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판정취소][집51(1)민,25;공2003.4.15.(176),906]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 있는 국가기관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뉴욕협약) 제5조 제1항 이(e)호는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이 거부될 수 있는 사유의 하나로 그 판정이 취소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르면 중재판정은 "중재판정이 내려진 국가(the country in which that award was made)"나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법령이 속하는 국가(the country under the law of which that award was made)"의 권한 있는 기관(competent authority)만이 취소할 수 있고, 여기에서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법령"이라 함은 중재절차의 준거법을 뜻하고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중재인이 적용한 법령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 제5조 제1항 (e)호
정리회사 동해펄프 주식회사 관리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서정우 외 1인)
마제스틱 우드칩스 인코퍼레이티드 (Majestic Woodchips Inc.)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순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동해펄프 주식회사(아래에서는 '동해펄프'라고 한다)와 미국 루이지애나주법에 따라 설립된 피고는 1994년 피고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지용 펄프 원료인 나무 조각을 동해펄프에게 장기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과 관련된 분쟁은 한국법과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의 조정·중재규칙(Rules of Conciliation and Arbitration)에 따라 중재로 해결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그런데 피고와 동해펄프 사이에 위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자, 피고와 그 국내대리점인 주식회사 티케이티는 1996. 3. 28. 동해펄프를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에 중재를 신청하였고, 중재재판소는 1996. 8. 4. 홍콩에 거주하는 소외인을 중재인으로 임명하는 한편 싱가포르를 중재지로 결정하였다. 중재인은 자신이 중재지를 변경할 수 있고, 중재절차는 중재지국의 강행법규와 1988. 1. 1. 개정된 국제상업회의소의 조정·중재규칙에 따르기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부탁사항(Terms of Reference)을 작성하였고, 당사자들이 여기에 서명하였다. 그 뒤 중재인은 중재지를 홍콩으로 변경하고 홍콩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한 다음 1998. 7. 14. 동해펄프의 계약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동해펄프가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판정하였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중재판정은 상사(상사)상의 법률관계로부터 발생한 분쟁에 관하여 홍콩에서 내려진 판정으로서 중재법상 내국판정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우리 나라와 미국이 모두 체약국으로 가입하고 있는 "외국중재판정의승인및집행에관한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아래에서는 '뉴욕협약'이라고 한다)"이 적용된다.
한편,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이(e)호는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이 거부될 수 있는 사유의 하나로 그 판정이 취소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르면 중재판정은 "중재판정이 내려진 국가(the country in which that award was made)"나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법령이 속하는 국가(the country under the law of which that award was made)"의 권한 있는 기관(competent authority)만이 취소할 수 있고, 여기에서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법령"이라 함은 중재절차의 준거법을 뜻하고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중재인이 적용한 법령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보면, 동해펄프와 피고가 위 계약에 따른 분쟁해결은 중재로 한다고 약정하면서 그 중재절차의 준거법에 대하여는 명확히 합의하지 아니하고 다만 한국법과 국제상업회의소의 조정·중재규칙에 따른다고만 약정하였으며, 이에 중재인이 국제상업회의소의 조정·중재규칙 제11조에 따라 당사자의 동의하에 중재절차에 적용할 준거법을 중재지의 강행법규와 국제상업회의소의 조정·중재규칙으로 정함으로써, 이 사건 중재절차에 있어서는 홍콩의 강행법규와 국제상업회의소의 조정·중재규칙이 적용되었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이 내려진 국가도 아니고 중재절차의 준거법이 속하는 국가도 아닌 우리 나라의 법원은 이 사건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 있는 기관이 아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