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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08. 1. 30. 선고 2007나1810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정재성)

피고, 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시승)

변론종결

2008. 1. 16.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의 1, 2, 갑2호증, 을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71. 2. 3. 국립부산수산대학 수산경영학과에 전임강사로 임용되고 1974. 4. 1. 조교수로 승진 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76. 2. 29. 의원면직되었다.

나. 구 교육공무원법(1977. 12. 31. 법률 제30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1975. 7. 23. 법률 제2774호로 개정되면서 제9조 제3항 을 신설하여 “대학(사범대학·교육대학·초급대학을 포함한다)에 근무하는 교원은 다음과 같이 기간을 정하여 임용한다. 1. 교수 및 부교수 : 6년 내지 10년, 2. 조교수 : 2년 내지 3년, 3 조교 : 1년”, 부칙 제2항에 “이 법 시행당시 대학(사범대학·교육대학·초급대학을 포함한다)에 근무하는 교원은 1976년 2월 말일부로 제9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재임용한다.”라고 각 규정하였는데, 원고를 포함한 소외 1, 2 교수는 당시 국립부산수산대학의 교무과장과 학생과장 등으로부터 “시대상황을 잘 파악하라. 신상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생각해서 현명한 판단을 하라. 재임용심사에서 탈락되지 않으려면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등의 강요에 못 이겨 사직서를 제출하여 의원면직되었다(이하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이라고 한다).

다. 한편,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라고 한다)이 2005. 10. 14. 시행되자, 원고는 2006. 4. 4.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의원면직 형식으로 처리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임용 재심사 청구를 하였고, 위원회는 2006. 6. 30. “재임용심사 당시의 심사기준 및 원고에 대한 심사자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제출한 연구업적물과 당시 같이 근무하였던 교수들의 진술서, 활동경력증명서와 징계와 형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원고는 특별법 제7조 가 정한 학문연구, 학생교육과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재임용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부경대학교총장(당시 국립부산수산대학장)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정당하고 객관적인 사유에 의한 재임용심사를 하였더라면 원고는 재임용에서 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주장

원고는, 국립부산수산대학장이 원고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킬 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겠다는 강요에 못 이겨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이는 실질적으로 재임용 거부처분에 해당하고, 원고가 적법한 재임용 심사를 받았다면 재임용 받을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가 재임용 후에 받을 수 있었던 1976. 3. 1.부터 정년퇴직 예정일인 1999. 8. 31.까지의 임금 상당액의 손해와 원고가 위법, 부당한 재임용 거부처분으로 입은 정신적 손해를 합한 돈 중 2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사직서를 제출하여 의원면직처리된 것이므로 재임용거부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원에 대한 재임용여부는 임용권자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하며,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이 위법, 부당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 당시 이미 손해 및 가해자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 당시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의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국립부산수산대학의 교무과장과 학생과장 등으로부터 “재임용심사에서 탈락되지 않으려면 사직서를 제출하라”며 사직서 제출을 강요 또는 종용받고 실질적으로 사직하려는 내심의 효과의사 없이 재임용대상에서 제외되지 않기 위하여 부득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피고 측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사직서 제출은 비진의표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권고사직을 금하고 있는 구 교육공무원법 제44조 2항 의 정신에 비추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2. 14. 선고 87다카2243 판결 참조).

따라서 사직서 제출을 근거로 한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처분 역시 무효라 할 것이고, 결국 국립부산수산대학장의 원고에 대한 의원면직처분은 그 실질에 있어서는 기간제 대학교원에 대한 임용기간 만료로 인한 재임용 거부처분과 동일하다.

(2) 불법행위 성립 여부

기간제로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공립대학의 조교수는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 대법원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합리적인 재임용 심사 기준에 따라 적법한 재임용 심사를 받았더라면 재임용을 받을 수 있었던 사립학교 교원이 위법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하였다면 그러한 재임용거부처분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3재다262 판결 참고), 이러한 법리는 국·공립대학의 교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갑1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근무기간 동안 3편의 논문을 국립부산수산대학 사회과학 교수 논문집에 게재하고, 한국수산경영학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는 등 연구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1972. 6. 13.부터 1973. 10. 10.까지 학생지도연구소 연구부원으로, 1973. 10. 12.부터 1975. 8. 31.까지 학생지도위원으로, 그 다음날부터 탁구부 지도교수로 활동하는 등 학생교육 및 지도를 성실히 하였으며, 근무기간 동안 징계 등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는 적법한 재임용 심사를 받았더라면 충분히 재임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할 것인데, 국립부산수산대학장이 원고의 연구실적 등 실질적인 재임용 요건에 관하여 아무런 심사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재임용을 거부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3) 소멸시효 완성 여부

(가)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의 발생과 가해자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때를 의미하고,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로 인하여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손해로서 민법 제766조 제1항 을 적용함에 있어서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30285 판결 참조).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법하게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을 하고 그 이후 적법한 재임용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태가 계속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로서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원고가 위법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으로 인하여 발생한 1976. 2. 29.부터 정년퇴직 예정일인 1999. 8. 31.까지의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재임용 거부처분일인 1976. 2. 29. 및 원고의 정년퇴직 예정일인 1999. 8. 31.로부터 3년이 훨씬 경과한 2007. 3. 23.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는, 민법상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 것인데,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 당시의 구 교육공무원법에 재임용에 관련된 아무런 규정이 없고, 대법원도 임용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원의 재임용 여부가 임면권자의 자유재량행위라고 판단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가 헌법재판소가 2003. 12. 18. 구 사립학교법(1999. 8. 31. 법률 제60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3조의2 제3항 전문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그 이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교육공무원법이 2005. 1. 27. 법률 제7353호로 개정됨으로 인하여 비로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 법률 개정 이후부터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63150 판결 참조).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 당시의 구 교육공무원법에 재임용과 관련된 규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기간제로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국·공립대학의 교원은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을 가지는 점, 대법원에서 임용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원의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더라도 재임용 거부처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던 점, 권리의식이나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른 판례의 변경은 법률상 장애사유가 되지 아니하는 점( 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구 교육공무원법에 재임용에 관련된 아무런 규정이 없었고, 대법원이 임용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교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하여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된 2005. 1. 27.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는,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시효중단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는데,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 당시 대법원의 판례나 법률의 미비로 인하여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나,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그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 당시 대법원의 판례나 법률의 미비로 인하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최상열(재판장) 이영욱 이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