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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지법 1996. 1. 25. 선고 95노7401 판결 : 상고기각

[사기미수 ][하집1996-1, 552]

판시사항

신용카드를 복제하여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 등을 받을 목적으로 신용카드 소지자들을 기망하여 신용정보를 입수한 행위가 사기미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를 발생케 하고 그 착오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 기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재물을 취득하거나 재산상의 불법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요하는바, 피고인들이 신용카드 소지자들을 기망하여 신용정보를 입수한 행위는 그 신용정보 등이 사기죄의 객체인 재물이나 재산적 이익이라고는 할 수 없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신용정보를 입수하여 가짜 신용카드를 복제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 등을 받는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그와 같은 행위로 그 신용카드 소지자들이 이에 대한 어떠한 재물의 교부나 재산적 처분행위를 한다고는 보여지지 않으므로, 결국 피고인의 그 신용정보를 입수한 행위는 더 나아가 신용카드를 복제하고 마치 복제된 신용카드가 정상적인 카드인 양 물품판매업자 등을 기망하여 구체적인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를 받은 등의 행위에 나아가지 않는 이상, 사기죄의 예비행위에는 해당할지언정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만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피고인 및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첫째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신용카드에 의한 사채회사를 만들려고 하는데 신용카드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여 그가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신용카드의 번호, 유효기간 등을 알아본 사실이 있을 뿐 신용카드를 복제하여 그 카드소지자 명의로 물품구입 등을 하려는 범의가 전혀 없었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그 판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데 있고, 둘째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는 사기죄의 예비에 해당할지언정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는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은 사기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으며, 셋째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데 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의류제조업에 종사하던 자인바, 1994. 12.말경 홍콩 심사추시 소재 한양원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에서 공소외 1과 신용카드의 자기기록(마그네틱 스트라이프) 트랙 중 트랙 2정보에 수록되어 있는 암호체계를 판독할 수 있는 카드리드라이트 기계와 위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타인의 신용카드로부터 입력된 각종 정보를 빼내 동일자료가 입력된 가짜 신용카드를 복제한 다음 그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물품구입, 현금서비스 등을 받기로 공모한 후, 1995. 7. 20.경 서울 남산 주변의 퍼시픽호텔에서 위 공소외 1로부터 위 암호판독용 카드리드기계와 암호해독용 컴퓨터 등을 전달받으며 타인의 신용카드에 입력된 자기기록을 수집하여 오라는 지시를 받고, 같은 달 15. 20:00경 서울 성산대교 한강시민공원에서 공소외 정호석을 만나 동인에게 신용카드회사로부터 용역을 받아 신용카드소지자에게 사은품을 나누어 주면서 카드활성화에 관한 홍보활동을 하고자 하니 이에 필요한 차량, 인쇄물, 선물, 아르바이트생 등을 준비하여 달라고 부탁하여 준비를 마친 다음, 같은 달 25. 14:00경부터 17:00경까지 고양시 마두동 이마트 앞 노상에서 위 정호석이 준비한 경기 5허3553호 봉고차 내에 위 카드리드라이트 기계와 컴퓨터를 설치하고, 위 정호석과 아르바이트생 구명희, 전시화 등에게 "마스터카드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신용카드 홍보반" 등으로 기재된 어깨띠를 두르고, 그 곳에 모인 불특정의 주부 등에게 "카드를 보이고 선물을 받아 가세요."라고 외치게 하여 카드를 제시하는 사람에게 야전용 돗자리 1개를 교부하면서 호객하게 한 다음 위 정호석은 이에 속은 성명불상의 피해자 11명으로부터 신용카드를 제시받아 위 카드리드기에 밀어 넣고, 피해자들에게 비밀번호를 물어 대답하는 경우 큰소리로 비밀번호를 외치면 피고인은 위 봉고차 내에서 위 카드리드기를 통하여 위 컴퓨터에 들어온 카드번호, 유효기간, 암호숫자 등 자료를 위 컴퓨터에 입력하고, 그 카드소지자의 비밀번호를 메모지에 메모하여 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에 입력된 자료를 수집하고, 같은 달 26. 14:00경부터 17:00경까지 같은 시 성사동 신원당아파트 앞 노상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원희순 등 28명으로부터 그 신용카드의 자료 및 비밀번호를 수집한 다음 같은 달 27. 18:00경 위 퍼시픽호텔 커피숍에서 위와 같이 수집한 신용카드의 각종 정보가 입력된 위 컴퓨터자료와 그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전달함으로써 위 신용카드와 동일한 자료가 입력된 신용카드를 복제하여 위 피해자들 명의로 물품구입,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위 피해자들로부터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하려 하였으나 같은 해 8. 7. 고양경찰서 경찰관에게 검거됨으로써 미수에 그쳤다라는 것이다.

3. 당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위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타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입수하여 신용카드를 복제한 다음 그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물품 구입, 현급서비스 등을 받으려 한 사실은 인정되어 위 항소논지 제1점은 이유 없으나, 한편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를 발생케 하고 그 착오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 기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재물을 취득하거나 재산상의 불법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요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신용정보를 입수한 행위는 그 신용정보 등이 사기죄의 객체인 재물이나 재산적 이익이라고는 할 수 없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신용정보를 입수하여 가짜 신용카드를 복제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 등을 받는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위 피해자들이 이에 대한 어떠한 재물의 교부나 재산적 처분행위를 한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한다(이에 대한 피기망자나 재산의 처분행위를 하는 자는 당해 물품의 판매업자 또는 당해 현금서비스 등의 제공자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피고인의 위 신용정보를 입수한 행위는, 더 나아가 신용카드를 복제하고 마치 복제된 신용카드가 정상적인 카드인 양 물품판매업자 등을 기망하여 구체적인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의 행위에 나아가지 않는 이상, 사기죄의 예비행위에는 해당할지언정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며(신용카드 위조의 미수행위 역시 신용카드업법상의 처벌대상이 아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전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더 나아가 신용카드를 복제하여 구체적인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의 행위에 착수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결국 원심은 사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하여 더 살필 필요 없이 당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파기사유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세빈(재판장) 김남근 남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