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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57407 판결

[손해배상(자)][공1994.7.1.(971),1805]

판시사항

오토바이의 정원초과가 과실상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오토바이는 그 자체가 일반 자동차에 비하여 더 큰 위험을 수반한다 할 것이며 더구나 뒤에 동승자가 있을 경우에는 핸들 조작이 어려워지고 사소한 장애에 대처하기도 더 어렵게 되어 사고가 쉽게 발생하리라는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고 당시 오토바이에 정원을 초과하여 두 사람을 뒷자리에 태워 운행하였다면 그 잘못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아울러 동승자에게도 그가 오토바이에 동승함으로써 정원을 초과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 이러한 그의 잘못 역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되어야만 한다.

원고(선정당사자),피상고인

유영락

피고, 상고인

경산택시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희태

주문

원심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회사 소속 운전사 소외 1이 피고 소유의 경북 1바1409호 택시를 운전하여 경북 경산군 자인면 쪽에서 경산시내 쪽으로 시속 약 50km의 속력으로 편도 1차선의 도로를 진행하던 중 경산시 계양동에 있는 소월횟집 가까이에 이르러 전방 오른쪽 갓길부분과 포장도로 가장자리 부근을 걸어가던 남녀 학생 10여 명을 피하고 또 앞서 가던 1톤 트럭을 추월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선으로 들어가서 진행하다가 위 횟집 앞길에 조금 못미친 지점에 이르러서야 반대방향에서 원고가 그 소유의 125cc 오토바이에 선정자 김광식과 소외 김만수를 태운 채 운전하여 시속 약 30km로 곡각지점을 달려 나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다시 자기 차선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급히 제동하였으나 이를 피하지 못하고 달리던 반대차선에서 위 택시 왼쪽 앞바퀴 부분으로 위 오토바이 앞부분을 들이받아 원고 및 위 김광식에게 판시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의하여 피고는 자기를 위하여 위 택시를 운행한 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원고 및 선정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가 위 오토바이에 승차정원을 초과하여 타게 하였을 뿐 아니라 위 도로의 중앙선 쪽에 바짝 붙여 운행한 잘못이 있다는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중앙선이 설치된 편도 1차선의 도로를 자기 차선을 따라 오토바이를 운행하던 원고로서는 자기 차선의 반대방향에서 오는 다른 차량도 자기 차선을 따라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므로 상대방 차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운행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 차가 중앙선을 넘어 이쪽 차선으로 갑자기 들어 오는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인데, 원고는 위 횟집 앞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굽은 위 도로를 막 도는 순간 위 택시가 중앙선을 넘어 들어 왔다가 다시 자기 차선으로 되돌아 가려는 것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위 오토바이를 오른쪽으로 틀면서 제동하였으나 충돌을 피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이 사고는 오로지 소외 1의 일방적인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원고가 위 오토바이 뒷자리에 승차정원을 초과하여 선정자 김광식 및 소외 김만수를 타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의 일방적인 과실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원고측에 사회통념상 또는 신의칙상 요구되는 어떤 부주의가 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다만 위 김광식의 안전모 미착용의 점만을 그의 과실로 인정하여 그 과실비율을 10%로 인정하였다.

기록에 대조 검토하여 볼 때, 소외 1 운전의 택시가 중앙선을 침범 운행한 과실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당시 원고가 위 택시의 중앙선 침범에 대비하여 위 도로 우측 부분으로 진행할 의무가 없다고 한 원심의 인정과 조처는 옳게 수긍이 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민법 제763조 제396조 에 규정되어 있는 과실상계제도는 불법행위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것과는 그 취지가 달라 피해자가 사회공동생활을 함에 있어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 불법행위자의 손해배상의 책임 및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인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피해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불법행위의 성립에 요구되는 엄격한 의미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단순한 부주의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 확대되게 한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는 것인 바( 당원 1992.12.22. 선고 92다44442 판결 참조), 오토바이는 그 자체가 일반 자동차에 비하여 더 큰 위험을 수반한다 할 것이며 더구나 뒤에 동승자가 있을 경우에는 핸들 조작이 어려워지고 사소한 장애에 대처하기도 더 어렵게 되어 사고가 쉽게 발생하리라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상 명백하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운전의 오토바이에 정원을 초과하여 위 김광식 등을 뒷자리에 태워 운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잘못이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아울러 위 김광식에게도 그가 위 오토바이에 동승함으로써 정원을 초과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 이러한 그의 잘못 역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당시 위 김광식에게 안전모 미착용의 과실만 있었을 뿐 그 밖에 과실상계의 사유가 될 만한 어떠한 잘못도 원고나 위 김광식에게 없었다고 판단하였음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배만운 김주한(주심) 김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