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미간행]
피고인
검사
김제성(기소), 이수정(공판)
변호사 심재섭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환송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에게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차량번호 생략) 쏘울 승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5. 4. 21. 16:30경 위 쏘울 승용차를 운전하여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있는 안산공원 사거리를 백신초등학교 방향에서 마두역 방향으로 시속 약 20km 속도로 우회전하게 되었다.
그곳은 전방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횡단보도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하는 피해자 공소외인(5세)의 왼쪽 다리 부분을 위 승용차의 오른쪽 옆 부분으로 충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골하단의 골절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였다.
1)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5. 4. 21. 16:30경 판시 안산공원 사거리 편도 3차로 중 우회전 차로인 3차로를 따라 백신초등학교 방향에서 마두역 방향으로 시속 약 20km 이내의 속도로 우회전하면서 교차로 인근에 있는 횡단보도를 통과하게 된 사실, 피고인 차량이 횡단보도에 진입할 당시에는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적색이었으나 통과 도중에 보행자 진행신호가 녹색 신호로 바뀌었고, 피해자 공소외인(5세)이 횡단보도 중앙 기준 약간 오른쪽에서 모친과 함께 진행 신호를 기다리다가 위와 같이 신호가 바뀐 즉시 횡단을 시작하는 순간 인도 바로 옆 도로를 주행하면서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피고인 차량 우측 옆 내지 뒷부분에 부딪혀 판시 기재와 같이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이 피고인이 보행자 적색신호에 횡단보도에 진입하여 서행하면서 횡단보도를 통과하던 중 피해자가 보행자 녹색 신호로 바뀌자마자 성급하게 횡단을 시작하다가 피고인 차량의 우측 내지 우측 뒷부분을 충격한 것만으로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이 정한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 가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차량이 사고 당시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같은 법 제4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바, 이 사건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에 의해 공소를 기각한다.
다. 당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 제13조의2 제6항 에 따라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통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 및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 는 ‘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에 따른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있거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6. 6. 2. 선고 2006도26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①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구 도로교통법(1995. 1. 5. 법률 제4872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에서 운전자의 준수사항으로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에는 일시 정지하거나 서행하여 그 통행을 방해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던 것을 1995. 1. 5. 법률 제4872호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 제24조 제1항 에서 현행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규정 취지와 같이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에는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 정지하여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보행자의 보호의무를 개정한 취지는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횡단보도 진입 이전으로 제한하려는 취지라기보다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는 교차로에서 신호에 따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는 경우 모든 차량의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이 아닌 일시정지하도록 함으로써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의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강화하여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점, ② 위와 같은 횡단보도상의 보행자 보호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에게 위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차량의 유무를 확인하고 횡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교차로의 우회전 직후 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를 통과하려는 운전자에게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만을 믿고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있음을 예견하여 우회전 직후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녹색 등화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위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녹색 등화인 경우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일시정지하여야 하고, 위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적색 등화인 경우에도 교차로의 차량 신호기가 녹색 등화로 변경되는 경우 우회전 직후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도 이에 맞춰 녹색 등화로 변경되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위 보행자 신호기가 곧 녹색 등화로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으므로 위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 등 전방·좌우를 주시하면서 보행자 신호기가 녹색 등화로 변경되는 경우 즉시 정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 점, ③ 운전자는 횡단보도의 좌측 가장자리에서 통행하는 보행자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우측 가장자리에서 통행하는 보행자에 대하여도 동일한 보행자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적색 등화여서 횡단보도에 적법하게 진입한 차량의 경우에도 횡단보도의 진입 이후에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녹색 등화로 바뀌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차량 운전자로서는 차량 진행 방향 앞쪽으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에 대한 관계에서 즉시 정차하여 보행자에게 위험을 주지 아니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정차하여 있는 것이 횡단보도의 중앙이나 차량 진행 방향 뒤편에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차량 신호기의 황색 등화의 경우와 같이 신속히 횡단보도를 통과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에서 정한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할 의무는 횡단보도의 진입 이전에만 부담하는 의무라고 한정하여 해석할게 아니라,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이미 적법하게 진입한 경우에도 횡단보도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횡단보도상의 모든 보행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담하는 의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위 문언의 해석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여 유추해석금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안산공원 사거리에 이르러 백신초등학교 방면에서 마두역 방면으로 우회전을 할 당시 차량 진행용 신호기는 녹색 등화이고, 우회전 직후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는 적색 등화로서, 위 보행자 신호기가 차량 신호기에 따라 곧이어 녹색 등화로 변경될 수 있는 상태였던 점, ② 피고인은 시속 약 20km 이내의 속도로 위 횡단보도에 진입하였으나 통과 도중 보행자 신호가 녹색 등화로 변경된 점, ③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교차로에 진입할 때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적색 등화인 것을 보았으나, 횡단보도를 통과할 당시에는 신호를 보지 못하였고, 우측 사이드미러 부분으로 아이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것을 보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④ 피해자가 지각능력이 부족한 5세의 아이임을 감안하더라도 모친이 대동한 상황에서 자신이 진행하려는 전방을 피고인의 차량이 가로막고 있었다면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기가 녹색 등화로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피고인의 차량을 향하여 돌진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적어도 피해자가 녹색 등화로 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횡단보도에서 뛰어나가기 시작할 무렵에는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 진행 방향을 가로막지 않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점, ⑤ 피해자가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의 우측 옆 부분 내지 우측 뒷부분에 부딪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스스로 뛰어나가 부딪힌 힘에 의해서만 경골하단이 골절되는 상해를 입을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을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차량이 움직이는 힘이 가세하여 위와 같은 중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녹색 등화로 바뀌었음에도 횡단보도상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충격하여 피해자에게 약 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골하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에서 정한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6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