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29461 판결

[손해배상(산)][공1994.12.1.(981),3075]

판시사항

하도급공사계약에서 하수급인이 발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경우 하도급인의 설계 잘못으로 인한 책임까지 면제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하도급공사계약에서 노무하수급인이 공사에 필요한 안전대책을 하여야 하고 발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약정하였다면, 노무하수급인의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하도급인과 하수급인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하도급인에게 책임이 없고 하수급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이지, 하도급인이 설계를 잘못한 과실로 야기된 사고에 대하여서까지 하도급인의 책임을 면하게 하고 하수급인만이 책임을 진다는 취지라고는 볼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광희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에스엠 건영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정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피고와의 노무도급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철골공사를 노무하도급받은 원고 1이 무게 약 200kg의 에이치 빔을 철근콘크리트 벽에 부착시키는 데 사용한 세트앙카가 위 철골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콘크리트 측면벽에서 뽑히면서 부착되어 있던 에이치 빔이 무너져 내려 위 에이치 빔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위 원고가 지상으로 추락하여 일어난 것인데, 피고 회사는 철골공사의 설계를 함에 있어 위 건물벽의 콘크리트 강도가 약하므로 철골구조물의 무게를 더 가벼운 것으로 설계하든가 또는 박히는 깊이가 50-60mm 정도에 불과한 세트앙카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박히는 깊이가 200-250mm 정도 되는 케미칼 앙카를 사용하도록 설계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설계사에게 설계를 의뢰하지 아니하고 대표이사인 소외인이 직접 설계를 하면서 깊이 박히지 아니하는 세트앙카로 위와 같이 무거운 철골구조물을 부착하도록 설계하여 위 원고에게 세트앙카만을 재료로서 제공한 결과 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고, 이 사건 사고는 피고 회사가 철골공사를 설계함에 있어서 저지른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와 위 원고의 계약에서 위 원고가 공사에 필요한 안전대책을 하여야 하고 발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것은 노무하수급인인 위 원고의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피고와 위 원고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피고에게 책임이 없고 위 원고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이지, 이 사건 사고와 같이 피고가 설계를 잘못한 과실로 야기된 사고에 대하여서까지 피고의 책임을 면하게 하고 위 원고만이 책임을 진다는 취지라고는 볼 수 없다 고 하여 피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과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철골기술자인 원고 1로서도 철골구조물의 중량이 무거워 세트앙카만으로는 철골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피고 회사에게 고지하여 피고 회사로부터 세트앙카 외에 턴버클을 설치하도록 지시를 받았으므로 턴버클이 설치되기 전에는 철골구조물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지 아니하고 비계틀 등을 이용하여 철골작업을 하여야 하고 부득이 철골구조물 위로 올라가 작업을 할 때에는 일시적이나마 지탱력을 보강시키는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원고의 과실비율을 30%로 정하였는 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 또한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과실상계의 비율 결정에 관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안용득 지창권(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