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위반,항공법위반,항공기운항안전법위반][집38(1)형,660;공1990.5.15.(872),1017]
가. 성장교육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관념으로 인하여 행위자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경우가 형법 제12조 소정의 강요된 행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나. 공범자가 범죄의 부수적인 일부의 실행에만 가담한 경우 공동정범의 성부(적극)
다. 다수의 승객이 탑승한 국제민간항공기를 폭파시킨 범인에 대한 사형선고가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을 배척한 사례
가. 형법 제12조 에서 말하는 강요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등 다른 사람의 강요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어떤 사람의 성장교육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내재적인 관념 내지 확신으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경우까지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나. 형법 제30조 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라 함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의 실행에 공동가공한 경우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고, 수인이 공동하여 범죄의 실행을 모의하고 그 공동의사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모의자 사이에 역할에 차이가 있어 모의자 중의 일부가 그 범죄의 부수적인 부분의 실행에만 가담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다. 피고인이 그 성장교육과정과 그후 밀봉교육에서의 사상주입으로 사실상 인간도구화된 하수인이 되었고, 귀국후 참회하고 있으며, 이 사건 진상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증인이더라도 다수의 승객, 승무원들이 탑승, 운항중인 국제민간항공기를 이른바 "남조선 해방과 조국통일"이라는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하여 폭파, 희생시킨 범행의 실행에 직접 가담하여 실질적인 임무를 분담, 수행하고 그로 인하여 귀국중이었던 다수의 해외 근로자와 항공기 승무원 등 115명의 인명이 살해되었다면 이는 극단의 비윤리적 행위로서 국제협약에서도 이를 엄중한 형벌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으며, 결국 대한민국의 존립, 발전 또는 기능을 침해 내지 위협하기 위한 것이었음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가. 형법 제12조 나. 형법 제30조 다. 형법 제51조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A
피고인
변호사 B 외 1인
상고를 기각한다.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강요된 행위라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경찰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북한에서 대남공작원으로 선발되어 이 사건 항공기의 폭파지령을 받고 그 범행을 실행할 당시까지 그와 같은 선발을 위한 소환이나 명령을 거절 회피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생각하여 왔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생각은 피고인이 북한이라는 폐쇄된 사회에서 출생하고 다시 격리된 공간 등에서 약 7년 8개월 동안 C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고취하는 사상교육을 받은 결과임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피고인은 제1심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범행을 피고인에게 주어진 당의 크나큰 신임과 배려로, 최고의 영광으로, "남조선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한점의 회의도 없이 신념에 가득차 이를 수행하려고 노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이 저항할 수 없는 폭력 또는 생명, 신체에 대한 협박에 의하여 강요되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또한 그와 같은 잘못된 확신이 그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성장교육과정에서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기초한 이 사건 범행을 강요된 행위라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이어서 벌할 수 없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옳고 위 원심인정사실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 가운데 피고인이 대남공작원으로선발됨에 있어서도 남조선해방을 위하여 투쟁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였다는 사실등에 미루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강요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한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있으며 또한 형법 제12조 에서 말하는 강요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등 다른 사람의 강요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어떤 사람의 성장교육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내재적인 관념 내지 확신으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경우까지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이므로 원심의 판단에 형법 제12조 에 정한 강요된 행위나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하여,
형법 제30조 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때"라 함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의 실행에 공동가공한 경우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고 수인이 공동하여 범죄의 실행을 모의하고 그 공동의사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모의자 사이에 역할에 차이가 있어 모의자 중의 일부가 그 범죄의 부수적인 일부 부분의 실행에만 가담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 당원 1984.9.11. 선고 84도1383 판결 참조). 원심이 거시증거에 의하여 공소외 망 D는 공작조장, 피고인은 공작조원으로서 제1심 판시와 같이 이 사건 항공기의 폭파지령을 받은 다음 그 폭파지령자들 및 위 D와 함께 범행지로의 침투와 귀환방법, 그 일정, 폭파방법 등을 의논하고 폭발물의 조작방법에 관하여 반복 연습훈련을 마쳐 피고인 단독으로 이를 작동시킬 능력을 갖춘 사실, 다만 위 D가 범행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하고 피고인은 그의 신분위장공작금관리를 1차적 임무로 하되 위 D가 위 폭발물을 작동시킬 수 없게 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이를 작동시키기로 한 사실, 피고인은 그 지령취지에 맞추어 위 D와 함께 이 사건 항공기에 폭발물을 가지고 탑승 잠입하였다가 이를 위 항공기에 남겨 둔채 이탈 탈출하여 위 항공기가 폭파되게 한 사실등 범행의 실행에 직접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이 위 D에 비하여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을 뿐이라 하여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 바, 원심의 위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의 위 판단에 형법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3. 양형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소론은 피고인이 그 성장 교육과정과 그후 밀봉교육에서의 사상주입으로 사실상 인간도구화 된 하수인이 되었고 폭파실행과정에서 실질적인 임무분담이 없었으며 귀국후 참회하고 있고 이 사건 진상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증인이라는 사유 등을 들어 원심의 양형이 과중하다는 데 있으나, 앞서 본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의 실행에 직접 가담하여 실질적인 임무를 분담 수행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범행은 다수의 승객 승무원들이 탑승 운항중인 국제민간항공기를 이른바 "남조선해방과 조국통일"이라는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하여 폭파 희생시킨 극단의 비윤리적인 행위로서 국제협약에서도 이를엄중한 형벌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으며 그로 인하여 귀국중이었던 다수의 해외근로자와 항공기 승무원 등 115명의 인명이 살해되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범행이 결국 대한민국의 존립발전 또는 기능을 침해 내지 위협하기 위한 것이었음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유지한 제1심 판결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소론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