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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7. 9. 선고 96도364 판결

[뇌물수수][공1996.9.1.(17),2551]

판시사항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증거들을 채용하여 뇌물수수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증거들을 채용하여 뇌물수수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윤영철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먼저 변호인 변호사 윤영철의 상고이유 제2점과 변호인 변호사 송기영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본다.

1.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지방행정사무관(5급)인 공무원으로서, 1991. 10. 23.부터 1993. 4. 18.까지는 제1군 군청 환경보호과장으로, 1993. 4. 19.부터 1993. 7. 23.까지는 제1군 군청 도시과장으로 각 재직하였던 자인바, 국민학교 동창생인 공소외 1의 소개로 공소외 2를 알게 되어, 위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1의 중개하에 충북 제1군 소재 임야 중 1,000평을 매수하여 동소에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을 설립하기 위하여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제1군 군수로부터 자동차정비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소위 복합민원으로서 제1군 군청 내의 지역경제과, 환경보호과, 도시과, 산업과, 산림과 등의 협의를 거쳐야 하며 당시 피고인은 위 허가와 관련하여 소관 사항의 협의가 필요한 환경보호과의 과장(후에는 도시과장)직에 있으면서 소관 협의사항의 적합, 부적합 여부에 대한 확인, 결재 업무를 담당함을 기화로, 1993. 3. 중순경 충북 제1군 소재 제1군 군청 환경보호과 사무실에서 위 임야에 자동차 정비공장 설립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한 바 있는 위 공소외 2를 만나 동인에게 "검토해 본 결과 위 임야에 자동차 정비공장 설립 허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제1군 군수의 허가를 받으려면 환경보호과 등 주무부서 5개 과를 거쳐야 한다. 그에 대한 수수료로 나에게 금 500만 원을 주면 내가 책임지고 위 허가를 받아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동인에게 뇌물을 요구하여 그 자리에서 동인의 승낙을 받은 다음 1993. 4. 2. 12:30경 위 제1군 소재 궁전다방에서 위 이성희를 통하여 위 공소외 2로부터 금 200만 원을 교부받고, 도시과장으로 전보된 다음인 1993. 4. 24. 14:00경 위 제1군 군청 도시과 사무실에서 위 공소외 2로부터 금 100만 원을 교부받아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2회에 걸쳐 합계 금 3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라는 것이다.

나.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은 피고인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일부 진술과 공소외 2, 박풍모, 신정호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 및 공소외 1, 고제욱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을 종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에 이르러 검사가 공소사실 중 범행일시 '1993. 4. 2. 12:30경'을 '1993. 4. 2. 오후 시간불상경'으로 변경함에 따라 원심은 증거로 원심 법정에서의 증인 공소외 2의 진술만을 추가한 채 변경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검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1을 통하여 금 200만 원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고, 1993. 4. 24.에도 제1군 군청 도시과 사무실에서 위 공소외 2로부터 금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공소외 1도 검찰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위 공소외 2로부터 1993. 4.말경 궁전다방에서 금 200만 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위 돈은 전부 위 공소외 2에게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의 설립부지를 소개하고 나서 돈이 쪼들려서 경비조로 미리 받은 것으로서 일이 성사되면 소개료와 정산을 하려고 한 것이지, 피고인에게 전달할 뇌물조로 받은 것이 아니고, 또 피고인에게 위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고, 또 그가 받은 금 200만 원도 금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매가 아니라 금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매라고 주장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소외 고제욱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의 요지는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금 200만 원인지 금 300만 원인지를 주었다는 말을 위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거나 일부 정황에 관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위 공소외 1이 위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에게 전달할 뇌물 명목으로 1993. 4. 2. 오후에 금 2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는지 여부와 피고인이 1993. 4. 24. 제1군 군청 도시과 사무실에서 위 공소외 2로부터 금 100만 원을 받았는지 여부는 이 점에 부합하는 위 공소외 2와 박풍모 및 신정희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공소외 2와 박풍모의 진술

위 공소외 2의 진술의 요지는 피고인이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의 허가를 받아주겠으니 수수료조로 금 500만 원을 달라고 하여 합계 금 300만 원을 뇌물로 교부하였는데, 그 중 금 200만 원은 금 1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2매를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위 공소외 1에게 주어 공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전달하게 하였고, 그 후 공소외 2 자신이 피고인한테서 위 금원을 공소외 1을 통하여 전해 받았다는 말을 들었으며, 금 100만 원은 금 1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1매를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주었다는 것이고, 위 박풍모의 진술의 요지는 위 공소외 2와 함께 다니면서 위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위 공소외 1이나 피고인에게 돈을 주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이를 쉽사리 믿기 어렵다.

(1) 우선, 위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1에게 1993. 4. 2. 오후에 피고인에게 전달할 뇌물 명목으로 금 200만 원을 교부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위 공소외 1로부터 위 금 20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위 공소외 2는 위 공소외 1에게 금 200만 원을 준 일시에 관하여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진정서를 검찰청에 제출한 때로부터 제1심법원 제3회 공판기일의 검사의 주신문에 대한 답변에 이르기까지 1993. 4. 2. 오전에 충주시 안림동 새마을금고에 자신의 모인 공소외 3의 명의로 정기예탁해 두었던 금 5,300,000원 중 금 5,000,000원을 인출하였는데, 위 금고에서는 수표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하여 1만 원권 500장으로 인출한 다음 농협중앙회 제1군 지부에 가서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매 및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20매로 바꾸어 그 중 100만 원권 2매를 같은 날 12:30경 제1군 소재 궁전다방에서 피고인에게 전해달라고 하면서 위 공소외 1에게 교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변호인이 같은 공판기일의 반대신문에서 수표발행의뢰서에 기재된 수표의 발행시각이 같은 날 16:07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을 지적하자, 위 공소외 1에게 수표를 준 때가 12:30경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 날 위 공소외 1에게 수표를 준 것은 맞다고 그 진술을 바꾸고 있어(원심법원에 제출된 1995. 11. 21.자 검사 작성의 위 공소외 2에 대한 진술조서의 기재 및 원심법원에서의 위 공소외 2의 증언도 같은 취지이다), 그 점에서 벌써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그리고 위 공소외 2는 자신이 1993. 3. 중순경 위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을 소개받은 후 위 공소외 1에게 금 200만 원을 교부할 때까지 2, 3일에 1번 꼴로 피고인을 만나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 위 공소외 2가 그러한 관계에 있는 피고인에게 현금으로 직접 교부하지 않고 위 수표 2매를 위 공소외 1을 통하여 전달하였다는 것은 뇌물수수의 은밀성을 요구하는 뇌물죄의 속성상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위 박풍모는 위 공소외 2가 금 1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2매를 위 공소외 1에게 교부한 시각에 관하여 위 공소외 2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 이래 제1심법원 제3회 공판기일에서 검사의 주신문에 대한 답변에 이르기까지는 1993. 4. 2. 12:30경이라고 진술하다가,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비로소 그 시각을 착오로 진술한 것 같으나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고 그 진술을 바꾸었고, 원심법원에 제출된 위 공소외 2에 대한 위 진술조서 중 박풍모의 진술 기재 부분에서도 위 공소외 2의 말에 맞추어 진술하고 있는데다가, 그가 위 공소외 2가 타인과 동업으로 운영하였던 태양엔지니어링에 1993. 7. 25.까지 상무로 재직하고 있었고 위 공소외 2가 새로 설립할 예정이었던 자동차 정비공장에 취업을 제의받고 있던 중임을 고려하면 그의 진술은 별로 신빙할 것이 못된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 공소외 2는 피고인을 고소하기 전인 1993. 6. 15.자로 피고인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서면을 보내면서 피고인에게 그 보상액으로 은행대출을 위한 담보감정료 및 이자 등 금 2,400만 원, 제반 경비 및 수수료 금 2,600만 원, 손해배상금 5,000만 원 등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을 청구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위 금 300만 원의 뇌물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위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1에게 주었다는 금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매를 검찰이 추적 조사해 보았지만 위 수표들이 피고인의 친지 주변에서 유통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전혀 밝혀진 바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공소외 2나 방풍모의 진술은 더욱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2) 다음, 위 공소외 2가 1993. 4. 24. 14:00경 제1군 군청 내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금 1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1매를 직접 주었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에서 수뢰일시로 적시하고 있는 날의 다음날로 예정된 충북 도지사의 돌풍 피해현장 순시에 대비하기 위하여 그 날 12:30경 사무실을 떠났다고 변소하고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1993. 4. 25. 충북 도지사가 제1군 소재의 피해현장을 실제로 순시한 사실이 있고(기록 197쪽), 제1군 군청 도시과에 비치된 1993. 4. 24. 보안점검표의 기재에 의하면, 제1군 군 도시과 직원의 최종 퇴청자가 공소외 권영석으로 되어 있고 그 퇴청시각도 13:40경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등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고 있어,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위 수표를 주었다는 그 시각에 피고인이 과연 그 사무실에 있었는지 의문이 있고, 나아가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위 수표가 피고인의 친지 주변에서 유통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밝혀진 바도 없으니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위 공소외 2, 박풍모의 각 진술 또한 이를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신정호의 진술

위 신정호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의 요지는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전달해 주라고 위 공소외 1에게 금 200만 원을 주었다는 말과 또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직접 금 100만 원을 주었다는 말을 위 공소외 2로부터 들었으며,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 대하여 위 금 300만 원을 받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피고인이 대답을 하지 못하였고, 피고인이 위 공소외 2로부터 받은 금 300만 원은 돌려줄 수 있으나, 위 공소외 1이 받은 돈은 돌려줄 수 없다는 말을 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위 신정호의 진술 중 위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전달해 주라고 위 공소외 1에게 금 200만 원을 주고, 피고인에게 직접 금 100만 원을 주었다는 말을 위 공소외 2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의 부분은 원진술자인 위 공소외 2의 진술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쉽사리 믿기 어려운 마당에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도 위 신정호는 위 공소외 2와 이 사건 자동차 정비공장을 동업하기로 하였으며 현재 실제로 그와 동해시에서 자동차 정비공장을 동업하고 있는 자로서, 1993. 7. 23.자 검찰에서의 진술서 작성시에는 피고인이 그가 받은 돈은 아니지만 중간에서 중개를 해서 공소외 2가 금 550만 원을 주었으므로 위 공소외 1에게 돌려주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더라고 진술하였다가, 1994. 1. 18.자 검사 작성의 진술조서에서는 피고인이 그에게 " 공소외 2가 나에게 준 돈 300만 원은 돌려줄 수 있지만 공소외 1이 받은 돈과 설계사무소에 준 돈은 돌려줄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고 그와 어긋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고, 제1심 제8회 공판기일의 증인신문시에도 마찬가지로 진술하는 등 그 진술이 전후 모순되고 일관되지 아니하여 이를 쉽사리 믿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무릇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증거들을 채용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이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