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위공문서작성,동행사,공용서류은닉][공1994.8.1.(973),2141]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참고인의 진술 또는 정황증거에 불과한 사정만으로 공용서류를 은닉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 하여 파기한 사례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참고인의 진술 또는 정황증거에 불과한 사정만으로 공용서류를 은닉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 하여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사 이택수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춘천경찰서 교통계 소속 경찰관으로서 교통사고처리 업무를 담당하여 오던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이 1991.5.18. 19:40경 춘천시 약사동 소재 삼양제재소 앞 횡단보도에서 피해자 허용주를 들이받아 상해를 입게 한 교통사고를 처리함에 있어, 같은 해 5.20. 위 교통사고에 관하여 실제로는 현장을 확인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실황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실황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위 교통사고 조사관계 서류철에 편철하여 행사하고, 같은 해 6.19. 위 교통사고에 관하여 제2차 실황조사를 실시한 후 사고현장의 횡단보도상에 나타난 스키드마크를 고의로 누락시킨 채 현장 약도를 작성함으로써 제2차 실황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위 서류철에 편철하여 행사하였다는 이 사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의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 각 실황조사서를 그와 같이 작성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현장확인 없이 실황조사서를 작성한 것은 단지 업무과중 및 인력부족으로 생겨난 춘천경찰서에서의 관례에 따라 그렇게 한 것 뿐이고, 스키드마크를 누락시킨 것도 단순한 부주의로 비롯된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의 범의 내지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허위공문서작성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1.6.말 일자미상경 위 교통사고 조사서류를 형사계 소속 경찰관인 공소외 1에게 인계함에 있어 위 교통사고 목격자인 박월순의 진술서 1매 및 제2차 실황조사서 1매를 따로 빼어 놓고 나머지 서류만 인계하여 줌으로써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를 은닉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는 이 사건 공용서류은닉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위 진술서와 제2차 실황조사서를 포함하여 위 교통사고 조사서류 전부를 공소외 1에게 넘겨 주었지 이를 은닉한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일관된 주장에 대하여는, 거시증거에 의하면 위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5일 후인 1991.5.23. 피고인은 피해자 허용주가 입원한 춘천의료원에 찾아가 피해자의 진술을 들을 때 피해자가 당시 현장 목격자로서 박월순이 있었고 위 교통사고는 횡단보도상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였음에도 진술서상에는 피해자가 박월순의 보따리를 들어다 주고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하였다고만 기재한 사실, 피고인은 같은 해 6.19. 피해자의 딸인 공소외 이정옥이 목격자인 위 박월순을 데리고 와서 횡단보도사고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현장조사를 하고 위 박월순의 진술서와 현장 약도를 작성한 후 같은 달 말경 사건기록 원본을 공소외 1에게 인계하였으나 인계된 기록에는 위 박월순의 진술서와 현장 약도가 포함되지 않은 사실, 사고가 난 후 원심공동피고인은 그가 소속하고 있는 개인택시조합 춘천지부의 동료기사들로부터 당시 부지부장이던 공소외 2가 교통사고 처리를 잘 해 준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사건 처리를 부탁하여 공소외 2가 사건 직후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원심공동피고인이 피고인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나 피고인이 현장조사를 할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현장조사 후 피해자측과의 합의절충에도 관여한 사실, 같은 해 7.30. 피해자측의 요구로 춘천경찰서 교통계 사무실 내에서 공소외 2가 입회한 가운데 위 이정옥과 원심 공동피고인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같은 날짜로 합의서를 작성한 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합의서를 보여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리고 위 이정옥에게 이의제기한 것을 없던 것으로 하자고 부탁하여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헤어진 사실, 사흘 후 위 이정옥이 사건 해결이 잘 되었는지 알아봐 달라는 공소외 2의 부탁으로 경찰서에 가서 피고인을 만나 사건이 잘 되었느냐고 물어보니 피고인이 다른 경찰관( 공소외 1을 말한다)을 가리켜 그로부터 잘 되었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 사실, 일반사고는 교통계에서 처리하여 그대로 형사계에 인계하면 형사계에서 의견서만을 첨부하여 검찰에 송치하지만 8개 항목 위반사고나 일반사고 중 이의제기가 있는 사고의 경우에는 수사보고를 붙여 형사계에 인계하여 형사계에서 수사를 다시 하게 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형사계에 인계한 후 아무런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공소외 1은 같은 해 12.3. 춘천경찰서에서 서면지서로 전근되었는데 당시 후임자에게 인계한 미제건수가 328건에 이르러 문제가 되자 전근 후인 1992.4.3.부터 같은 달 16.까지 경찰서 지원근무를 하여 그중 완결되지 않은 미제사건을 처리하였으나 이 사건은 이미 완결되어 있어 후임자인 공소외 방종관이 서류에 표지와 목록만을 첨부하여 그 전인 같은 해 3.2.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이 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고 있다.
(나) 먼저 기록에 의하면 검찰에 송치된 위 교통사고 사건기록에는 문제의 위 박월순의 진술서와 제2차 실황조사서가 빠져 있음이 분명한바, 원심이 위 문제된 서류가 빠져 있는 것은 피고인이 이를 빼내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한 것은 주로 피고인이 1991.6. 말경 위 교통사고 사건기록 원본을 공소외 1에게 인계하였을 때 그 인계된 기록에 위 문제된 서류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에 터잡은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로는 기록상 공소외 1의 검찰, 제1심 및 원심에서의 각 진술이 있을 뿐인데, 공소외 1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우선 공소외 1은 위 문제된 서류가 없어진 책임 소재를 따짐에 있어 피고인과 상반된 입장에 있을 뿐만 아니라,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교통사고 사건기록 원본을 공소외 1에게 인계한 1991.6. 말경에는 당초 일반사고로 취급되던 위 교통사고에 대하여 피해자측에서 횡단보도사고라고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고 / 가해자와 사이에 합의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위 교통사고에 관하여 추가로 조사하게 될지도 모를 공소외 1에게 그 사건기록을 인계하면서 일반사고로 조작하기 위하여 위 문제된 서류를 빼내고 그 나머지만을 인계한다는 것은 사전에 공소외 1의 양해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흔히 있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당시 춘천경찰서 교통계장이던 증인 박백규의 원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 경찰서 교통계에서는 평소 교통사고 조사기록을 2부 작성하여 그 원본은 형사계에 인계하고 그 부본은 교통계에 보관하여 왔는데, 원본을 형사계에 인계하기에 앞서 교통계장이 그 원본과 부본이 동일한 순서로 편철되어 있는지 여부를 직접 대조 확인하였다는 것이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소속된 교통계에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는 위 교통사고 사건기록 부본에는 위 문제된 서류의 부본이 그대로 편철되어 있다는 것인바(수사기록 87 내지 89면), 피고인이 그 자신이 보관하는 사건기록 부본에는 위 문제된 서류의 부본을 그대로 남겨 둔 채 형사계의 공소외 1에게 인계하는 사건기록 원본에서만 위 문제된 서류를 빼냈다는 것도 경험칙상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 점은 위 문제된 서류를 포함한 사건기록 전부를 공소외 1에게 인계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위 교통사고 사건기록은 1991.6. 말경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1에게 인계된 이후 1992.3.2. 공소외 1의 후임자인 위 방종관에 의하여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8개월여 동안은 공소외 1이나 위 방종관에 의하여 형사계에서 보관되어 왔다는 것이고, 공소외 1은 1991.12.3. 전근될 당시 328건의 미제사건을 남겨 두는 등 업무에 태만하여 징계까지 받았다는 것이며, 공소외 1로서는 위 교통사고를 일반사고로 알고 있었다면 의견서만을 첨부함으로써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인데도 미제사건으로 남겨 두었다는 것으로,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본다면 위 문제된 서류는 위 사건기록이 형사계에 보관되어 있던 기간 동안 피고인 아닌 자에 의하여 빼내어졌거나 분실되었을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이 여러 모로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 공소외 1의 진술만으로 1991.6. 말경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인계한 위 교통사고 사건기록 원본에 위 문제된 서류가 빠져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당시 이미 위 문제된 서류가 빠져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심의 판단은 그 근저에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그 나머지 사정들, 즉 피고인이 1991.5.23. 피해자의 진술서를 작성함에 있어 횡단보도사고라는 진술내용을 누락시킨 점, 공소외 2가 원심 공동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사건 초기부터 합의 당시까지 적극 개입한 점, 합의후 공소외 2는 위 이정옥에게 이의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부탁하여 그 양해하에 피고인에게 합의서를 보여 주기만 하고 이를 제출하지는 아니한 점, 그 후 위 이정옥은 피고인의 안내에 따라 공소외 1로부터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는 말을 들은 점, 위 교통사고가 형사계에 인계된 후에는 더 이상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및 위 교통사고는 공소외 1이 전근 후 다시 경찰서 지원근무를 하기 전에 검찰에 송치된 점 등은 설사 원심처럼 모두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증거에 불과할 뿐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위 문제된 서류를 빼내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라)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바, 제3자에 의한 범행 또는 분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위와 같이 여러 모로 의심스러운 공소외 1의 진술을 그대로 믿거나 아니면 정황증거에 불과한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을 들어 피고인이 위 문제된 서류를 빼낸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