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상·의료법위반][미간행]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및 검사
최재봉
법무법인 민주 담당 변호사 조영윤 외 1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1은 무죄.
피고인 2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피고인 1은 피해자 공소외 1에게 봉침을 시술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봉침을 맞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아 여러 차례 맞은 적이 있다고 하여 아나필락시 쇼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봉침을 시술하면 피부가 가렵거나 붓거나 붉어질 수 있고 간혹 ‘특이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하였고, 예전에 봉침 시술을 받고도 이상이 없었다고 하여 치료 당일 1 : 8,000 농도의 봉독액 0.1㏄로 스킨테스트겸 치료를 같이 하겠다고 설명한 후 1회 시술 후 아무런 반응이 없자 1분 간격으로 총 4회 봉침 시술을 하였고, 그 이후 일반침을 시술하는 등 약 10분 정도 환자 곁에서 관찰하였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봉침 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그대로 환자의 목에 봉침을 시술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법리오해
아나필락시 쇼크는 항원자극에 의하여 감작된 항체가 일정기간 후에 동일한 항원에 접촉했을 때 수십 분 내에 급격한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10만명당 2 ~ 3명 정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실시된 각종 심전도 및 혈액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아나필락시 쇼크를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회피할 수도 없었던 것이고, 아나필락시 쇼크는 면역과정의 기전상 인체의 면역과정이 강하게 발현되는 5 ~ 10회 사이에 그 위험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종전에 봉침 시술을 받은 피해자의 경우에는 알레르기 반응검사만으로도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할 수 있었으며, 피해자에게 발생한 아나필락시 쇼크는 이미 소멸하였거나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음으로써 완치되었고 현재 피해자가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받고 있는 벌독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피고인의 봉침 시술로 인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알레르기 체질에 기인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발생시킨 상해라고 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막연히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봉침 시술을 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를 발생케 하고 그로인해 피해자에게 3년 이상의 벌독에 대한 지속적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업무상과실죄에 있어서의 예견가능성 및 회피가능성,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양형부당
피고인이 초범인 점, 수년간 봉침 시술을 전문으로 하였음에도 이 사건과 같은 의료사고는 처음인 점, 아나필락시 쇼크를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점, 피해자가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아나필락시 쇼크를 치료하는 동안 발생한 비용을 피고인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모두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벌금 7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2가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한방병원의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점, 위 병원 운영에 참여할 당시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였던 점, 이 사건 이전에는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사실로 처벌받은 적이 없고 그 외 중한 전과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피고인 1에 대하여)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이 가볍지 않은 점,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초래된 위험이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한의사로서 2007. 12. 중순경부터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지번 생략)에 있는 □□한방병원에서 진료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8. 12. 13. 14:00경 목디스크 환자로 내원한 피해자 공소외 1(여, 41세)의 목 부위에 봉침 시술을 하게 되었다.
한의사가 봉침시술을 할 경우, 봉침은 벌독을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으로서 소량으로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아나필락시 쇼크(anaphylatic shock)’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어 시술하기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skin test로서 벌독 약액 0.05㏄를 팔뚝에 주사하여 10 ~ 15분 경과 후 반응검사)를 하여 환자의 특이체질 및 알레르기 반응 유무와 그 정도, 시술에 다른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 유무 등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시술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시술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과 봉침시술의 특이성을 환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며, 환자가 여자일 경우와 목 부위에 시술할 경우 특히 주의하여야 하고, 초기의 치료시에는 소량을 약한 농도로 주입한 후 상태를 지켜보는 등 아나필락시 쇼크 부작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피고인에게 첫 진료 환자이었던 위 피해자에게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봉침 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도 없이 그대로 피해자의 목 부위에 약 1분 간격으로 1 : 8,000으로 희석한 봉독 약액 0.1㏄씩을 4회에 걸쳐 총 0.4㏄의 봉독 약액을 주입하여 봉침시술을 시행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시술 이후 약 10분 경과 후 구토, 발진, 협심증을 일으키게 하는 등 아나필락시 쇼크를 발생케 하여 약 3년 이상의 벌독에 대한 지속적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1이 피해자로부터 봉침을 맞은 전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채 직접 환부인 목부위에 봉침을 4회 시술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봉침 시술 후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여 벌독 알레르기가 생겨 3년 이상 벌독에 대한 지속적인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해가 발생하였으며,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위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봉침시술을 하려면 우선 시술자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질병 상태, 체력, 시간 등의 종합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봉침 시술이 적절한 지를 판단하여야 하고, 치료과정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관하여 환자나 보호자 등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그 동의하에 시술하여야 하며,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아나필락시 쇼크 등에 대하여 이를 예측하고 준비하여야 하며, 시술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skin test)를 거쳐야 하는데 알레르기 반응검사는 봉독액 0.05㏄를 팔뚝에 피내주사한 후 10 ~ 15분 후 피부 반응 등을 살펴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시행하여야 하고, 아나필락시 쇼크는 시술 후 15분 이내에 발생하므로 15분간 환자의 반응을 관찰하여야 하는 사실, 그런데 피고인 1은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위 병원을 방문한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봉침을 맞은 전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침 시술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정도의 설명만 한 채 다른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바로 환부인 피해자의 목부위에 1 : 8,000의 농도인 봉독액 0.1㏄를 주사한 후 1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도록 아무런 이상반응이 없자 이후 1분의 간격을 두고 모두 4회에 걸쳐 봉침을 시술한 사실,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봉침을 시술한 후 목과 어깨에 일반침을 놓고 나서 주사실을 나간 사실, 그런데 봉침 시술을 받고 5 ~ 10분 후 피해자가 속이 쓰리고 머리 전체가 가렵고 온 몸이 붓고 가려우며 피부가 부어오르며 구토를 하고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간호사를 부르자 조금 후에 피고인이 들어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하면서 항히스타민 주사를 놓고 상태가 더 심해지자 응급차를 이용하여 건국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 응급처치를 하게 한 사실, 이후 피해자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3년간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가 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 1로부터 봉침 시술을 받기 전에 2007. 4. 13. ○○한방병원에서 1 : 20,000 농도인 봉독액으로 테스트를 받고 봉침 시술을 받은 후 2007. 4. 16. 이후 같은 해 5. 8.까지 총 8회에 걸쳐 봉침 시술을 받았고, 2008. 12. 1. ‘경추염좌’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 후 다시 위 ○○한방병원에 내원하여 경추부위에 봉약침(10%)을 시술받은 사실, 피해자가 이와 같이 이 사건 이전에 수회에 걸쳐 봉침 시술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특이증상을 경험하지는 않았던 사실, 더군다나 피해자는 그 외에 2008. 10. 또는 11. 초경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생벌침을 2회 맞은 경험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침 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과민반응 중 전신·즉시형 과민반응으로서 10만명당 2 ~ 3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봉독액 용량과 반응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더군다나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하여 이상 반응이 없더라도 이후 봉침 시술과정에서 위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즉, 아나필락시 쇼크는 봉독에 대한 인체내의 항체가 축적되어 어느 순간에 나타나는 것으로 skin test시까지의 축적된 봉독량으로는 전혀 그 증상이 발현되지 아니하다가 그 이후 봉침 시술로 인하여 한계 시점에 이르면 그 쇼크가 발현되는 것으로 skin test로 아나필락시 쇼크의 발현을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벌독 알레르기는 항원·항체 반응으로서 아나필락시 쇼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을 종합해 보면, 비록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봉침을 시술하면서 봉침 시술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직접 피해자의 환부인 목부위에 봉침을 시술한 잘못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으로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봉침을 시술하기 전에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였다면 피해자에게 발생한 아나필락시 쇼크를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그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앞서 본 바와 같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위한 봉독액 주사로도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인다) 피고인 1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피해자가 3년간의 지속적인 면역치료를 요하는 상태에 이른 것은 피해자의 체질로 보일 뿐 그것이 피고인의 봉침 시술로 인하여 발생한 상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아나필락시 쇼크가 발생하고 이후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데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1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가 있다.
나. 피고인 2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 2가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은 인정되나,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 및 복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직접적이어서 의료법에서는 이러한 의료행위가 일반적인 상거래상의 경영이념에 의하여 지배되는 것을 차단하고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건물을 임차하고 의사 및 간호사를 고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건전한 의료질서를 해치고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큰 점, 피고인 2가 이 사건 병원의 운영에 가담한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고 그 기간도 짧지 않은 점, 피고인 2는 이 사건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의원을 실제로 운영하면서 고용한 의사 및 간호사, 운전기사 등으로 하여금 출장건강검진을 하도록 하는 등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료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 2의 연령, 성행,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조건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 2에게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 2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1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2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 가.항 (1)의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2. 가.항 (3)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 1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