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4. 1. 28. 선고 92다45230 판결

[해고무효확인][공1994.3.15.(964),813]

판시사항

징계사유를 통지받지 못한 피징계자가 공정한 징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만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한 후 재심징계위원회에 불출석한 것만을 가지고 피징계자가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징계사유를 통지받지 못한 피징계자가 공정한 징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만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한 후 재심징계위원회에 불출석한 것만을 가지고 피징계자가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소외 1주식회사(이하 소외 1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면서 고의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사실을 누락시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트럭 조수 등으로 근무하다가 군에 입대한 것처럼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하여 이를 믿은 소외 1 회사와 1987.6.22.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생산2부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여 온 사실, 원고가 1989.2.20. 소외 1 회사의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소외 1 회사는 원고에 대한 신원 및 학력을 조회하여 같은 해 3.25. 경 원고의 이력서 허위기재 사실을 알게 된 사실, 합병 전의 피고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가 1989.7.10.자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외 1 회사의 흡수합병을 결의하고, 같은 해 10.4. 합병등기를 마침에 따라 피고 회사에는 합병 전의 노동조합과 소외 1 회사의 노동조합이 병존하게 되자 같은 달 10. 노동조합 통합대회를 개최하여 노동조합을 통합하고 원고가 대구직할시 북구청에 소외 1 회사 노동조합의 해산신고를 하였으며 같은 해 11.7. 원고가 통합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선출된 사실, 한편 원고가 소외 1 회사 노동조합의 노조위원장으로 있으면서 1989.8.17. 소외 1 회사의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때에는 이미 소외 1 회사가 피고 회사에 흡수된다는 공고가 난 뒤였으며, 위 단체협약 제96조도 '이 협약 체결 후 회사나 조합의 명칭이 변경되었을 때에도 이 협약은 유효하나 회사가 병합되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같은 협약 제43조, 제44조에 의하여 징계해고가 결정되었을 때나 취업규칙에 의한 징계사유에 해당할 때에 해고할 수 있고(제47조), 징계의 종류에는 경고, 견책, 감봉, 출근정지, 징계해고 등이 있다(제44조)고 규정하고, 취업규칙 제81조 제8호는 중요한 경력을 위조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여 채용되었을 때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회사는 그동안 근로자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원고의 징계를 유보하여 오다가 원고가 1990. 4. 14.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자 같은 해 7.6.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위와 같은 학력은폐 및 경력허위기재 행위가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한다 하여 징계해고를 의결하였고 노조의 이의제기에 따라 같은 달 16. 개최된 재심징계위원회도 징계해고를 의결한 사실, 그런데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제32조가 '조합간부의 인사 및 징계는 조합과 사전 협의 협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 회사는 위 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 전인 1990.6.28.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자 및 사무국장에게 같은 달 29. 15:00 상무이사실에서 원고등에 대한 징계에 관한 사전협의를 하도록 공문을 보낸 사실,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제51조는 '조합원 및 조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규정을 개정시 조합과 사전협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 회사가 원고를 징계함에 있어 적용한 징계위원회 규정은 1986.10.24. 제정되었다가 1990.3.30. 개정된 것인 사실,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제45조는 '징계위원회의 구성은 조합대표 3명, 회사대표 3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 회사가 원고의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려고 노동조합에 대하여 징계위원 3인을 구성하여 줄 것을 1990.5.24., 같은 달 28., 같은 달 30. 3차례에 걸쳐 요청하였으나 노동조합이 계속 선임일자를 연기하여 달라고만 하자 같은 해 6.2. 피고 회사 직권으로 노조부위원장인 소외 이윤택, 선임반장인 소외 이문호, 박만택을 선임하여 노동조합에 통보한 사실, 이에 위 노동조합도 같은 달 3. 뒤늦게 위 이윤택과 소외 김정수, 하태원을 징계위원으로 선임하여 통보하였으나 위 김정수,하태원은 원고와 함께 같은 날 징계에 회부되는 징계대상자들이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편 징계절차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정인 점을 감안하여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인 위 이윤택에게 회사가 선임한 노동조합측 징계위원을 수용하여 줄 것을 요청한 바, 위 이윤택이 이를 받아들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 회사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단체협약이 체결된 때에는 이미 합병공고가 있은 후이고 위 단체협약에도 합병 후에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합병에 의하여 소외 1 회사와 그 노동조합은 모두 소멸하였으므로 합병 후 피고 회사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유효하게 적용될 단체협약은 합병전 피고 회사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징계위원회 규정이 조합과의 사전협의 없이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그 개정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었다고 볼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징계가 그 상위규범인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징계시 적용된 징계위원회규정이 절차를 위반하여 개정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징계가 바로 무효로 된다고는 할 수 없으며, 피고 회사가 노동조합측 징계위원을 선임한 행위는 단체협약등에 위반된 것이나 위 인정과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는 노동조합이 자기측 징계위원의 선임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이므로 비록 단체협약상 이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측 징계위원 선임행위가 절차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당시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인 위 이윤택이 징계위원 선임을 인정함에 따라 그 흠은 치유되었고, 조합간부에 대한 징계에 필요한 조합과의 사전절차 역시 이를 취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가 합병 전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을 적용하여 개정 징계위원회규정에 따라 행한 이 사건 징계해고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만한 절차상의 위법이 없고, 피고 회사가 원고의 학력은폐 사실을 알고도 피고 회사측의 사정으로 그로부터 약 1년 3개월 남짓이 경과하도록 징계를 하지 않았다 하여 상대방인 원고가 이제는 피고 회사가 이를 이유로 징계권을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후 원고를 징계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는 인정되지도 아니한다고 한 후에, 피고 회사가 1989.8. 단체협상과정에서 경력은폐등을 이유로 한 해고조항을 개정하면서 원고 개인의 학력은폐 등은 불문에 붙이기로 합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1989.8.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경력은폐 등을 이유로 한 해고조항에 "타목적을 위해"라는 요건을 추가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그 당시 원고 개인의 학력은폐등을 불문에 붙이기로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판단유탈 또는 징계위원회구성과 징계절차, 신의성실의 원칙 및 입증책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가. 원심은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제46조는 조합원을 징계하고자 할 때에는 대상자의 인적사항, 징계사유,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시 및 장소등을 명시하여 징계위원 및 해당자에게 5일 이내에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하고, 위원회는 해당 조합원에게 필히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증인을 신청할 시 이를 승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6조는 인사결정에 이의가 있을시 조합과 해당 조합원은 인사결정의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의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이의가 제기되는 경우 회사는 조합 대표와 해당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재심의하여 7일 이내에 결정사항을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징계위원회규정 제13조의 2는 징계의 공정성을 기하고 불이익한 처분이 되지 않도록 피징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본인을 참석하게 하여 진술하게 하거나 서면으로 소명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되 단 본인이 참석하지 못할 사유가 분명하거나 통보를 받고도 불참시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 회사가 1990.6.25. 원고의 위장취업, 불법유인물 배포 및 종업원 의식교육, 사내질서문란 등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같은 해 7.6. 14:00에 열기로 결정한 후 같은 해 6.29. 원고가 구속되어 있는 화원교도소로 질의서 형식의 소명서를 첨부하여 징계위원회 개최 일시장소를 서면통보하였으나 주소불명으로 반송되었고, 같은 해 7.2. 원고의 주소지로 같은 서면을 발송하였으나 다시 송달불능되어 반송된 사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같은 해 7.6. 예정대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하고 같은 달 18. 원고에게 그 결과만을 통보한 사실, 이에 노동조합이 이의를 제기하여 피고 회사는 재심징계위원회를 같은 해 7.16.에 개최하기로 하고 같은 달 11. 원고의 주소지로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위 출석요구서에는 징계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 같은 해 7.10.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원고가 그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려 하다가 직원들이 저지하여 회사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러한 상황이 며칠간 계속되자 원고는 같은 달 15. 노조사무국장을 통하여 정상출근이 저지되는 점에 비추어 공정한 징계를 기대할 수 없어 출석하지 아니한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후 재심징계위원회에 불참한 사실 및 재심징계위원회는 원고가 회사에 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원고가 제출한 위 답변서를 위원들에게 보인 후 회의를 진행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의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1990.7.6. 개최된 징계위원회의 결의는 징계위원회 출석요구서가 원고에게 송달되지 아니한 채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단체협약 제46조의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잘못이 있어 무효라 할 것이고, 같은 해 7.16. 개최된 재심징계위원회 역시 원고에게 5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통지하지 아니하였고 뒤늦게 통지한 출석요구서에도 징계사유를 기재하지 아니한 절차상의 잘못은 인정되나 피고 회사의 징계재심은 단체협약 등에 그에 관한 규정이 없음에도 단체협약 제36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변명과 소명자료 제출의 기회를 보장하여 준 것인데 원고로서는 당시 재심을 청구하는 입장이어서 징계사유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뿐 아니라 답변서를 작성하여 재심징계위원회에 제출하여 의사를 개진하고 재심징계위원회에 불참함으로써 소명의 기회를 포기하였으므로 위 재심징계위원회의 의결은 그 절차상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 재심절차와 앞의 징계절차는 그 전체가 하나의 징계해고절차를 이루므로 결국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절차는 적법하되 다만 원고는 원징계처분일이 아닌 재심징계위원회에서의 징계해고처분에 따라 같은 달 16. 피고 회사 사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경우 피고 회사의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서가 원고에게 전달된바 없고, 이 사건 재심은 원고가 아닌 노동조합의 이의제기에 따라 열린 것이고 원고가 재심징계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도 징계사유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아 원고가 재심절차에 답변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심 당시 원고가 징계사유를 알고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으며 그 밖에 달리 원고가 징계사유를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음에도 원심이 원고가 재심 당시 징계사유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하는 위법을 범한 것이라 할 것이다.

또 피징계자의 변명 또는 소명자료의 제출 등 방어권의 행사, 나아가 그러한 방어권의 포기는 피징계자가 징계사유를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징계사유를 통지받지 못한 원고가 공정한 징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만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한 후 재심징계위원회에 불출석한 것만을 가지고 원고가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징계절차에 있어서 피징계자의 방어권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김상원 박만호 박준서(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