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강제추행(일부변경된죄명:강제추행미수)
2011노1720 강간,강제추행(일부변경된죄명:강제추행미수)
A
피고인
임용규
법무법인 이
담당변호사 P, Q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6, 24. 선고 2010고합1314 판결
2011, 12. 15.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E을 강간한 사실이 없음은 물론 강제추행하거나 강제추행하려 한 사실도 없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량(징역 3년 6월)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1) 강간
피고인은 D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인 연구원으로 피해자 E(여, 29세)의 "3세대 세라믹 관절면과 4세대 세라믹 인공고관절 관절면의 안전성 비교평가" 연구를 사실상 지도하는 지위에 있었고, 피해자는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인 연구원으로 피고인의 추천을 받아 위 연구 수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0. 3. 3. 00:10~00:30경 대학원 생활 및 연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피해자와 술을 마신 후 서울 관악구 F에 있는 피해자의 원룸 앞까지 함께 가서 피해자에게 '차 한잔 달라'고 요구하여 위 원룸에 들어가게 되자, 원룸의 창 밖에서 방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갑자기 피해자를 껴안고 피해자의 상의를 벗긴 다음 원룸에 있는 침대에 피해자를 밀어 눕히고, 피고인의 몸으로 피해자의 몸을 누른 채 팔과 손 등으로 반항을 억압하면서 피해자의 하의를 모두 벗기고 브래지어를 가슴 위로 올려 가슴을 만지면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
2) 강제추행
가) 피고인은 2010. 5. 중순 15:00경 서울 관악구 소재 D대학교 신소재 공동연구소에서 실험을 하기 위해 피해자와 함께 위 연구소 앞 계단을 올라가던 중, 피고인의 손으로 계단을 앞서 오르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0. 5. 29. 20:00~22:00경 D대학교 301동 1402호에서 피해자와 함께 워크스테이션 작업을 하던 중, 피해자가 몸을 숙여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툭 쳐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3) 강제추행미수
피고인은 2010. 5. 말 22:00경 피해자에게 자신의 차량으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며 피해자를 피고인의 모닝 승용차에 태워 당시 피해자가 기주하던 서울 관악구 G역 부근 H 고시원 앞에 도착하자, 위 차량 안에서 피고인의 손으로 피해자의 턱을 잡아끌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뿌리치며 거부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E의 진술 등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E을 강간하고 강제추행하거나 강제추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E의 진술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해 보면 전체적으로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가) E은 강간을 당하였다는 당일 착용한 복장과 관련하여 경찰에서는 '검정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 '피고인과 같이 술을 마신 날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그날 밖에는 없다'면서 그 날짜를 특정함과 아울러 '당시 치마를 입고 있었던 것이 맞다'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이후 위와 같은 검찰에서의 진술은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강간을 당하였다는 당일의 이동경로와 관련하여 경찰 이래 원심 제2회 공판기일까지는 '피고인과 함께 D대학교 301동 건물에 있는 연구실에서 나와 피고인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가다 낙성대 근처에 있는 R이라는 상호의 호프집에 들러 술을 마신 후 피고인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원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는 '위 연구실에서 나와 피고인의 승용차를 타고 먼저 집으로 가 노트북을 집에 가져다 놓은 다음 피고인의 승용차를 타고 R이라는 상호의 호프집으로 가서 술을 마신 후 다시 피고인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함과 아울러 '호프집으로 가기 전 노트북을 집에 두고 가기 위해서 먼저 집에 들렀는데, 이때 입고 있던 바지가 불편하여 술 마시러 가기 전 치마로 갈아 입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E은 위와 같이 원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 '당일 술을 마시러 가기 전 먼저 집에 들렀는지 여부', '그때 바지를 치마로 갈아 입었는지 여부' 등 새로운 사실을 진술 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원심 제4회 공판기일에서 실시된 D대학교 301동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검증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당일 연구실에서 퇴실할 당시 바지를 입고 있었고 노트북을 들고 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CCTV에 찍힌 장면을 보니 '노트북을 어렵게 장만하여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술을 마시러 가는 길에 노트북을 들고 가는 것이 불안하여 노트북을 집에 두기 위해 집에 들렀던 것'과 '집에 들러 바지가 불편하여 치마로 갈아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과 둘이서 술을 마신 날은 하루뿐이고 더구나 당일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기까지 하였다'는 것인데 당일의 이동경로나 착용한 복장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노트북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것인데 피해자는 2010. 8. 30. 검찰에서 진술할 때는 피고인이 노트북을 언급하였음에도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술을 마시러 가기 전 바지가 불편하여 치마로 갈아 있었다'는 것인데 오히려 술자리에서는 바지가 편안한 복장일 것으로 보이는 점(E도 원심의 제4회 공판기일 직후인 2011. 1. 4. 원심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치마를 입었다고 확실히 기억나는 시점은 술을 마시던 시간부터였다. 왜냐하면 호프집에서 피고인이 화장실에 간 사이 다리를 내려다보며 술자리에서 치마를 입은 것이 좀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등을 고려해 보면, E은 원심 제4회 공판기일에서 실시된 D대학교 301동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검증결과 '당일 연구실에서 퇴실할 당시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 증명되자 '강간 피해를 당할 당시 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기존의 진술을 합리화하기 위해 기억에 없는 새로운 사실을 진술하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 E은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강간행위에 걸린 시간이나 자신이 느낀 고통의 정도 등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옷을 벗기고 사정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3분 정도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피고인이 삽입을 할 때 특별히 고통을 느끼지는 못하였고 상처를 입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의사 S의 피고인에 대한 신체감정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의 성기는 선천적으로 음경만곡증(페이로니씨병)이 있어 발기되었을 때 좌측(왼쪽)으로 60°, 배측(아래 쪽)으로 30° 휘어진 상태가 되고, 따라서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할 경우 즉시 상대방의 질 안으로 성기를 삽입하는 것은 쉽지 않고 한손 이상의 보조가 필요하며, 피고인이 강제로 상대방의 성기에 삽입을 시도할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상당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신체적인 특징을 감안해 보면, E이 당시 의식을 잃거나 외포되어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는 이상(E도 '피고인이 강간을 할 때 몸으로 누르는 외에 때리는 등의 폭행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이 E의 주장과 같이 E의 옷을 벗기고 2~3분 내에 간음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E을 강간하였다면 그 성기의 기형 때문에 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잡고 삽입을 시도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E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하면서 그러한 상황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신을 강간하 였다'는 E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다.
그리고 E은 경찰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당할 때 옆 방에 들릴까봐 소리를 지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이 강제로 상대방의 성기에 삽입을 시도할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상당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상당한 통증을 동반한 강간 피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옆 방에 들릴 것을 우려하여 소리를 지르지 않고 참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다) E은 수사기관에서 '2010. 3.경부터 2010. 6.경까지 3개월 동안 피고인으로부터 20회 정도 추행을 당하였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6가지의 추행에 대해 진술하였고 특히 그 중 3가지의 추행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발표를 한 날' 또는 '연구과제의 해결을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날' 등으로 구체적인 범행일시까지 특정하였다. 그런데 범행일시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3가지의 추행 부분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E의 주장과 같은 일시 · 장소에서 E을 추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검사는 6가지의 추행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에서 범행일시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2가지의 추행을 비롯하여 3가지의 추행에 대해 공소를 취소하였다).
(1) 2010. 5. 3.자 추행 부분(원심에서 공소취소된 부분)이 부분과 관련한 E의 진술은 '2010. 5. 3. 14:00경 수업이 끝나 D대학교 301동 1405호 연구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와서 꽃구경을 가자고 해 피고인과 단둘 이 꽃구경을 가게 되었고, 꽃구경을 한 다음 D대학교 학군단 근처에 주차해 둔 피고인의 승용차로 돌아왔다. 피고인이 위 승용차 안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등으로 추행하였 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원심의 D대학교 301동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검증결과에 의하면, 2010. 5. 3. 13:30경부터 17:00경까지 피고인과 E이 함께 위 301동 건물 밖으로 나간 사실이 없다.
(2) 2010. 5. 29.자 추행 부분(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나.항 부분)이 부분과 관련한 E의 진술은 '2010. 5. 29. 20:00경 피고인과 함께 D대학교 301동 1402호에서 워크스테이션 작업을 하다 몸을 숙여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피고인이 손으로 가슴을 툭 치듯이 만지는 등으로 추행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원심의 D대학교 301동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검증결과에 의하면, 2010, 529. 19:30경부터 23:00경까지 위 301동 연구실에는 피고인과 E 외에도 T도 함께 있었다.
(3) 2010. 6. 3.자 추행 부분(원심에서 공소취소된 부분)이 부분과 관련한 E의 진술은 '2010. 6. 3. 16:00경 D대학교 301동 1402호에 있는 피고인의 책상 앞에서 E이 피고인에게 연구주제에 관한 보고를 하고 있을 때 피고인이 짧은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팬티 위로 엉덩이 부분을 약 3초간 쓰다듬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원심의 D대학교 301동에 설치된 CCTV에 대한 검증결과에 의하면, 2010. 6. 3. 15:00경부터 17:00경까지 위 301동 1402호 연구실에 피고인과 E이 함께 있었던 시간은 없었다.
라) E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당한 후 3개월 이상이 경과한 2010. 6. 8.경에야 고소하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파리학회에 피고인과 둘이서만 참석하게 될 상황이 되어 피고인과 파리학회에 가게 되면 다시 강간을 당할 것이 두려워 고민하다 2010. 6. 7. 동료인 에게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사실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하여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위 파리학회에 완성된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은 원래 2010. 6. 8.이었는데, 위 논문 작성에 필요한 '3차원 인공고관절 해석 결과(연구주제에 부합하는 인공고관절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슈퍼컴퓨터를 통하여 논문 작성에 필요한 해를 구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가 늦어지면서 위 기한 내에 논문을 완성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E은 2010. 6. 5.경 위 학회로부터 논문제출 기한을 2010. 6, 30.까지로 연장받았는데, 2010. 6. 7.경 3차원 인공고관절 해석 결과가 E이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나왔고, 다시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더라도 2010. 6. 30.까지 논문작성에 필요한 해를 구하고 논문을 완성하기는 어려웠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따르면, E은 2010. 6. 7. 자신이 의도한 '3차원 인공고관절 해석 결과'를 얻지 못함으로써 2010. 6. 30.까지 파리학회에 제출할 논문을 완성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따라서 파리학회에 참석을 못하거나 참석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E이 2010. 6. 5.경 원래의 논문 제출 기한을 2010. 6. 30.로 연장받은 것은 '2010. 6. 7. 의도한 3차원 인공고관절 해석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간 피해를 당한 후 3개월 이상이 경과한 2010. 6. 8.경에야 고소하게 된 이유나 동기'에 관한 위와 같은 E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거나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2) 2010. 3. 3.자 강간, 2010. 5. 29.자 강제추행을 비롯한 위 각 고소사실에 대한 E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E의 진술 외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E이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함께 고소한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한 E의 진술 역시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I의 진술은 E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에 불과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E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상 I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
4)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 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아울러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판장판사최재형
판사신동훈
판사홍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