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1]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위자료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재산상 손해액의 확정이 가능한데도 위자료의 명목으로 사실상 재산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3]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기가 곤란한 경우, 법원이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1][2]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53865 판결 (공2005상, 1) [1]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59779 판결 (공1995상, 472)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5다213 판결 [2] 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722 판결 (공1985, 23) [3]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6968 판결 (공2004하, 1201)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1880 판결 (공2006하, 1662)
원고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강명훈)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신용장 개설업무를 취급하는 피고는 신용장상의 선적기일이나 유효기간 등에 비추어 개설의뢰인인 원고가 신용장 개설 통지절차의 지연으로 인하여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속하게 위 통지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2000. 11. 28. 이 사건 통지은행으로부터 Test Key 진위 여부를 재확인하라는 전문을 받고서도 2000. 12. 7.까지 별다른 확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2000. 12. 11. 이 사건 통지은행으로부터 다시 Test Key 진위 여부를 확인하라는 전문을 받고서도 2001. 1. 2.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계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러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손해배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신용장 개설 통지절차를 지연함으로써 원고는 신용장 개설을 의뢰할 당시 예상했던 시기에 사무용 의자를 수입하여 판매하지 못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인데, 입증이 곤란하여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므로, 예외적으로 원고에게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된다 할 것이고, 한편 이 사건 신용장 개설 통지절차의 지연 경위, 신용장 개설 수수료의 액수 등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000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하여 계약 당사자가 받은 정신적인 고통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대방이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59779 판결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53865 판결 ,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5다21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재산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입증곤란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할 수는 있다고 할 것이나, 이러한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은 재산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손해 전보를 받을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이를 참작하여 위자료액을 증액함으로써 손해 전보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함부로 그 보완적 기능을 확장하여 재산상 손해액의 확정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편의한 방법으로 위자료의 명목 아래 사실상 재산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것과 같은 일은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722 판결 ,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5386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라 할 것이고, 한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인 수액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므로 (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6968 판결 ,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1880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고의 재산적 손해액의 주장ㆍ입증 및 분류ㆍ확정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이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고, 상대방이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점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ㆍ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피고에게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위자료를 인정하였으니, 원심에는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