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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4. 5. 18. 선고 2003노194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김용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채영수

주문

피고인의 항소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이 사건 시주는 피고인의 순수한 불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 회장인 공소외 2에게 요청하여 그로부터 승낙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고, (그룹명 생략)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인 공소외 3은 그에 따라 단순한 실무자로서 (사찰명 생략) 신도회장인 공소외 4를 통하여 (사찰명 생략)에 10억 원을 시주하게 된 것임에도,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10억 원의 시주를 요구하여 위 돈이 (사찰명 생략)에 전달되었다고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법리오해

(가) 부정한 청탁의 부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인이 공소외 3을 만난 2002. 7. 12. 이전에 이미 공소외 5 주식회사가 추가로 취득한 교환사채 1.79%만 매각된다면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비율이 10% 미만이 되므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시정명령 등의 조치에 관하여 심사할 필요가 없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이고, 공소외 5 주식회사도 위 교환사채가 문제의 발단이었으므로 이를 처분하기로 이사회 결의를 하고 금융감독원에 처분신고까지 마친 상태였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하여 선처를 부탁한 것은 단순히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에 해당하거나 정당한 직무권한 내에서의 호의적인 처리를 부탁한 것에 불과하고, 이를 제3자 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시주금의 뇌물성 여부

이 사건 시주금은 공소외 5 주식회사의 이익잉여금 중에서 법인의 법정기부한도 내에서 기부금의 형식으로 (사찰명 생략) 주지인 공소외 7에게 전달된 것이므로 그 교부 경위와 법적 형식이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따라서 이를 수수경위에 있어서 통상 은밀성이 요구되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은 순수한 불심에서 공소외 2에게 시주를 권유하였을 뿐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득한 생각은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시주금이 뇌물이라는 점에 대하여 고의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검사

(1) 자수에 관한 법리오해

피고인은 ① 스스로 검찰에 자진출석의사를 밝히고 출석한 것이 아니라 검찰의 출석요구를 받고서야 비로소 검찰에 출석하였고, ② 검찰조사에서도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지 아니하여 검사가 관련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하게 되었으며, ③ 그 이후에 다시 진술을 번복하여, 이 사건 시주는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조사가 문제되기 전인 2002. 3. 14. 피고인의 요청을 받은 공소외 2의 승낙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인 공소외 3은 공소외 2의 지시를 받고 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범죄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므로 형법 제52조 소정의 자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양형부당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시주를 부탁하였다가 거절당하게 되자 피고인의 주도하에 시작된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하여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인 공소외 3을 불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결과를 암시하고 이를 눈치챈 공소외 3으로부터 선처를 요구받으면서 자신이 신도로 있는 (사찰명 생략)에 10억 원이라는 거액의 시주를 요구한 다음, 위 사찰의 신도회장인 공소외 4를 통하여 그 이행을 재촉하여 시주하게 하는 등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위상과 신뢰에 큰 흠을 남긴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기반성과 속죄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시주는 법률상 정당한 것이고 불교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죄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공직윤리에 대한 깊은 도덕적 이해를 보이고 있는 점, 대기업 정책을 수행하는 공정거래위원장임에도 기업에 대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요구하고 이를 통하여 정경유착을 확고히 함으로써 대기업 규제 등을 통한 균형잡힌 시장경제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중요 국가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저해하고 사회적 물의와 병폐를 일으키게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1) 사실오인

검사 작성의 공소외 3, 공소외 2, 공소외 8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원심 제2회 공판조서 중 공소외 3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공소외 1 주식회사 회장인 공소외 2는 검찰에서 ‘2002. 3. 14.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안면이 있는 피고인의 요청으로 역삼동 소재 일식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피고인으로부터 (사찰명 생략) 주지인 공소외 7이 용인에 연로한 스님을 위한 불사를 건립하는 데 10억 원이 소요되므로 (그룹명 생략)그룹에서 위 돈을 시주금으로 지원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대기업이 특정 사찰에 기부할 경우 다른 사찰이나 다른 종교단체들에게도 돈을 기부하여야 하는 애로점을 표명하면서 시주요청을 거절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위 공소외 3은 검찰과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자신은 2002. 7. 12. 피고인으로부터 시주 요청을 받고 (그룹명 생략)그룹 회장인 공소외 8에게 보고하였더니 공소외 8이 특정사찰에서 돈을 기부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크다는 말을 하므로 다시 피고인을 만나 (사찰명 생략)에 직접 시주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위 돈을 피고인에게 직접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공소외 8도 검찰에서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통상적으로 대기업이 특정 종교단체에게 기부하는 사례는 형평성의 문제로 상당히 이례적이고 공소외 2도 이러한 점을 들어 피고인의 시주 요구를 거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2가 이 사건 시주를 승낙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시주를 요구하여 이 사건 시주가 이루어졌다고 사실인정을 하였음에는 아무런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법리오해

(가) 부정한 청탁 여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이란 위법한 경우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엿볼 수 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다음부터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2조 의 규정에 의하면, 일정한 기업이 주권상장법인이나 협회등록법인의 주식 15%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정거래위원회(다음부터 ’공정위‘라고 한다)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누구든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공정거래법 제7조 의 규정에 비추어, 15% 미만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다른 주주들의 주식분포 상황에 비추어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을 좌우하게 되거나 우호지분의 획득, 임원선임에 대한 관여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경쟁제한 행위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정위로서는 직권으로 기업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심사에 착수하거나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15% 미만의 주식취득의 경우에 공정위가 기업결합 여부에 대하여 심사에 착수하는 사례는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본건에서는 공정위가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하여 기업결합심사에 착수하여 전원회의에 상정하기로 하는 등 그 심사에 박차를 가하여 왔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 취득을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기업결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정하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공소외 5 주식회사가 취득한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 전부 또는 일부의 처분명령 등이 발해지는 경우 공소외 5 주식회사로서는 대량의 주식을 단기간에 처분하여야 하는 관계로 막대한 경제적, 경영상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공소외 5 주식회사 측에서는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 취득이 공소외 6 주식회사에 대한 지배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거나 그 지분을 낮추는 등으로 지배가능성을 불식시킬 만한 실질적인 조치를 통하여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공소외 5 주식회사가 공정거래법상 신고대상이 아닌 15% 미만의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을 취득하였음에도 언론 등에서 통신시장의 독점을 우려하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고 공정위에서도 예외적으로 직권으로 기업결합심사를 착수하여 진행하는 등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으므로, 공소외 5 주식회사 측에서는 공정위의 기업결함심사를 중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추가 취득한 교환사채 1.79%를 처분하는 것만으로 족한지, 취득한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의 상당수를 처분하여 기업결합심사의 기초가 되는 공소외 6 주식회사의 최대주주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아니면 매입한 모든 주식을 처분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이 용이하지 않았고, 만일 기업결함심사가 계속될 경우 시정조치로 어떠한 명령이 내려질지 등에 관하여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02. 7. 12. 공소외 3을 사무실로 불러 교환사채의 처분을 권유하면서 그 기회에 이 사건 시주를 요청하였고, 공소외 3은 공소외 5 주식회사가 경영권 방어의 목적으로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되었다는 경위를 설명하면서 교환사채를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다음, 이 사건 시주는 윗분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공정위의 선처를 부탁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공정위가 교환사채를 매각하면 더 이상 기업결합심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놓았고, 공소외 5 주식회사도 교환사채를 매각할 계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공소외 6 주식회사 주식 취득에 관하여 공정위의 처리방향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공정위의 잠정적 결론을 알지 못하고 향후 사태의 추이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공소외 3으로서는 피고인의 교환사채 매각 권유를 듣고 이 사건 시주에 응해 주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시주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업결합심사에 대하여 선처를 부탁한 것이므로, 이를 단순히 의례적인 인사이거나 정당한 직무권한 내에서의 호의적인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공소외 5 주식회사가 교환사채를 처분하면 기업결합심사를 전원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보류하고 실질적 경쟁제한 행위가 있는지에 관하여 감시를 계속하기로 하는 조치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도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원장의 자격으로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공정위가 선택할 수 있는 조치에는 일정범위 내에서 재량의 여지가 있었고 공소외 3이 그 중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보다 유리하도록 재량권을 행사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면, 이는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제3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에는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시주금의 뇌물성 여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을 받은 제3자는 공무원과 일정한 이해관계에 있음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자선단체 또는 종교단체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법률이 정하는 적법한 방법으로 제3자에게 뇌물이 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뇌물의 제공과 공무원의 직무와 상당한 관련성이 인정되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5 주식회사가 이 사건 시주금을 (사찰명 생략)에 제공하게 된 것은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3을 불러 교환사채를 매각하라고 권유하면서 (사찰명 생략)가 건립하는 불사에 필요한 자금을 시주할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비롯된 점, 피고인이 공정위의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라는 당면한 현안이 없었다면 (그룹명 생략)그룹의 실제 소유자도 아니고 구조조정본부장에 불과한 공소외 3에게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사찰명 생략)라는 특정의 종교단체에 기부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용이하지 않았고 공소외 3으로서도 위와 같은 현안이 없었다면 피고인의 요청에 쉽게 응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대기업이 특정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행위는 다른 종교단체와의 형평성 등이 문제되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기업결합심사 이외에는 이 사건 시주 요구에 응할 만한 별다른 동기나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 점, 공소외 3이나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장인 공소외 2가 불교신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공소외 2가 학교 동창관계라는 점 이외에는 피고인, 공소외 2, 공소외 3이 평소 업무 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관계라는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한 점, 그리고 이 사건 기부금의 액수도 10억 원이라는 거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주는 피고인이 담당하는 공정위의 기업결함심사 업무와 관련되어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고, 뇌물을 제공받은 (사찰명 생략)가 종교단체이거나 시주금이 세법상 적법한 방법으로 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제3자뇌물수수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순수한 불심에서 이 사건 시주를 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직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이상 제3자에 대한 뇌물 공여에 관하여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1) 자수 여부

형법 제52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자수란 범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그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범행이 발각된 후에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한 경우도 포함하며, 일단 자수가 성립한 이상 자수의 효력은 확정적으로 발생하고 그 후에 범인이 번복하여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한다고 하여 일단 발생한 자수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1999. 7. 9. 선고 99도1695 판결 , 2001. 5. 15. 선고 2001도410 판결 등 참조). 또한 범인이 자기의 범행으로서 범죄성립요건을 갖춘 객관적 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관서에 신고하여 그 처분에 맡기는 것으로 족하고, 더 나아가 법적으로 그 요건을 완전히 갖춘 범죄행위라고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1017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심 제1회 공판조서 및 당심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각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검사 작성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검사의 항소이유서에 첨부된 각 신문기사의 기재, 수사기록에 편철된 자수서의 기재(수사기록 555쪽)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이전인 2002. 4. 11.경 피고인이 SK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미화 2만 불을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언론에서 보도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언론보도에 따라 기자들의 취재경쟁으로 직장인 법무법인에서 사직하고 출근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2002. 4. 17. 검찰의 연락을 받고 미화 수수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출석한 사실, 검찰조사과정에서 공소외 9의 진술 등으로 미화수수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피고인은 이 사건 시주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판단하여 ‘ (사찰명 생략) 시주와 관련된 사건에 대하여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그로 인하여 자진하여 조사를 받고자 자수하였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하였고, 위 피의사실에 대하여 대부분 시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여 자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검찰의 소환으로 출석하기는 하였으나 위와 같은 취지의 자수서를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이 사건 시주와 관련하여 그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고 만일 그 행위가 범죄가 되는 경우에는 그 소추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때에 이미 자수로서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이후 법정에서 이 사건 시주를 하게 한 행위가 법률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다투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된 자수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2) 양형부당 여부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공정위의 위원장으로서 고도의 공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음에도 사기업의 경제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결합심사라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공직자로서의 직분과 윤리를 망각하고 사기업으로 하여금 특정 종교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게 함으로써 국가의 고위 공직자로서의 청렴성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점, 이로 인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저해하고 기업활동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등 사회적 물의와 병폐를 일으키게 된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그와 상응하는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불교신자로서 (사찰명 생략) 측의 불사를 돕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사적으로 이익을 취득하지 아니한 점, 공소외 5 주식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하여 특별히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처리하지 아니한 점, 그 이외에 피고인이 30여 년 공직에 봉사하면서 공정거래 분야 등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여 왔고, 달리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검사가 지적하는 위와 같은 불리한 정상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선고한 형은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우근(재판장) 이윤식 김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