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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5541 판결

[건설산업기본법위반][공2004.2.1.(195),308]

판시사항

[1]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가 금지하는 명의대여의 의미 및 해당요건

[2] 건설업 명의 대여 여부의 판단 기준

[3] 건설업 명의 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가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공사를 시공하게 하는 행위"란 타인이 자신의 상호나 이름을 사용하여 자격을 갖춘 건설업자로 행세하면서 건설공사를 시공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목적에 자신의 상호나 이름을 사용하도록 승낙 내지 양해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어떤 건설업자의 명의로 하도급된 건설공사 전부 또는 대부분을 다른 사람이 맡아서 시공하였다 하더라도, 그 건설업자 자신이 그 건설공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로 수급하였고, 또 그 시공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왔다면, 이를 명의 대여로 볼 수는 없다.

[2] 건설업자가 건설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는, 건설공사의 수급·시공의 경위와 대가의 약속 및 수수 여부, 대가의 내용 및 수수 방법, 시공과 관련된 건설업자와 시공자 간의 약정 내용, 시공 과정에서 건설업자가 관여하였는지 여부,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공사 자금의 조달·관리 및 기성금의 수령 방법, 시공에 따른 책임과 손익의 귀속 여하 등 드러난 사실관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명의대여자와 실제 시공한 자 사이의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형식적 문구만을 가벼이 믿어 명의대여 사실을 부인하여서는 아니 된다.

[3] 건설업 명의 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토목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종합건설업체인 설악종합토건 주식회사(이하 '설악종합토건'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있던 피고인이, 건설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공사를 수급 또는 시공하게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어서는 아니 됨에도, 2000. 3. 17.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6가 234의 3 태영빌딩 2층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 무렵 설악종합토건이 역촌동 럭키주택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수급한 재건축아파트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박정남이 설악종합토건의 상호를 사용하여 시공하도록 하되 총 예상 공사금액의 2.5%를 이른바 면허대여비로 지급받기로 위 박정남과 약정하고, 그로 하여금 위 공사를 시공하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모두 배척하고, 오히려 설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그 직원으로 하여금 2000. 4.경부터 같은 해 6.경까지 위 재건축조합원들 소유의 연립주택에 관한 신탁등기업무를 처리하게 하였고, 같은 해 6.경 위 재건축조합원들의 이주에 필요한 비용을 은행에서 대출받음에 있어 그 대출금 반환 채무를 설악종합토건 및 피고인 개인 명의로 연대 보증한 사실, 피고인이 같은 해 9. 27. 정원특수건설 주식회사에 이 사건 공사 중 철거공사를 하도급하여, 위 철거공사가 같은 해 10. 초순경 완료된 사실 등 판시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신축공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로 수급하였음은 물론, 그 시공의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더구나 위 2000. 3. 17.자 약정은 피고인이 이를 해제한 후 박정남과 다시 새로운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그 효력이 상실되었으므로, 위 2000. 3. 17.자 약정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하고 피고인이 그에 따라 박정남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게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가.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의 입법 취지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건설업의 면허·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한편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건설업자가 아니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없음을 그 본질적·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위 법의 관계규정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21조 가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공사를 시공하게 하는 행위"(이하 '명의 대여'라 한다)란 타인이 자신의 상호나 이름을 사용하여 자격을 갖춘 건설업자로 행세하면서 건설공사를 시공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목적에 자신의 상호나 이름을 사용하도록 승낙 내지 양해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어떤 건설업자의 명의로 하도급된 건설공사 전부 또는 대부분을 다른 사람(이하 '시공자'라 한다)이 맡아서 시공하였다 하더라도, 그 건설업자 자신이 그 건설공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로 수급하였고, 또 그 시공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왔다면, 이를 명의 대여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건설업자가 건설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는, 건설공사의 수급·시공의 경위와 대가의 약속 및 수수 여부, 대가의 내용 및 수수 방법, 시공과 관련된 건설업자와 시공자 간의 약정 내용, 시공 과정에서 건설업자가 관여하였는지 여부,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공사 자금의 조달·관리 및 기성금의 수령 방법, 시공에 따른 책임과 손익의 귀속 여하 등 드러난 사실관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도7425 판결 참조), 명의대여자와 실제 시공한 자 사이의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형식적 문구만을 가벼이 믿어 명의대여 사실을 부인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기록에 의하면, 설악종합토건은, 역시 종합건설면허업체이면서 상근직원이 3명에 불과하고 수년 간 매출이 전혀 없어 면허를 취소당한 설악건설 주식회사의 후신으로, 1999.경 설립되었으나 설립연도의 수주 및 시공실적이 전무하였고 시공자금을 조달할 능력 또한 없어 1999. 11. 1.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최종대와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고서도 몇 달이 지나도록 공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2000. 3. 10.경 설악종합토건의 전무 최문규가 박정남을 피고인에게 소개하여, 피고인과 박정남이 같은 달 17. "조합과 설악종합토건과 체결된 계약내용과 약정은 박정남이 '승계'한다(제1조). 설악종합토건은 박정남의 시공에 있어 착공계, 준공서류, 기타 서류정리 및 제출 등 최대한 지원한다(제3조 제1항). 설악종합토건은 기투입된 자금을 지원한다. 본 약정 체결시 박정남은 설악종합토건에 1억 원을 지급하고, 철거 작업 완료 후 1억 원을 지급한다. 설악종합토건이 조합에 투입하는 자금과 설계비를 박정남이 지급한다. 사업추진 중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및 제세공과금 등의 경비 또한 발생되는 대로 설악종합토건이 요구시 박정남은 지체없이 지급하되, 평당 180만 원으로 계산한 총 공사비의 2.5%를 경비로 본다. 박정남은 이 사건 공사로 얻게 될 이익에서 최우선으로 설악종합토건에 일반분양분 중 34평형 1세대(분양가 약 1억 5천만 원 정도)를 분양개시일에 분양한다(제3조 제2항). 현장대리인은 본사에서 설악종합토건이 투입한다. 박정남은 작업반장 및 현장기사를 투입한다(제4조). 사용인감은 현장대리인이 보관하고 박정남이 필요시 공문서 및 기타에 사용하도록 한다(제6조)."는 내용의 계약(이하 '제1차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위 약정에서 설악종합토건이 박정남으로부터 합계 2억 원을 지급받기로 한 것은 설악종합토건이 그 당시까지 이 사건 공사를 위하여 투입하였다고 주장한 자금을 회수하는 의미였고, 그 후 실제 박정남이 설악종합토건에 지급한 2억 원이 넘는 돈 중에서 이 사건 공사비로 사용된 것은 전혀 없는 사실, 위 제1차 약정 체결 직후인 2000. 4. 피고인이 작성하여 박정남에게 교부한 이행각서에, 사업추진 중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및 제세공과금 등의 경비로 박정남이 지급하기로 한 2.5%의 돈을 가리키는 말로서 '부금'이라는 용어가 쓰였는데, 이는 건설업계에서 면허의 명의대여료의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용어인 사실, 피고인은 2000. 4. 19. 및 같은 해 5. 10. 제1차 약정에서의 선투입금 지급 등의 약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박정남에게 제1차 약정의 해제통지를 하였고, 이에 박정남이 시공자금 일부를 제공하기로 한 권오진과 함께 같은 해 5. 13.경 피고인을 찾아가 일부 자금이 준비되었으니 박정남을 설악종합토건의 이사로 등재시켜 이 사건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자 피고인이 이를 수용하여 같은 해 5. 14. 박정남을 설악종합토건의 법인등기부에 이사로 등재한 다음 같은 달 19. 박정남, 권오진과 사이에, 대체로 위 제1차 약정과 비슷하나, 설악종합토건이 2000. 3. 17.까지 투입한 비용 2억 원을 박정남이 설악종합토건에 지원함을 명확히 규정하고(제3조 제2항), 설악종합토건이 투입할 현장대리인을 포함하여 작업반장 및 현장기사 등 현장 투입 인원의 급여를 박정남이 부담하는 내용(제4조) 및 설악종합토건이 이미 투입한 것으로 되어 있는 자금 2억 원 중 박정남이 설악종합토건에 아직 지급하지 아니한 9천만 원을 철거작업 전에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특약사항(제7조)을 추가한 새로운 약정(이하 '제2차 약정'이라 한다)을 다시 체결한 사실, 설악종합토건은 각종 행정적 절차를 처리하고 위 회사의 등기된 이사로서 법인 인감까지 소지하고 있던 박정남의 권한 남용을 감시하기 위하여 그 소속 직원 박광철을 현장소장으로 파견한 이외에는 박정남이 이 사건 공사에서 손을 뗄 때까지 시공에 일체 관여하지 아니하였고, 실제 직원이 전무 최문규까지 총 4인에 불과하여 관여할 능력도 부족하였으며, 피고인 본인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었던 사실, 피고인과 박정남은 제1, 2차 약정을 함에 있어 지분이나 손익의 분담비율을 정한 바 없고, 피고인도 위 각 약정 당시에 박정남 혼자서 공사자금 전액을 부담하여 이 사건 공사 전부를 일괄 시공한 다음, 공사가 완성되면 설악종합토건에 무상 분양하기로 한 일반 분양분 아파트 중 34평형 1세대를 제외한 이익금 전부를 모두 박정남이 차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에 의하면 설악종합토건과 피고인은 위 제1, 2차 약정 당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한편, 원심은 피고인이 현장소장인 박광철로 하여금 2000. 4.경부터 같은 해 6.경까지 조합원들 명의의 등기에 대하여 신탁등기를 경료하는 업무를 처리하게 한 점, 같은 해 6.경 조합원들이 이주에 필요한 약 19억 원 상당을 주택은행 퇴계로 지점에서 대출받음에 있어 그 대출금 반환 채무를 설악종합토건 및 피고인 개인 명의로 연대 보증한 점 및 2000. 9. 27. 정원특수건설 주식회사에 이 사건 공사 중 철거공사계약을 하도급하여 철거공사를 완료한 점 등을 들어 설악종합토건이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는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신탁등기의 비용은 전액 박정남이 지출하여, 피고인은 등기비용으로 얼마가 지출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점, 이주비용의 대출 절차 역시 모두 박정남이 알아서 처리하였고, 담보 설정 비용도 그가 부담하였으며, 대출금에 대한 이자 역시 박정남이 부담하기로 당사자 간에 약정된 점, 설악종합토건은 위 재건축조합과 함께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은 공동 사업주체이므로 신탁등기를 하거나 이주비를 대출받을 때 그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점, 박정남은 2000. 7.경부터 같은 해 8. 20.경까지 현관문, 창문 등 내장 철거작업을 하였으며, 피고인이 정원특수건설 주식회사에 이 사건 공사 중 철거공사계약을 하도급한 것은 박정남이 피고인과의 분쟁으로 이 사건 공사에서 손을 뗀 이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설악종합토건이 박정남이 설악종합토건의 상호를 사용하여 위 내장철거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라. 또한, 박정남이 설악종합토건의 양해하에 그 상호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의 일부인 내장철거공사에 착수한 것이 사실인 이상, 그 상호 사용의 근거가 제1차 약정인지 제2차 약정인지는 부수적 정황에 불과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영향이 없음은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어 이를 유죄로 인정하는 데 공소사실을 변경할 필요도 없으며,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를 위반한 죄의 기수 시기나 그 죄가 상태범에 해당하는지 여부 또한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설악종합토건이 박정남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도록 함에 있어 그 시공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느 모로 보나 부족한 몇 가지 사정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이는 결국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고 공소사실의 동일성이나 공소장 변경의 필요성에 관한 법리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가 금지한 명의대여행위의 소극적 성립요건인 실질적 시공 관여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

3. 그러므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이규홍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