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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도11533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815조 제1호 의 혼인무효 사유인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의 의미 및 혼인신고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경우, 혼인의 효력(무효)

[2] 사기죄를 범하는 사람이 금원을 편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한 것이어서 혼인이 무효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에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2의 각 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민법 제815조 제1호 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그 혼인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혼인무효 사유는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비록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신고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단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들 사이에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효과의사가 없을 때에는 그 혼인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442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법 제354조 , 제328조 제1항 에 의하면 배우자 사이의 사기죄는 이른바 친족상도례에 의하여 형을 면제하도록 되어 있으나, 사기죄를 범하는 자가 금원을 편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한 것이어서 그 혼인이 무효인 경우라면, 그러한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에서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2013. 6. 18.경 피해자를 기망하여 차용금 명목으로 6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3. 6. 27.경까지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18회에 걸쳐 합계 51,761,788원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피해자는 2013. 6. 18. 피고인과 혼인신고를 마쳐 위 범행 당시 피고인의 배우자였던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여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3년 초에 우연히 채팅으로 만났던 사이인데, 피고인은 2013. 6. 13.경 피해자에게 ‘아버지의 사망에 따른 상속 사건으로 변호사 선임비와 소송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소송을 하는데 네 명의의 신용카드를 내가 사용하게 해주면 상속 지분 중 2억 1,000만 원을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명의의 삼성카드와 우리은행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3. 6. 18. 피해자에게 2억 1,000만 원에 관한 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피해자를 안심시킬 목적으로 ‘결혼하여 금전 문제를 잘 해결하자’고 제안하여 피해자와 함께 혼인신고까지 하였다.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3. 6. 27.경까지 피해자로부터 위와 같은 명목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합계 51,761,788원을 교부받았다.

③ 그 후 피해자는 피고인과 연락이 두절되자 피고인을 의심하여 2013. 7. 1.경 피고인의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고 비로소 피고인이 2007. 6. 4.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하였다가 2007. 8. 16. 협의이혼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2013. 7. 4.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④ 피고인이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피해자의 금원을 편취한 후 잠적할 때까지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거하지도 않았고, 함께 거주할 집이나 가재도구 등을 알아보거나 마련한 바도 없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편취하기 위한 기망의 수단으로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였을 뿐이고, 그들 사이에 부부로서의 결합을 할 의사나 실체관계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사정도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들 사이의 혼인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기 범행에 대하여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부분 사기 범행에 대하여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면제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친족상도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와 같이 형을 면제한 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주심) 고영한 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