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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10. 30. 선고 2002헌마275 판례집 [통고처분취소]

[판례집15권 2집 175~18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에 불복하여 재판을 청구한 후에 그 통고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통고처분제도의 근거조항인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의 위헌 여부(소극)

결정요지

1.통고처분의 상대방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여 즉결심판, 나아가 정식재판의 절차로 진행되었다면 당초의 통고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할 것이므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통고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2.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은 처분을 받은 당사자의 임의의 승복을 발2효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행정공무원에 의하여 발하여 지는 것이지만, 통고처분에 따르지 않고자 하는 당사자에게는 정식재판의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통고처분 제도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절차에 수반되는 심리적 불안, 시간과 비용의 소모,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의 여러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범칙금 납부로써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신속·간편하게 종결할 수 있게 하여주며,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행정공무원에 의한 전문적이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하고, 검찰 및 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 준다. 또한 통고처분제도는 형벌의 비범죄화 정신에 접근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통고처분 제도의 근거규정인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이 적법절차원칙이나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도로교통법 제117조(통칙) ①, ② 생략

③이 장에서 “범칙금”이라 함은 범칙자가 제118조의 규정에 의한 통고처분에 의하여 국고에 납부하여야 할 금전을 말하며, 그 범칙금의 액수는 범칙행위의 종류·지역·차종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도로교통법 제118조(통고처분) 경찰서장은 범칙자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이유를 명시한 범칙금납부통고서로 범칙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성명 또는 주소가 확실하지 아니한 사람

2. 달아날 염려가 있는 사람

3.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기를 거부한 사람

참조조문

도로교통법 제117조(통칙) ① 이 장에서 “범칙행위”라 함은 제113조 각호 또는 제114조 각호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말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생략

③ 이 장에서 “범칙금”이라 함은 범칙자가 제118조의 규정에 의한 통고처분에 의하여 국고에 납부하여야 할 금전을 말하며, 그 범칙금의 액수는 범칙행위의 종류·지역·차종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도로교통법 제119조(범칙금의 납부) ①, ② 생략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

도로교통법 제120조(통고처분불이행자등의 처리) ① 경찰서장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지체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즉결심판이 청구되기 전까지 통고받은 범칙금액에 그 100분의 50을 더한 금액을 납부한 사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118조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

2. 제11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납부기간내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사람

②, ③ 생략

참조판례

2. 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당사자

청 구 인 임○환

대리인 변호사 박계덕

주문

1.서울 남부경찰서장의 청구인에 대한 2002. 4. 4.자 통고처분 및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후단에 관한 부분은 이를 각하한다.

2.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에 관한 부분은 이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2002. 3. 23. 경부고속도로에서 진출로를 불과 20여미터 남겨둔 상태에서 진행방향의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있어 갓길을 통행하여 진출로로 빠져나갔다가, 민간인이 찍은 사진을 근거로 갓길통행을 하였다는 이유로 서울 남부경찰서장으로부터 같은 해 4. 4. 범칙금 6만원을 납부하라는 통고처분을 받자, 이에 불응, 즉결심판을 거쳐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2)청구인은, 민간인 신고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통고처분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위 통고처분 및 그 근거법률인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제118조, 제119조, 제120조의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2002. 4. 24.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제118조 내지 제120조 전체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제117조 제3항 중 아래 청구이유(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반)와 관련되는 것은 그 후단부분, 즉 “그 범칙금의 액수는 범칙행위의 종류·지역·차종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부분에 국한되므로 심판대상을 여기에 한정함이 상당하다.

한편, 청구인은 통고처분 제도 자체의 위헌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법률로써 도로교통법 제118조 내지 제120조를 지목하고 있는바, 이 중에서 통고처분 제도 자체의 원천적 근거조항은 제118조 본문이고, 나머지 조항들은 각기 제118조 본문의 존립을 전제로 한 규정들인 데다가 청구인은 이들 나머지 조항들에 고유한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통고처분 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가 주된 쟁점인 이 사건에서는 제118조 본문만을 심판대상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서울남부경찰서장의 청구인에 대한 2002. 4. 4.자 갓길통행금지 위반을 이유로 한 통고처분 및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후단, 제118조 본문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17조(통칙)①이 장에서 “범칙행위”라 함은 제113조 각호 또는 제114조 각호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말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이 장에서 “범칙자”라 함은 범칙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말한다.

1.범칙행위 당시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지 못한 자동차등의 운전자

2.범칙행위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 다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중과실치상죄 또는 이 법 제108조의 죄에 대한 벌을 받지 아니하게 된 사람은 제외한다.

3.제80조의 규정에 의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

③이 장에서 “범칙금”이라 함은 범칙자가 제118조의 규정에 의한 통고처분에 의하여 국고에 납부하여야 할 금전을 말하며, 그 범칙금의 액수는 범칙행위의 종류·지역·차종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18조(통고처분) 경찰서장은 범칙자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이유를 명시한 범칙금납부통고서로 범칙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할 수 있다.

이하 생략.

제119조(범칙금의 납부)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

제120조(통고처분불이행자 등의 처리) ① 경찰서장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하 생략.

2. 청구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도로교통법상의 직권남용금지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민간인이 보상금을 받기 위하여 찍은 사진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통고처분은 경찰청 예규에 근거한 것일 뿐 법률상의 근거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므로 법치국가 원리에 위반되고, 단속공무원에 의한 통고처분의 경우에 비할 때 현장성이 확보되지 않으며, 피의자의 의견진술권이 보장되지 않고, 정당한 사유나 부득

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단속이 이루어지게 되는 등 불리한 차별을 가하게 되므로 평등권도 침해한다.

(2)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 제도는 비록 법률상으로는 임의의 승복을 그 발효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통고처분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사실상의 불이익을 입게되어 부득이 통고처분에 응하게 되므로 사실상 강제력을 수반한다 할 것이고, 그 결과 경찰서장이 실질적으로 형사처벌을 결정하는 것이 되어 국민의 재판청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권력분립원칙,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

설사 일반적인 통고처분 제도가 위헌이 아니라 하더라도 민간인이 찍은 사진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통고처분 제도는 적법절차원칙 등에 어긋난다.

(3)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은 범칙금의 액수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벌금에 상응하는 처벌의 종류와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나. 경찰청장의 의견

(1) 민간인의 교통범칙행위 신고는 일반적인 범죄신고와 동일하게 형사소송법 제234조의 고발권에 기인하는 것이고, 민간인 신고에 의한 통고처분 또한 도로교통법 제118조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법치국가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

(2) 민간인의 사진신고에 의한 통고처분의 경우에도 경찰관에 의한 현장단속과 비교하여 의견진술의 시기와 방법만 다를 뿐 경찰서에 출석하여 충분히 의견진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통고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의 즉결심판 또는 정식재판에 회부되어 그 절차에서 통고처분의 위법 또는 부당함을 다툴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으므로 통고처분 제도가 적법절차원칙 등의 헌법에 위반되는 점이 없다.

(3)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3. 적법요건의 판단

가. 통고처분에 대한 청구부분

헌법소원제도는 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구제해 주는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야 비로소 제기할 수 있다.

뒤에서 보는바와 같이, 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행

위에 대하여 행정기관인 경찰서장의 처분으로 10만원 이하의 금전을 범칙금이라는 이름 하에 부과한 다음, 범칙자가 이에 승복하여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절차에 의한 처벌을 면하도록 하고, 그렇지 아니하고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즉결심판 또는 정식재판이라는 재판절차를 거쳐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결심판이나 정식재판의 절차는 통고처분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그 적법 여부 또는 당부를 심사하여 통고처분을 취소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도로교통법 제113조, 제114조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재판절차일 뿐이므로, 통고처분의 상대방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여 즉결심판, 나아가 정식재판의 절차로 진행되었다면 당초의 통고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할 것이다.

청구인은 서울 남부경찰서장의 통고처분을 받고서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동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하였으며, 청구인은 즉결심판에 불복하여 다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그렇다면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통고처분은 효력을 상실하였다 할 것이고, 이미 효력을 상실한 통고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후단에 대한 청구부분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후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6. 3. 28. 93헌마198 , 판례집 8-1, 241, 250; 헌재 2003. 7. 24. 2003헌마97 , 공보 83, 730, 732 등 참조).

청구인은 서울 남부경찰서장으로부터 통고처분을 받았을 때인 2002. 4. 4.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발생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에 대하여는 그로부터 90일 이내인 같은 달 24.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준수하였으나,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후단에 대하여는 90일이 지난 같은 해 8. 29.에야 비로소 청구취지 추가의 형식으로 새로운 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다(헌재 1998. 5. 28. 96헌마151 , 판례집 10-1, 695, 703).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후단에 대한 청구부분은 부적법하다.

4. 본안의 판단

가. 도로교통법상 통고처분 제도의 개요

(1) 도로교통법 제113조, 제114조는 비교적 경미한 각종의 법 위반행위를 각 호에 열거하고서 그에 대하여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의 형으로 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동법 제117조는 제113조, 제114조에 규정된 각 호의 죄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범칙행위’라 하고, 범칙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범칙행위 당시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지 못한 운전자, 범칙행위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범칙자”라 하고서, 경찰서장은 범칙자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그 이유를 명시한 범칙금납부통고서로 범칙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18조 본문). 다만, 성명 또는 주소가 확실하지 아니한 사람, 달아날 염려가 있는 사람,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기를 거부한 사람에 대하여는 그러한 통고처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제118조 단서). 범칙행위의 구체적인 범위와 범칙금의 액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제117조 제1항·제3항 후단), 도로교통법시행령 제73조는 10만원을 상한으로 하여 각 범칙행위별, 차량종류별로 범칙금액을 정하여놓고 있다.

교통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은 사람은 10일 이내에, 또는 100분의 20의 가산금을 더하여 20일 이내에 범칙금을 납부하여야 하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제119조 제3항).

통고처분을 받고서도 20일 이내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는 경찰서장은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제120조 제1항 본문). 다만, 20일이 지난 후 즉결심판이 청구되기 전까지 100분의 50의 가산금을 더하여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에 대하여는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으며, 즉결심판 청구 후에도 그 선고 전까지 위 가산금을 더한 범칙금을 납부한 때에는 즉결심판의 청구를 취소하여야 한다(제120조 제1항 단서, 제2항). 100분의 50의 가산금을 더한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 또한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제120조 제3항).

즉결심판절차에서 판사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으며(즉결심판절차법 제2조), 이에 불복하는 피고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동법 제14조).

(2) 이상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행정기관인 경찰서장의 처분으로 10만원 이하의 금전을

범칙금이라는 이름 하에 부과한 다음, 범칙자가 이에 승복하여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절차에 의한 처벌을 면하도록 하고,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즉결심판 또는 정식재판이라는 재판절차를 거쳐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나.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의 위헌 여부

(1) 헌법재판소는 관세법상의 통고처분을 행정쟁송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관세법 제38조 제3항 제2호의 위헌 여부가 문제되었던 사건에서, 동법상의 통고처분은 법관이 아닌 행정공무원에 의한 것이지만 처분을 받은 당사자의 임의의 승복을 발효요건으로 하고 있고, 불승복시 정식재판의 절차가 보장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다(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 제도가 관세법상의 통고처분 제도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나 그 기본골격에 있어서는 대체로 유사하므로, 위 결정의 판단내용 중 이 사건 위헌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원용하면서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의 위헌 여부를 살펴본다.

(2) 헌법은 통고처분이나 통고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통고처분을 인정할 것인지 또는 통고처분에 대하여 어떤 형식과 불복제도를 둘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입법자가 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3) 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은 처분을 받은 당사자의 임의의 승복을 발효요건으로 하고 있다.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재판절차로 이행되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당사자로서는 본의 아니게 통고처분에 승복하여 범칙금을 납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통고처분은 당사자가 이에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강제집행에 의하여 실현되지 않으며, 불이행 사실 그 자체에 대하여 법적 불이익을 가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심리적 제약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으로 통고처분이 임의적 제도가 아니라거나, 당사자의 권리구제 수단 행사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4) 통고처분은 행정공무원에 의하여 발하여 지는 것이지만, 통고처분에 따르지 않는 당사자에게는 정식재판의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통고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비록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적극적·능동적으로 다툴 수는 없지만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음으로써 즉결심판절차, 나아가 정식 형사재판절차로 이행되게 하여, 여기에서 재판절차에 따라 법관에 의한 판

단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고처분이 행정기관에 의한 형벌권 행사를 인정하는 것이라거나, 형사재판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 도로교통법상의 통고처분 제도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절차에 수반되는 심리적 불안, 시간과 비용의 소모,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의 여러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범칙금 납부로써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신속·간편하게 종결할 수 있게 한다. 통고처분에 의하여 부과되는 범칙금은 재정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벌금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명예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 없는 등 형사처벌로서의 진지성의 면에서 벌금과는 다른 제재이다.

아울러 통고처분 제도는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행정공무원에 의한 전문적이고 신속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하고, 검찰 및 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 준다.

이러한 점에서 통고처분 제도는 교통법규위반자를 모두 형사 처벌하는 경우에 생기는 인권침해문제와 이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전과자가 되는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인 형벌의 비범죄화 정신에 접근하는 제도라 할 것이다. 범죄행위와 비범죄행위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입법자의 몫일 수밖에 없는바, 비록 ‘범칙행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도로교통법 위반행위들을 체계적으로 완전히 비범죄화한 것은 아니지만, 도로교통법 제118조 등의 관련 조항을 통하여 입법자는 당사자의 승복을 조건으로 절차와 효과를 범죄행위와 달리하는 범칙금 통고처분 제도를 구성함으로써 간접적·제한적이나마 비범죄화를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6) 한편, 청구인은 설사 일반적인 통고처분 제도가 위헌이 아니라 하더라도 민간인이 찍은 사진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통고처분 제도만큼은 현장성 확보나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상 미흡한 문제가 있어 적법절차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설사 그러한 문제점들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즉결심판절차나 정식재판절차를 통하여 법원이 도로교통법위반죄를 인정할 것인지를 심리함에 있어 사실인정과 법률해석을 통하여 충분히 고려되고, 해소될 수 있는 사항들이므로,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7) 결론적으로 통고처분의 이행 여부가 당사자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점, 승복하지 않는 당사자에게 법관에 의한 정식재판을 받을 기회가 보장되어 있는 점, 비범죄화 정신에 근접한 통고처분의 제도적 의의 등을 종합할 때, 통고처분 제도의 근거규정인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이 적법절차원칙이나 사법

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5.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서울 남부경찰서장의 청구인에 대한 2002. 4. 4.자 갓길통행금지 위반을 이유로 한 통고처분 및 도로교통법 제117조 제3항 후단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도로교통법 제118조 본문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