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처분무효확인] 확정[각공2016하,521]
갑 고등학교 교장이 재학생인 을과 병이 싸우다가 병이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골골절 등을 당하였다는 이유로 을에 대하여 전학조치를 한 사안에서, 전학조치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한 사례
갑 고등학교 교장이 재학생인 을과 병이 싸우다가 병이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골골절 등을 당하였다는 이유로 을에 대하여 전학조치를 한 사안에서, 교육전문가인 학교의 장이 교육목적과 내부질서 유지를 위하여 징계조치한 것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징계사유와 징계조치 사이에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적절한 균형이 요구되므로 징계조치도 그 한도에서 재량권의 한계가 있는 점, 갑 고등학교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를 지도·교육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해학생을 보호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가해학생을 선도·교육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할 의무가 있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가해학생에 대해서도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학생임을 감안하여 최대한 교육적인 방법으로 선도할 책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에 대한 중징계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을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지 않고 징계의 종류 중 퇴학 다음으로 무거운 전학조치를 내려 해당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한 전학조치는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앤케이 담당변호사 강창옥)
학교법인 ○○학원
2016. 5. 11.
1. 피고가 2015. 10. 29. 원고에 대하여 한 전학조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기초 사실
가. 원고와 피해학생은 피고가 운영하는 △△고등학교(이하 ‘피고 학교’라 하고, 피고 학교장의 조치도 편의상 피고 학교의 조치로 표시한다)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나. 피고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이 사건 자치위원회’라 한다)는 2015. 10. 28.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를 열어, ‘원고가 2015. 8. 21. 등교시간에 급우들에게 2학년 선배에게 버스비를 빌려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 1교시 수업 후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싸웠는데, 원고가 먼저 머리로 피해학생의 코를 들이받고 피해학생이 주먹으로 때리는 등으로 싸웠고, 이로 인해 피해학생이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골골절 및 치관치근골절 등을 당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제1호 서면사과, 제2호 접촉 금지, 제8호 전학, 제17조 제3항 특별교육이수 20시간, 제17조 제9항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5시간의 조치를 할 것을 피고 학교에게 요청하기로 의결하였고, 피고 학교는 2015. 10. 29. 원고에게 이러한 조치(이하 위 조치 중 전학조치를 ‘이 사건 전학조치’라 한다)를 통지하였다.
[인정 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와 피해학생 사이에 발생한 싸움이 우발적인 것이었던 점, 원고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원고의 부모 또한 피해학생 측에게 합의금 4,000만 원을 주고 사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학조치는 너무 가혹하여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무효이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5. 8. 21. 머리로 피해학생의 코를 들이받아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는바, 원고가 행사한 학교폭력이 매우 심각한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또한 갑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피고 학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가 등교시간에 있었던 피해학생과의 말다툼을 참지 못하고, 1교시 수업 후 쉬는 시간에 피해학생을 다시 찾아가 싸움을 하는 등 원고의 폭력이 완전히 우발적인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학생은 원고의 위와 같은 폭력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인 피해를 보았고 그로 인해 원고와 마주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원고의 전학을 원하고 있는 점, 피해학생의 부모도 피해학생이 마음에 안정을 찾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원고의 전학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를 피해학생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분리함으로써 피해학생의 고통을 다소나마 줄이고 피해학생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중징계를 할 필요성은 있다.
2)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과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 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가해학생이 행사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 가해학생 및 보호자와 피해학생 및 보호자 간의 화해의 정도,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중징계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지 않고 징계의 종류 중 퇴학 다음으로 무거운 전학조치를 내려 해당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한 이 사건 전학조치는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교육전문가인 학교의 장이 교육목적과 내부질서 유지를 위하여 징계조치한 것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징계사유와 징계조치 사이에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적절한 균형이 요구되므로 피고 학교의 징계조치도 그 한도에서 재량권의 한계가 있다.
② 피고 학교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를 지도·교육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해학생을 보호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가해학생을 선도·교육하여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원고와 같은 가해학생에 대해서도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학생임을 감안하여 최대한 교육적인 방법으로 선도할 책무가 있다.
③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조치를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조치와 같이 단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폭력행위가 매우 심각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피고 학교가 가해학생에 대한 최대한의 선도와 교육을 한 다음, 그러한 수단으로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더는 한 학교에서 수학하는 것이 어렵고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와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학 혹은 퇴학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④ 원고의 폭력은 2015. 8. 21. 등교시간에 있었던 피해학생과의 사소한 말다툼에서 우연히 시작된 것으로, 원고가 피해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의도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로 원고가 2015. 8. 21. 전후에 피해학생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⑤ 원고의 폭력으로 인해 피해학생이 3주간의 치료가 필요로 하는 상해를 입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원고와 피해학생이 서로 싸움을 하다가 피해학생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보다는 덜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⑥ 원고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서면으로 피해학생에게 사과하였고, 원고의 부모 역시 2015. 9. 16. 피해학생의 부모와 ‘원고와 피해학생 모두는 앞으로 학교생활을 착실히 하고 두 학생은 다른 학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서로가 노력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관대한 처벌을 쌍방이 바란다. 두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안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내용의 합의를 하는 등 일관되게 원고의 잘못을 함께 사죄하면서 원고의 선도를 다짐하고 있다.
⑦ 이 사건 자치위원회는 2015. 10. 28. 개최된 회의에서 원고가 2015. 8. 21. 피해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후에도 언어폭력을 계속하여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전학 조치를 요청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피해학생의 부모 역시 2015. 9. 16. 가해학생의 부모와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합의하였다가, 그 이후로도 원고가 피해학생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원고의 전학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위 회의 당시 원고가 피해학생에게 행사하였다는 언어폭력의 경위와 내용, 빈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에 관한 자료도 이 사건 소송에 제출되지 않았다. 당초 2015. 8. 21.에 있었던 폭력행위를 징계하기 위해 개최된 위 회의에서 원고가 피해학생에게 행사하였다는 언어폭력의 경위와 내용, 빈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채 원고가 피해학생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정을 부가적으로 들어 전학조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⑧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가해학생이 평소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였는지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자치위원회가 2015. 10. 28. 개최된 회의에서 가해학생의 평소 태도를 살펴본 사정이 엿보이지 않고, 이 사건 소송에도 원고의 평소 태도가 어떠했는지 보여줄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15. 8. 21. 발생한 한 차례의 폭력행위만으로 원고의 선도 가능성을 배제하고 단번에 전학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혹하다.
⑨ 위와 같은 폭력행위의 동기나 태양, 가해행위에 대한 반성의 정도 등으로 볼 때, 원고가 교정이 불가능한 정도의 폭력성을 보이는 학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 학교가 적절한 방법으로 원고를 교육하고 선도해 나간다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피해학생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등 성숙한 인격을 갖춘 학생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인다.
⑩ 이 사건 전학조치는 원고가 그동안 학교 내에서 이루어 놓은 성과나 교우 및 선생님과의 관계를 모두 박탈하는 것으로 퇴학 다음으로 중한 징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전학조치가 그대로 실현된 경우 원고로서는 단기간에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칠 뿐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전학을 온 학생이라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교우들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또다시 학교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대학 진학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되어 장래의 선택에도 장해가 생길 수도 있다.
라. 소결론
피고가 2015. 10. 29. 원고에 대하여 한 전학조치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확인의 이익이 있다.
다만 이 사건 전학조치의 무효를 확인하는 의미는 원고를 징계할 충분한 사유가 있고 피해학생의 징계요구가 지극히 정당하지만, 원고의 장래를 위해 좀 더 교육적인 징계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극단적인 중징계를 선택한 것이 위법하다는 것이지 원고의 폭력행위가 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고 학교는 이 사건 전학조치가 무효가 되더라도 다시 적절한 징계를 하여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학생에게 사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과 동시에 피해학생의 피해 감정을 존중하여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특히 피해학생이 원고의 언어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므로, 피고 학교는 언어폭력을 조사하여 원고가 피해학생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원고를 지속적으로 선도·교육하여야 한다. 원고 또한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행동을 조심하고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련 법령: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