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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1940 판결

[약속어음금][공1988.4.1.(821),509]

판시사항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차수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상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을 보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1983.5.26 액면금 70,000,000원, 같은 해 10.20. 액면금 21,000,000원의 약속어음을 각 발행하여 원고가 각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된 사실은 다툼이 없다고 한 다음, 피고의 항변 즉, 위 어음 2매는 소외 1이 대표이사로 있던 소외 재기산업주식회사가 원고로부터 돈을 차용할 적에 피고가 그 담보로 발행교부한 것인데 그후 1984.3.22. 소외 주식회사 이우주택과 원고사이에 당시까지 재기산업이 원고에 대하여 지고 있던 모든 채무를 이우주택이 면책적으로 인수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어음금의 원인채무가 소멸하였다는 피고주장에 대하여,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1982.3.16. 그 소유인 수원시 (주소 1 생략) 전 1,540평방미터, (주소 2 생략) 전 1,464평방미터[뒤에 (주소 1 생략) 전 3,004평방미터로 합병됨] 지상에 약 430평정도 연립주택을 신축하여 분양하고자 하는 건축업자인 소외 2 사이에 위 토지에 관하여 대금을 평당 돈 160,000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토지사용을 승낙하여 위 소외인이 그 지상에 18평형 18세대, 23평형 12세대 도합 연립주택 30세대의 신축공사를 소외 3에게 도급주어 약 40퍼센트 정도의 공정까지 진척되었으나 소외 2가 그 토지대금은 물론 공사대금을 약정대로 지급치 못하여 공사가 중단되기에 이르자, 피고의 처남인 소외 4가 피고를 설득하여 그가 위 연립주택의 신축분양사업을 승계하여 위 건축공사를 계속 진행시키고 은행으로부터의 융자금이나 연립주택의 분양대금 등으로 그 토지대금을 충당하기로 하되 우선 피고로 하여금 위 소외 3이 시공한 기성고를 인수토록 하여, 이에 따라 피고는 소외 3과의 사이에 1982.9.6 그때까지의 건축기성고를 돈 75,000,000원으로 정하여 매수하여 그 대금을 1982.12.25.까지 지급키로 약정하고 그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약속어음에 공증까지 하여 주었는데, 소외 4 역시 별다른 자력이 없어 공사진행에 차질이 생기게 되므로 피고가 소외 3에게 그 인수대금을 약정대로 변제하지 못하자, 소외 3이 그 공정증서에 기하여 1982.12.31. 피고집에 있는 물건등과 1983.1.13. 위 토지 및 피고 소유인 (주소 3 생략) 대 214평 3필지 토지에 관하여 강제경매절차에 개시하였을 무렵, 소외 4는 그 신축공사에 알루미늄샤시를 납품하던 소외 1이 돈을 주선할 수 있다고 하자 그녀를 끌어들여 1983.5.13. 그녀와 소외 4를 대표이사로 하는 위 재기산업을 설립하여 피고도 형식상 그 공동대표이사로 등기하여 주고 위 연립주택사업을 계속하기로 하는 한편, 피고는 소외 1로부터 원고의 처인 소외 5를 소개받아 1983.5.26. 원고로부터 돈 70,000,000원을 차용하고 그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와 소외 1의 공동명의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약속어음(갑제1호증의1)을 원고에게 발행교부하여 준 사실, 피고는 이돈 전부에 일부 자기돈 3,000,000원을 보태어 위 소외 3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고 위 경매를 취하하도록 하는 모든 일을 소외 1에게 위임하였는데, 소외 1이 위 소외 3에 대한 채무 중 돈 53,000,000원만을 변제하여 일단 경매신청이 취하되었다가 같은해 8.4. 다시 경매절차가 진행되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시 1983.10.20. 원고로부터 돈 21,000,000원을 차용하여 위 소외 3에 대한 채무잔액을 변제하고 원고에게 그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명의로 약속어음(갑 제1호증의2)을 발행교부하여 주는 한편 1983.11.25. 소외 1을 횡령죄로 형사고소하기에 이른 사실, 소외 4는 1983.8.23 건설업면허가 있는 이우주택을 인수하고 소외 1을 그 대표이사로 내세웠다가 1984.1.13.경 소외 1을 위 재기산업과 이우주택의 각 대표이사직에서, 피고를 위 재기산업의 대표이사직에서 각 해임하고 재기산업과 이우주택의 단독 대표이사가 된 사실, 원고는 그밖에도 재기산업이 시공하는 연립주택의 공사자금으로 수차례에 걸쳐 돈을 투자하여 공사가 속히 완성되도록 도와오다가 위 소외 4와의 사이에 1984.3.22. 그간 재기산업에 대여한 공사금 채권의 원리금을 193,000,000원으로 정하고 그 연립주택 중 23평형 2세대, 18평형 8세대를 담보로 제공하고 이에 대한 액면금 도합 193,000,000원의 약속어음 4장(갑 제7호증의1, 2, 갑 제24호증의1, 2)을 이우주택명의로 발행교부하는 대신 1984.3.21.까지 재기산업 명의로 발행된 채권은 무효로 하고 이후 이우주택만을 상대로 거래하기로 약정하고, 그 이후 원고는 위 연립주택공사의 완성시까지 이우주택에 그 공사대금 일부를 대여해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인정에 반하여 소외 1, 또는 그녀가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재기산업이 원고로부터 위 약속어음금을 차용하였다는 취지의 증거들은 배척한다고 하고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약속어음금채무는 그 원인관계에 있어서도 피고의 채무이지 재기산업의 채무라 보기 어려울 뿐더러 가사 재기산업이 이 피고의 어음금채무를 인수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면책적으로 인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어음금채무가 재기산업의 채무임을 전제로 원고와 재기산업의 연립주택 사업을 승계한 이우주택과 사이에 면책적 채무인수의 합의로 이 사건 어음금 채무가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이유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원심거시의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1981.3.16.경 이 사건 토지 위에 연립주택을 건축·분양하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소외 2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고 토지대금을 4차에 걸쳐 분할 지급받기로 하여 우선 토지사용승낙서 등을 교부해 줌으로써 위 소외 2가 그 무렵부터 소외 3에게 하도급을 주어 건축공사를 시행하여 왔으나, 자금이 딸려 토지대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하도급 공사대금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다가 공사를 중단하고 손을 떼고 나가자, 소외 4가 위 소외 2의 토지매수인의 지위를 인수하여 계속 공사를 시행하기로 피고와 협의를 보고, 위 소외 3이 그때까지 시공한 건축기성고를 피고가 인수하면, 나중에 공사완료 후 위 소외 4가 토지대금과 함께 기성고 대금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그에 따라 피고가 위 소외 3으로부터 건축기성고를 금 75,000,000원으로 쳐서 인수하고 그 대금을 1982.12.25.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하였으나 그 대금을 제때에 지급치 못하자 위 소외 3은 피고소유의 동산에 대한 압류와 함께 이 사건 토지 등에 대한 강제경매신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 무렵 위 소외 4는 소외 1을 끌어들여 위 건축공사를 동업하다가 1983.5.13.경 제기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그때부터는 위 회사에서 위 소외 4의 토지매수인의 지위를 인수하여 위 공사를 하여 온 사실, 피고는 위 경매를 막아 이 사건 토지를 확보함과 아울러 위 재기산업의 공사시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위 소외 1의 주선으로 원고로부터 1983.5.26. 금 70,000,000원을 차용하여 위 소외 1로 하여금 위 소외 3에 대한 채무금을 공탁하게 하였으나 위 소외 1이 위 돈 중 금53,000,000원 가량만 공탁함으로써 위 소외 3이 일단 경매신청을 취하하였다가 다시 1983.8.4경 재차 경매신청을 하게 되자 피고는 다시 1983.10.20. 원고로부터 금 21,000,000원을 차용하여 공탁함으로써 경매를 취하시킨 사실, 위 재기산업은 위 건축공사에 즈음하여 원고로부터 수차에 걸쳐 자금을 차용하여 오다가, 1983.8.18.경에 이르러 건설업면허를 가진 소외 주식회사 이우주택을 인수하여 위 소외 1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서, 1984년경부터는 위 이우주택이 위 건축공사를 하면서 원고로부터 자금을 차용하여 온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어음금의 원인채무인 대여금 채무는 형식상은 피고가 채무자로 되어 있으나 그 실질에 있어서는 재기산업이 채무자라고 할 것이고(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변제하더라도 어차피 재기산업은 위 금액상당을 피고에게 갚아주어야 한다), 또 이 사건에서 원고는, 그가 피고에게 대여한 이 사건 어음금액 91,000,000원을 포함하여 위 건축공사를 둘러싸고 1984.3.22경까지 피고나 재기산업, 이우주택 등에게 대여한 금원이 1억3천만원 가량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가, 을 제9호증(합의약정서)에 의하면, 1984.3.22자로 원고와 이우주택은 그때까지 원고가 피고, 재기산업, 이우주택 등에게 위 공사와 관련하여 대여한 금원의 원리금을 193,000,000원으로 확정짓고 원고가 이우주택으로부터 동 회사명의의 동액상당의 약속어음 4매를 발행 교부받으면서, 그 전날까지 재기산업명의로 발생된 모든 채권은 무효로 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여기에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참작해 보면, 위 합의약정은 원고가 이우주택명의의 액면금 193,000,000원의 약속어음을 발행받으면서, 종전의 피고에 대한 채권이나 재기산업에 대한 채권은 모두 소멸시키기로 하는 의도아래, 위 합의약정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도 재기산업에 대한 채권에 포함된다는 생각에서, 다만 그 문구표현에 있어 재기산업 명의로 발생된 모든 채권을 무효로 한다고 기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할 것이니, 위 약정에 따라 종전의 원고에 대한 피고나 재기산업의 모든 채무는 이우주택이 이를 면책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이 사건 어음채무의 원인채무는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어음채무의 원인채무가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판시하였음은 증거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이병후 이명희

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 1987.6.26선고 86나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