구든지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이를 질문하거나 그 진술을 요구할 수 없다. ③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투표과정에서 사위의 방법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투표에 관여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투표·개표의 간섭 및 방해죄( 공직선거법 제242조 ), 사위투표죄( 공직선거법 제248조 )]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공직선거법의 전체적 구조나 규정체계, 이 사건 적용법조인 공직선거법 제167조 의 규정내용( 제2항 이하에서 ‘투표한’ 내지 ‘기표한’으로 명시하고 있음)을 종합하면, 공직선거법 제167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투표의 비밀’은 선거인의 의사가 투표행위를 통하여 확정적으로 표시된 ‘투표의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이에 따라 같은 조 제2항 내지 제4항 에서는 이러한 투표의 비밀보장을 위하여 구체적인 금지행위의 유형을 명시하고 있다).

나. 피고인이 거소투표자의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1)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및 제2항 중 기초의원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에서 피고인이 거소투표용지에 기표한 부분에 관하여 본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거소투표자인 공소외 1이나 공소외 2로부터 투표의사에 대한 어떠한 승낙 없이 임의로 투표의사를 결정하여 기표하였다는 것으로, 위 거소투표자들의 의사가 투표행위를 통하여 전혀 표시된 바가 없으므로 그들의 ‘투표의 비밀’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241조 의 투표비밀침해죄는 성립될 수는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제2항 중 기초의원 선거의 거소투표용지에 공소외 2의 승낙을 받아 기표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이장으로 있는 마을에 독거하는 83세의 노인으로서 글을 읽지 못하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는 등의 사정으로 평소 피고인으로부터 수시로 도움을 받아 온 사실, 공소외 2는 2006. 5. 22. 피고인을 찾아와 거소투표를 하는 데 도움을 요청한 사실, 이에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대신하여 임의로 거소투표 용지에 기표하면서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에 관하여는 (면 이름 생략)면 출신의 후보인 공소외 3에게 기표할 것을 권유한 후 공소외 2가 별다른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자 공소외 3에게 기표한 사실, 한편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하면서 위와 같은 거소투표용지에 기표할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선거인인 공소외 2에게 특정 후보에 대하여 기표할 것을 권유하여 공소외 2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뿐 그 기표에 공소외 2의 능동적인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위 투표행위의 실질적 주체가 공소외 2라고 하더라도 그가 직접 기표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공소외 2의 ‘투표의 비밀’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공소외 2의 ‘투표의 비밀’이 형성되는 과정에 조력한 것일 뿐 이를 침해한 것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해서도 공소외 2의 ‘투표의 비밀’이 존재한다거나 이를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공직선거법 제241조 의 투표비밀침해죄는 성립될 수 없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인 사위투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피고인의 행위는 선거인이 아닌 사람이 기표행위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투표행위에 실질적으로 개입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248조 에 규정된 ‘기타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하거나 투표하게 한 행위’로 인정된다),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양형이유

피고인은 이장으로서 선거에 관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사위의 방법으로 투표함으로써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위법행위를 범하였는바, 처음부터 선거에 개입하기 위하여 한 행위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한 마을 노인들의 거소자투표를 도우는 과정에서 본건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가정환경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그 형을 정한다.

판사 이원범(재판장) 김장훈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