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공갈미수][집37(1)형,529;공1989.4.15.(846),555]
민사소송의 제기나 그 소송의 유지가 공갈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
처분권주의, 변론주의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민사소송에 있어 부당한 제소나 그 소송의 유지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이에 응소하여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소의 취하는 상대방이 이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토지매도인이 그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매수인을 상대로 하여 당해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위 대금을 변제받지 못하면 위 소송을 취하하지 아니하고 예고등기도 말소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알렸다고 하여 이를 지목하여 공갈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
피고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그 거시한 증거를 종합하여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1980.8.11. 순천시 가곡동 422의 1 대487평외 3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의 소유자로서 그 지상에 순천경찰서 신청사를 건축하려는 공소외 강 창우, 조 삼영에게 공소외 우 정욱으로부터 건축자금 1억원을 빌려다 주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였다가 위 강 창우등이 차용금을 변제기한까지 갚지 아니하자 그 본등기까지 마친 다음 1981.6.27. 공소외 이 종완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고서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었고, 그후 위 이 종완은 순천경찰서와 청사신축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공사를 시행하다가 자금이 부족하여 같은 해 9.30.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의 미완성건물(신청사)등을 피해자 임 병종에게 매도하게 되었는데, 이 무렵 피고인 및 위 임 병종은, 위 이 종완의 피고인에 대한 매매대금 2억 5천만원의 채무를 위 임 병종이 인수하되 그 변제시기는 위 경찰서신청사 완공 후 그 대가로 그와 교환하여 위 경찰서구청사를 취득한 후로 정하고, 위 신 구청사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일응 1982.3.10. 전후로 예상하고서 위 임 병종이 피고인에게 액면금 9천5백만원 지급기일 1982.3.11.로 된 약속어음 1장을, 위 우 정욱에게 액면금 1억 5천만원, 지급기일 1982.3.10.로 된 약속어음 1장을 각 발행 교부하고 (금 5백만원은 그간 소요된 제비용으로 공제하기로 하였다), 그 대신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제3자의 권리행사로 인하여 피해가 있는 경우 그 책임을 지고 이를 보상하여 주기로 약정하였고, 그후에 피고인은 1982.3.8. 위 임 병종이 대표이사로 있는 공신상호신용금고로부터 금 2천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위 약속어음(액면 금 9천5백만원짜리)의 지급기일을 같은 해 8.8로 연기하여 주었는데, 위 경찰서 신청사건축이 거의 완공단계에 이르렀을 무렵인 같은 해 3.17. 이 사건 토지의 전소유자들인 위 강 창우등이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위 임 병종을 상대로 그에 이르기까지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토지의 등기부상에 예고등기가 경료되자, 가등기 및 예고등기등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권리행사에 침해를 줄 우려가 있는 등기가 되어 있을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위 경찰서신ㆍ구청사의 교환승인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고 그 교환이 지연되면 위 공사에 약 16억원을 투자한 위 임 병종으로서는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될 급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 하는 수 없이 위 강 창우등에게 금 3억 8천만원 가량을 지급하면서 위 민사소송을 취하하여 달라고 하여 그 합의가 진행중, 피고인은 (가) 1982.4.19. 위 임 병종 및 이 종완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위 액면금 9천5백만원짜리의 약속어음을 그 지급기일인 같은 해 3.11.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 거절되었으니 이 사건 토지의 매매계약은 무효이고 위 임 병종등 앞으로 경료된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로서 말소되어야 한다는 청구원인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 소송을 제기하여 두고서 위 임 병종에게 직접 또는 전화 및 내용증명우편등의 방법으로 수차례에 걸쳐서 피고인에게 갚을 돈 7천 5백만원(위 대출받은 금2천만원을 제외한 금액이다)및 위 우 정욱에게 갚을 돈 1억 5천만원 중 5천만원을 피고인에게 빨리 변제하여 주지 않으면 위 소송을 취하하지 아니하고, 예고등기를 풀어 주지 않겠다는 취지를 알림으로써 위 임 병종에게 그의 재산 또는 신용등에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외포시켜 동인으로부터 같은 해 5.10. 현금 5백만원, 액면금 1천만원의 은행도 약속어음 1장과 액면 금 6천만원 및 5천만원으로 된약속어음 각 1장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고, (나) 다시 같은 해 5.21. 위 순천지원에 위 임 병종 및 이 종완등을 상대로 하여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위 이 종완으로부터 받은 액면금 1천만원짜리 약속어음이 부도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내용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고서 위 임 병종에게 전화로 위 금 1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그소송을 취하하지 아니하겠다고 말하면서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동인을 외포시켜 위 금원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위 임 병종이 이에 불응하여서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의 사실을 정당한 것으로 유지하면서 피고인이 비록 위 임 병종에 대하여 장차 위 약속어음금 9천5백만원중 이미 대출받은 돈을 공제한 나머지 금 7천 5백만원을 지급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첫째, 피고인은 위 임 병종과의 사이에 위에서 본 대금지급시기를 정함에 있어 당초 위 이 종완과 약정한 바와 같이 경찰서 신ㆍ구청사의 교환이 끝난뒤 구청사를 매각 처분하여 그 대금을 지급 받기로 하되 그 시기를 일응 위 매각 처분등의 제반절차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1982.3.11. 경으로 정한 다음 약속어음의 지급기일도 그 날짜에 맞추어 기재받았을뿐 위에서 본 신ㆍ구청사의 교환이나 매각절차의 진행에 관계없이 확정적으로 위 어음의 지급일자에 대금을 지급받기로한 것이 아니며, 더우기 같은 해 3.8. 위 어음을 담보로 금 2천만원을 대출받으면서 동 어음금의 지급기일을 같은 해 8.8.로 연기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위 금원의 지급시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점, 둘째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나 예고등기 등의 이른바 침해등기가 이루어질 경우 위 임 병종으로서는 경찰서 신ㆍ구청사의 교환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위 강 창우 등에 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 청구소송이 제기되고 이로 인하여 예고등기가 경료되자 피고인으로서도 위 임 병종에게 작성교부한 각서내용에 따라 책임을 져야만 될 염려가 있으므로 위 임 병종에 대하여 별도의 채권확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 셋째 피고인이 위 임 병종을 상대로 제기한 소의 내용이 단순히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고등기가 수반되는 말소등기청구소송의 방법을 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송의 의도를 위 임 병종에게 수차에 걸쳐 고지하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위 임 병종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은 피고인의 위 임 병종에 대한 채권이 상계 등에 의하여 소멸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권리의 행사를 빙자하여 위 임 병종을 위협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할 것인즉 피고인에 대하여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이 그 증거에 의하여 확정한 위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다음 그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못한 처지에 있어서, 위 임 병종으로부터 교부받은 지급기일이 도과된 약속어음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피고인이 임 병종으로부터 교부받은 현금과 어음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2억 5,000만원의 범위내이며, 더구나 원소유자인 위 강 창우 등과 임 병종 사이의 소송 등으로 인하여 장차에 있어서도 그 수령이 더욱 어렵게 되어진 사정에 놓이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일응 민사소송에 의한 그 권리행사의 방법으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기청구 또는 매매대금청구의 필요성을 느껴 판시와 같이 소송을 제기, 진행시켰음이 인정되고, 처분권주의, 변론주의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민사소송에 있어서 소제기의 당부나 소의 취하로 인한 종결 등은 당사자의 변론의 대상이 되며 또한 당사자의 처분에 맡겨지는 것이므로 부당한 제소나 그 소송의 유지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이에 응소하여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소의 취하는 피고에 있어서 이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심의 판시와 같은 소제기와 소취하 불이행의 의사표시를 지목하여 공갈행위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라면, 피고인의 판시와 같은 권리행사가 그 수단, 방법에 있어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어, 공갈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은 위와 같이 부당한 소송을 제기하여 두고서 위 임 병종에게 그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소송을 취하하지 아니하고 예고등기를 남겨둘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이면서 금원의 지급을 요구하였음은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을 외포케 한 경우로서 공갈죄 및 공갈미수죄가 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공갈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인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