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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도24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근로기준법위반·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공2022하,1551]

판시사항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 및 접견교통권이 한계를 일탈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가 한계를 일탈한 규율위반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넘어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인 시간적·장소적 상황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하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접견교통권이 그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할 때에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가 한계를 일탈한 규율위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려면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한다.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케이에이치엘 외 10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2. 17. 선고 2019노578, 2019노121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1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검사는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 전부에 관하여 상고하였으나, 나머지 무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 관련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11. 24.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에,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을 접견하려 할 경우 변호인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도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어 교도관으로서는 변호인 접견을 핑계로 개인적인 심부름을 위한 변호사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나아가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거나 그 내용을 청취하지 못하고 다만 보이는 곳에서 감시만을 할 수 있고, 또한 접견인원에 비해 감시 교도관의 수가 부족한 구치소 사정으로 인하여 접견실에서 수용자들이 변호사를 통하여 허가 없이 물품을 수수하는 것을 적발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을 확인한 다음, 소위 ‘집사변호사’를 고용하여 변호인 접견을 가장하여 개인적인 연락업무를 하고 회사 운영 서류를 수수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6. 12. 3. 특정 변호사를 ‘집사변호사’로 고용하여 주 3회 접견하되 그 대가로 월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 변호사에게 피고인의 사건을 변호할 것처럼 가장하여 변호인 접견을 신청한 다음 회사 업무를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변호사는 2017. 1. 2.경 피고인의 사건을 변호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접견신청서를 제출하여 이에 속은 서울구치소 변호인 접견 담당 교도관으로부터 접견허가를 받은 다음, 변호인 접견실에서 사건 변호와 상관없는 회사 운영사항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위 접견 시에 변호사로부터 소송준비와 상관없는 문서인 ‘공소외 2 회사 자국민 우선채용 제안서(영문 표기 생략)’의 내용을 보고받고 위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한 후 변호사를 통해 구치소 밖으로 빼돌려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2 회사에 전달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9) 기재와 같이 모두 6명의 집사변호사를 고용하여 총 51회에 걸쳐 변호인 접견을 가장하여 개인적인 업무와 심부름을 하게 하고 소송서류 외의 문서를 수수함으로써, 위계로써 서울구치소의 변호인 접견업무 담당 교도관의 변호인 접견 관리 등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나. 관련 법리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신체구속제도 본래의 목적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인 시간적·장소적 상황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하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접견교통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접견교통권이 그와 같은 한계를 일탈한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 31. 자 2006모657 결정 ,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3도16162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행사가 그 한계를 일탈한 규율위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려면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한다. 만약 그러한 행위가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도1554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원심은 수용자인 피고인이 규율위반행위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위계를 사용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수용자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 업무와 서신 수수 등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교도관들의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미결수용자가 가지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그와 표리 관계인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접견교통권과 함께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선고 2016헌마503 전원재판부 결정 , 헌법재판소 2019. 2. 28. 선고 2015헌마120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집행법’이라 한다)은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두고 있다. 즉, 변호인은 미결수용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4조 ).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지 못하고 그 내용을 청취 또는 녹취하지 못하며 다만 보이는 거리에서 미결수용자를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구 형집행법 제84조 제1항 ). 또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구 형집행법 제84조 제2항 ). 이처럼 헌법이 접견교통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취지 및 관계 법령들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사이의 접견교통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법령의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

2)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이 교도관에게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는 경우 미결수용자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호 활동을 하는지, 실제 변호를 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등은 교도관의 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미결수용자의 개인적인 업무나 심부름을 위해 접견신청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교도관들에 대한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미결수용자와 접견 업무 간의 서신은 교정시설에서 상대방이 변호인임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열할 수 없는바( 구 형집행법 제84조 제3항 ),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이 접견에서 미결수용자와 어떤 ‘내용’의 서류를 주고받는지는 교도관의 심사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과 소송서류 이외의 서류를 주고받은 것이 교도관들에 대한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4) 형집행법은 수용자와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의 접견 시 일정한 경우 접견내용을 청취·기록·녹음 또는 녹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구 형집행법 제41조 제2항 ) 미결수용자와 변호인의 접견에는 교도관의 참여나 접견내용의 청취 또는 녹취를 금지하고 있는바( 구 형집행법 제84조 제1항 ),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교도관의 감시, 단속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연락업무 등을 수행한 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접견변호사들에게 지시한 접견이 변호인에 의한 변호 활동이라는 외관만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형사사건의 방어권 행사가 아닌 다른 주된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행위로서 접견교통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그로 인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공소기각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죄의 기망행위, 편취의 범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죄의 고의, 위법성인식, 퇴직급여법 위반죄,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